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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 '박쥐'가 주목받는 이유
메르스 사태, '박쥐'가 주목받는 이유
  •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승인 2015.06.2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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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치료병원인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주차장에 설치괸 음압치료실 앞에서 마스크와 우의를 착용한 시민이 병원으로 들어가고 있다.(자료사진)/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국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아직까지 진행형인 가운데 동물로부터 시작된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집트무덤박쥐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메르스를 비롯해 에이즈(AIDS),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신종플루, 에볼라 등이 모두 '인수공통전염병'이다.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면서 사람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실내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이들은 '혹시나'하는 생각에 불안감과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2003년 유행한 사스는 중국 관동성 지방의 관박쥐를 통해 사향 고양이로 옮겨졌고, 이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에 감염되면서 시작된 것으로 역학조사 결과 밝혀졌다.

2009년 국내에서만 75만명이 확진판정을 받고 그중 263명을 사망에 이르게 했던 신종플루는 멕시코에서 돼지의 인플루엔자가 사람에게 넘어온 것이다.

1976년 처음 알려졌다가 지난해 다시 크게 유행해 전 세계 1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에볼라 바이러스는 과일박쥐에서 유래했고, 에이즈를 유발하는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는 원숭이 면역결핍 바이러스에서 유래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원래 조류에게만 감염되는 조류독감 중 H5N1형과 H7N9형이 사람에게 전파되었고,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증 바이러스는 가축인 소, 양, 개가 보균자가 되어 작은소참진드기를 통해 사람에게 감염됐다.

여기에 1990년대 후반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 100명 이상 사망자를 낸 니파 바이러스가 창궐한 이유도 박쥐가 갖고 있던 바이러스가 돼지를 거쳐 사람에게 번진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몇년 새 인류에게 재앙처럼 다가온 신종전염병의 75% 정도는 야생동물에서 사람으로 넘어와 진화한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인수공통전염병을 유발하는 동물바이러스 가운데 인류가 밝혀낸 것은 고작 1% 정도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인수공통전염병 유발 바이러스의 자연숙주 동물로는 소, 돼지, 양, 개, 고양이, 원숭이, 박쥐, 낙타 등 다양하다.
메르스는 이집트무덤박쥐에서 단봉 낙타를 통해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자료사진)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인수공통전염병은 대개 동물에서 옮겨진 탓에 항체가 없던 사람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특히 인간과 같은 포유류이며 메르스의 숙주로 의심받고 있는 박쥐는 바이러스 최다 보유 동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연구팀이 지난 2013년 '영국왕립학회보B'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박쥐에는 총 137종의 바이러스가 있으며, 이 가운데 인수공통 바이러스는 61종이다.

종별 평균으로 따지면 박쥐는 2.71종의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으며, 이 중 인간에게 옮길 수 있는 바이러스는 평균 1.79종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인간에게 쉽게 전염병을 퍼뜨린다고 알려진 쥐를 포함한 설치류 보다도 많다.

이러한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박쥐의 특별한 면역체계를 이유로 꼽고 있다. 박쥐는 다른 포유류와 달리 바이러스의 활동으로 DNA가 손상될 것에 대비해 이를 막거나, 망가진 DNA를 복구하는 유전자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메르스는 이집트무덤박쥐에서 단봉 낙타를 통해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사 결과 박쥐에서 메르스와 유전적으로 매우 유사한 바이러스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현재 메르스가 낙타 외 다른 동물의 감염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사스 바이러스의 경우 사향 고양이와 너구리는 물론이고 개, 고양이, 설치류에서도 감염 사례가 확인된 만큼 다른 종도 충분히 메르스의 잠재적 숙주가 될 수 있다.

때문에 메르스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킨다면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 역시 새로운 동물숙주가 되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여기에 최근 국내에서는 온라인을 통해 분양 받은 과일박쥐를 애완동물로 키우는 사례까지 늘고 있어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국내에는 지난 2013~2014년 2년간 모두 310마리의 박쥐가 수입됐다.

지난해 국내 검역당국은 과일박쥐 수입 과정에서 별도의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대신 수출국 검역 증명서로 대체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국내에 수입된 과일박쥐는 에볼라 출혈열이 발생하지 않은 이집트에서 수입됐으며, 국내 도착 후 검역시설에서 5일간의 격리 임상검사 결과 이상이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한 수의전문가는 "메르스의 사람 감염에서 동물의 역할이 아직까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면서도 "정부를 비롯해 관련 단체, 수의학계 그리고 수의임상계가 모두 협조 체제를 구축해 현재 확진된 모든 환자들에게 노출된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에 대한 바이러스 및 항체 여부에 대해 전수조사를 할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22일 메르스 유전자 검사에서 3명이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현재 국내 메르스환자는 172명이고, 기존 확진자 중에서 2명이 추가로 숨져 전체 사망자는 27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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