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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하루 채식, 비폭력 삶이며 환경운동의 시작입니다"
"일주일에 하루 채식, 비폭력 삶이며 환경운동의 시작입니다"
  •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승인 2015.05.0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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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한국 고기없는 월요일(Meat Free Monday Korea) 대표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간동 광주광역시립미술관 GMA갤러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5.4.29/뉴스1 2015.04.3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국내에서 유통되는 달걀의 95% 이상, 돼지고기의 99%가 산란계 배터리 케이지와 돼지 스톨에서 사육되는 가축으로부터 생산된다.

밍크·여우·토끼·오리·거위는 아름다움 때문에 가죽을 빼앗기고 도살되고, 침팬지·곰·사슴 등은 철창에 갇힌 채 실험도구와 보신용 약으로 착취당하며, 코끼리·돌고래는 쇼를 위해 훈련 받으며 병들어간다.

인간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동물의 희생쯤은 당연하다고 믿는 게 보편적 통념이다. 그렇다면 동물을 착취하고 희생시킨 대가로 우리 인간은 과연 얼마나 행복해졌을까?

공장식 축산업은 오늘날 기후문제의 주범으로 식량부족과 기아문제, 물부족, 토양, 수질오염을 야기하고 있다.

또한 육식은 고혈압, 당뇨, 비만과 같은 대사질환뿐 아니라 알레르기성 질환과 환경호르몬의 과도한 인체 유입으로 인한 성조숙증과 만성질환, 암과 같은 중증질환을 유발하는 주원인이기도 하다.

패션산업 때문에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들과 생물종 다양성의 파괴 역시 심각하다. 결국 인간은 동물을 착취해 인간 스스로를 파괴하고 인류의 재앙을 앞당기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재앙을 막기위해 생활 속에서 작은 실천 하나부터 하자는 글로벌한 움직임이 있다.

전설의 밴드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에 의해 널리 알려진 '고기없는 월요일(Meat Free Monday)' 캠페인.

2009년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는 유엔기후변화회의(UNFCCC)가 열렸다. 그런데 본회의에 앞서 벨기에에서 열린 토론회에 폴 매카트니가 참석했다.

평소 낚시를 좋아했던 폴 매카트니는 낚시 바늘에 아가미가 걸려 버둥거리는 작은 물고기를 본 순간 생명이 살고자 하는 애처로운 몸짓을 온 가슴으로 느낀 뒤 채식을 결심했다고 한다.

동물보호 활동에도 앞장서는 그가 그날 토론회에 참석했던 이유는 기후변화의 대안으로 일주일에 하루 채식을 하자는 '고기없는 월요일' 캠페인을 제안하기 위해서였다.

이 운동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식품관리국이 '식량이 전쟁을 이기게 한다(Food Will Win the War)'는 슬로건을 내걸고 고기없는 월요일(Meatless Monday)과 밀없는 수요일(Wheatless Wednesday) 운동을 벌였던 것에서 유래됐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때는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루즈벨트와 트루먼이 이 캠페인을 통해 절약한 식량들로 전쟁때문에 파괴된 유럽을 복구하는 데 구호품을 보내기도 했다.

2009년 폴 매카트니는 이 캠페인을 환경운동으로 부활시켰다. 그는 우리가 식단을 바꾸는 간단한 변화만으로 지구의 미래를 바꾸고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설파했다.

폴 매카트니의 취지를 이어받아 2010년부터 국내에서 '한국 고기없는 월요일' 운동을 이끌고 있는 이는 이현주(47·한약사) 대표다.

이 대표는 순식물성 한약재로 처방하는 한방채식 '기린한약국'을 운영 중이며, 건강사회를 위한 한약사회 부회장과 인천녹색연합 운영위원으로도 활동중이다.

기린한약국 한약장에는 동물성 한약재가 없다.

이 대표가 한방채식 한약국을 연지는 올해로 11년째. 처음 동물성 약재인 녹용, 사향, 웅담 등이 들어간 고가의 한약을 처방하지 않는 채식한약국을 연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간 올바른 식습관 전도사로 꾸준히 활동한 이 대표의 노력과 다양한 환자들이 한방채식을 통해 자기치유력을 회복한 사례 등이 입소문을 통해 전해지면서 이젠 많은 이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이 대표는 "보약에는 반드시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동의보감을 보면 순식물성 약재만으로 구성한 보약 처방이 압도적으로 많이 있다"며 "널리 쓰이는 한약재를 봐도 식물성 재료는 260여 종인 데 비해 동물성은 20여 종에 불과하다. 식물만으로도 충분히 효과 좋은 약을 지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숲에서 생활하며 자연의 생명에너지를 통해 건강해진 곰의 쓸개가 '웅담'이란 이름의 약재로 사용된 옛날과 달리, 오늘날은 철창 안에 갇혀 사육당한 곰의 쓸개에는 엄청난 스트레스 물질이 쌓일 것이 분명한데, 거기서 채취한 쓸개즙이 사람의 건강을 이롭게 할리 없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이현주 한국 고기없는 월요일(Meat Free Monday Korea) 대표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간동 광주광역시립미술관 GMA갤러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5.4.29/뉴스1 2015.04.3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한약국을 운영하면서 만난 환자들과 소통하며 채식이란 삶의 방식을 전파해온 이 대표는 자신의 삶에 대해 "10여년간 나는 누구보다 행복하고 자유롭게 일을 했고, 지금은 그 전보다 일이 더 재미있다"고 말한다.

이 대표의 '동물없는' 식생활은 물론 일주일 중 하루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2004년부터 고기는 물론 생선, 우유, 달걀도 먹지 않는다.

채식을 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내가 생각하는 생명의 가치와 지금의 고기 생산 방식이 일치하지 않는다. 우리가 먹는 고기는 대부분 반자연적 방식으로 생산된다. 또한 지구환경 특히 기후변화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 가운데 교통수단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13.5%인 반면, 축산업은 18%를 차지했다. 또한 온실가스의 51% 이상이 축산업에서 나온다. 이것이 기후변화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축산업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완벽한 채식을 실천하고 있는 이 대표지만 남들에게는 강요하지 않는다.

그는 "'고기를 먹는 건 죄악'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그동안 채식주의자들의 일방적인 주장 때문에 일반인들이 오히려 채식에서 멀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면 안 된다' 대신 '이렇게 하면 좋다'고 말하는 게 필요하다"며 "우리가 햄버거 한 개를 안 먹으면 1.5평의 숲을 지킬 수 있다. 그리고 고기를 먹지 않는 행위가 그 자체로 훌륭한 환경운동임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주 대표가 활동하는 '고기없는 월요일'은 이런 목소리를 내는 단체다.

그는 "일상에서 채식을 하기란 쉽지 않다. 채식주의자는 별난 사람 취급을 받기도 한다. 고기를 먹어야 힘을 쓰고 영양을 흡수한다는 통념도 채식을 어렵게 한다"면서 "하지만 일주일에 하루 자발적인 채식을 실천하는 일이 환경과 지구를 사랑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깨닫고 동참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고기없는 월요일' 이현주 대표는?

대학에서 신문방송학과 한약학을 전공했고, 약선과 푸드테라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여년간 명상수행을 해왔고, 채식운동을 통해 비폭력적인 삶의 방식을 세상에 알리려 노력하고 있다.

몸과 마음의 소통을 통해 치유하는 오감테라피, 한방채식테라피, 노는 명상, 저녁마실콘서트, 채식 포틀럭파티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 중이다.

순식물성 한약재로 처방하는 기린한약국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 저서로는 '휴휴선' '오감테라피' '기린과 함께하는 한방채식여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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