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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정신병' 앓고 있는 동물들…'동물원법' 시급하다
[동영상]'정신병' 앓고 있는 동물들…'동물원법' 시급하다
  •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승인 2015.06.10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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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동물들.(사진 ´케어´ 홈페이지 캡처)© News1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국내 동물원에서 사육되고 있는 동물의 이상행동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동물원의 올바른 운영과 사육동물의 복지를 위해 하루빨리 '동물원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케어(공동대표 박소연·전채은)'와 '동물을 위한 행동'은 지난 8일 동물원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성명서에서 "2013년 바다코끼리 학대사건, 원주 드림랜드 사태, 서울대공원과 어린이대공원 사육사 사건 등 최근 몇년간 동물원 동물을 둘러싼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는 그간 동물원 운영과 동물원 동물에 관한 기준이 없는 우리나라의 법적 한계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동물원 동물들은 야생동물로서의 본성을 가지고 있어 최대한 자연과 가까운 생태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함에도 대부분 좁은 전시장에 갇혀 있다"며 "동물원은 종 보전이라는 본연의 의무는 저버린채 상업적·오락적 기능만 발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이유로 동물보호단체들은 최소한 관리 기준 등을 마련한 동물원법의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상행동 자주 목격되는 동물들

국내 동물원 동물들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목격담이 잇따르고 있다. 사육시설에 갇힌 코끼리와 곰 등이 제자리를 맴돌거나 전시관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끊임없이 오가는 등 이상행동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동물들이 생태와 맞지 않는 인위적 공간에서 스트레스로 인해 일종의 자폐증인 '정형행동'을 보인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와 관련, '동물을 위한 행동'은 지난달 '공영동물원의 위기와 한국 동물원의 발전 방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2년 6개월간 대구·전주·대전·광주·청주·진주 등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국내 공영동물원 6곳과 민영동물원 7곳의 실태를 조사한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공영동물원은 만성적인 재정·전문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시설물도 30년 이상 낙후돼 있다.

이로 인해 대부분 좁은 시멘트 시설 안에 갇힌 동물들은 전시관 내에서 정형행동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민영동물원의 '동물쇼'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동물쇼에 동원되는 동물들은 돌고래·바다사자·원숭이 등 대부분 고등동물인데, 가혹한 훈련 과정에서 심각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

전채은 대표는 "이상행동이 심각한 동물은 고양잇과·곰과·개과 동물과 영장류 등 고등동물이었다"며 "특히 늑대는 거의 모든 동물원에서 이상행동이 관찰됐다"고 증언했다.

◇동물원법 2년 가까이 국회서 '낮잠'

국내에는 동물원과 관련한 별도의 법률이 없다. 현행법상 동물원 내 사육동물에 대한 적정한 사육환경 제공 등 동물의 복지에 관한 규정이 전무한 것이다.

심지어 국내 동물원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공원시설중 교양시설로 분류돼 있다.

또 '자연공원법'으로는 공원시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상 박물관의 한 종류로 취급되고 있다.

동물과 관련된 현행법은 야생동물을 다루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 가축 및 반려동물을 다루는 '동물보호법', 해양동물을 다루는 '해양생태계의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 등이 있으나 이들 법은 각각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소관이다.

현재는 동물원에서 동물학대가 발생해도 이를 제지할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이에 동물원의 설립·운영에 관한 사항과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동물의 적정한 사육환경 조성 등 사육동물의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법률로 규정해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 같은 필요성 때문에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동물원의 올바른 운영과 사육동물의 복지 구현을 위한 '동물원법'을 지난 2013년 9월에 대표발의 했지만 2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장 의원의 발의안에 따르면 동물원 등을 설립하고자 하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춘 뒤 환경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외에도 동물쇼 금지, 동물원에 적응할 수 없는 동물은 사육·전시 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동물원과 관련해 발의된 법안으로는 '동물원법'외에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대표발의), '동물원 관리·육성에 관한 법률안'(양창영 새누리당 의원 대표발의) 등이 있다.

이러한 가운데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수준은 이미 법을 앞질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경 성균관대(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실시한 '동물보호 및 동물원법 제정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동물원 허가제에 대해 95.1%가 찬성했으며, 관람 목적의 인위적 훈련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58.9%를 차지했다.

◇선진국들은 법과 시스템으로 관리

현재 국내에서는 체험전의 형태로 수많은 동물전시시설이 난립하고 있다. 파충류나 양서류 위주로 전시하며 아이들이 자유롭게 만질 수 있도록 하는 체험프로그램이 대부분인데 이를 규제하거나 제한할 수는 없다.

또 동물복지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동물보호법'도 동물원 내 동물에 관한 사항을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않다.

반면 선진국일수록 동물전시시설을 비롯 동물원에 대한 관리는 매우 엄격하다.

국회입법조사처 조사에 따르면 영국은 동물원과 관련한 별도의 법률을 제정·운용중이고, 미국은 연방법을 통해 동물원을 운영하는 모든 기관은 농무부의 허가를 받도록 한다.

특히 영국은 1981년 제정된 동물원 면허법을 통해 7일 이상 동물을 대중에게 전시하는 모든 개인과 기관은 해당 관청에 등록하고 면허를 취득해야만 한다.

이 뿐만이 아니라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동물원 동물들을 관리하고 있다.

동물원의 허가 및 조사는 지방정부에서 담당하고, 중앙정부는 이에 필요한 법적 기준 및 근거를 제시한다.

영국 동물원은 동물이 가장 정상적인 행태를 보일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동물원의 핵심역할이 동물의 종 보전이기 때문이다.

또한 동물들이 항상 안락하고 편안할 수 있도록 온도, 환기, 조명, 소음수준 등 적정 환경에 관한 규정을 별도로 마련하고 있다.

임신한 동물의 경우 특별관리해 보호하고, 수생동물의 경우 적절한 공기공급과 적정 개체수 및 수온 유지가 되도록 환경을 관리한다.

야외 우리의 동물들에게는 편안함과 안락함을 위한 충분한 피난처를 제공한다. 관람자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도피 영역도 있다.

박소연 대표는 "많은 동물원의 동물들이 생태와 맞지 않는 좁은 공간에서 스트레스로 정형행동 즉 정신적 질병을 앓고 있고, 동물쇼에 동원돼 학대를 받아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며 "동물원법 제정은 그동안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던 동물원을 법과 제도 안으로 끌어오는 역할을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동물학대국이 아닌 모범적인 동물복지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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