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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차 캣맘' 배우 안지혜 "동물사랑을 통해 조화로운 삶 찾아"
'7년차 캣맘' 배우 안지혜 "동물사랑을 통해 조화로운 삶 찾아"
  • (서울=뉴스1) 김지유 기자
  • 승인 2015.08.07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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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안지혜와 막내 반려묘 '쥐콩이'. 그녀는 최근 비가 오는 길가에서 울고 있는 '쥐콩이'를 구조해 입양했다. 2015.08.04/뉴스1 © News1 변지은 인턴기자
(서울=뉴스1) 김지유 기자 = 지난해 김기덕 감독의 영화 '일대일'의 헤로인으로 발탁돼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배우 안지혜(37).

7년 차 '캣맘'이자 8마리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안지혜를 만나기 위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그녀의 집을 방문했다. 집에 들어서자 길에서 많이 본 코리안 쇼트헤어(코숏) 고양이 한 마리가 한가롭게 쇼파에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고양이들 때문에 다소 부산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캣 타워와 고양이 밥그릇, 고양이 캔 박스가 없었다면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집안은 조용하고 깔끔했다.

그녀는 현재 동거 중인 고양이 8마리 모두 유기동물보호소나 길에서 데려왔다.

"저희 집 고양이들은 주인에게 버려지고 길에서 고된 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아직도 낯선 사람들이 오면 숨는 경향이 있어요.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8마리 모두 소개해 드리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그녀의 말대로 입양한지 몇 해가 지나 사람에게 경계심이 적은 고양이 4마리는 집안을 잘 돌아다녔지만 나머지 고양이들의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옷장을 열자 그곳에 있던 흰 고양이가 숨어 있다가 후다닥 베란다로 도망갔고, 침대보를 살짝 걷어보니 침대 아래에 흰 고양이 세 마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안쓰럽고 안타깝고 그래요. 옷장 안에 숨어있고 침대 아래 숨어있는 친구들은 입양한지 두 달뿐이 안돼서 아직 경계심이 강해요. 제가 안아보지도 못한 아이들도 있어요."

안지혜가 인터뷰에 앞서 자택 앞에서 길고양이들을 위한 사료를 준비하고 있다. 2015.08.04/뉴스1 © News1 변지은 인턴기자

고양이들이 낯선 사람들을 불편해할 것 같아 인근 카페로 자리를 옮겨 인터뷰를 이어갔다.

현재는 고양이에 대한 애정도 깊고 '캣맘'으로 활동하며 손길이 필요한 고양이들을 보살피며 사랑을 실천하고 있지만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동물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안지혜.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한 것은 20대 후반이예요. 당시 같은 동네에 살던 친구가 입양한 새끼 길고양이를 함께 돌보게 되면서 길고양이와 그들의 안타까운 삶에 대해 알게 됐어요. 그전까지만 해도 동물뿐 아니라 환경 문제,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단 저에게 더 집중했었거든요."

친구의 고양이들을 돌보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주변의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다 2011년 동물사랑실천협회(현재 '케어')를 통해 주인에게 학대받다 구조된 '흰둥이'를 입양했다.

"흰둥이의 본명은 김흰둥이고 수컷이에요. 고양이들이 저희 엄마를 좋아해 엄마의 성을 붙여줬어요. 흰둥이의 별명은 '고양이계의 마더 테레사'죠. 새로운 길냥이 식구가 오면 핥아주고 돌봐주거든요. 또한 사람의 감정을 파악할 정도로 눈치가 굉장히 빨라요. 먹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날씬했었는데 요즘엔 다른 고양이들이 남긴 밥도 먹기 시작해서 살이 좀 올랐어요."

안지혜의 첫 번째 반려묘 '흰둥이'. 2011년 동물보호단체를 통해 입양했다. 2015.08.04/뉴스1 © News1 변지은 인턴기자

안지혜의 두 번째 반려묘 '모모'. 다른 이가 파양한 모모를 2013년 입양했다. 2015.08.04/뉴스1 © News1 변지은 인턴기자
2013년에는 친구가 풀숲에서 발견한 장모종 흰색 터키시 앙고라 암컷 고양이 '모모'를 입양했다. '모모'는 안지혜가 입양하기 전 한 번 파양당한 상처가 있다.

이후 재건축 아파트 주차장에 버려져 있던 러시안 블루 수컷 '까망이'를 2014년에 입양했는데 이미 중성화 수술을 받은 상태로 그 역시 버려진 아픔이 있다.

안지혜를 간택(?)한 고양이 '루삐'는 지난 해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다 처음 만났다. 당시 5~6개월 정도 되었던 루삐는 며칠 동안 그녀가 주던 사료를 먹다가 집에 돌아가려는 그녀의 차 뒷좌석에 따라 탔던 게 인연이 됐다.

"두 달 전 친구의 차 보닛 위에 있는 흰색 터키시 앙고라 고양이 2마리를 발견했어요. 주변분들 말에 따르면 차가 있던 오피스텔 주차장에 그 고양이들의 가족들이 더 있다고 했어요. 그곳에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숨어 지내기만 해서 상태가 많이 안 좋았기 때문에 전문가분들과 포획을 했죠. 총 네 마리를 포획했고 한 마리는 대전에 입양 보냈어요. 나머지 세 마리는 제가 임보(임시보호) 하고 있다가 키우게 됐어요."

대전으로 간 고양이 한 마리는 가정형편이 넉넉한 집에 입양되어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 안심이 된다고 했다.

"제가 키우게 된 고양이는 수컷 '모리', 암컷 '마리'와 '봉봉'이예요. 이 3마리를 '모리네'라고 불러요. '모리'는 정말 영리해서 포획할 때도 가장 애를 먹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다른 고양이들과도 잘 지낼 만큼 사교성도 좋고 애교도 많아졌어요."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 입양한 수컷 새끼 고양이 '쥐콩이'는 비 오는 날 길가에서 목이 찢어져라 울고 있는 고양이를 발견했다는 여동생의 연락을 받고 직접 찾아가 구조했다. 구조하고 보니 '루삐'와 꼭 닮았고 애교도 많았다고. 특히 최근 입양한 '모리'를 무척이나 잘 따라 새로운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안지혜의 세 번째 반려묘 '까망이'는 2014년도에 입양했다. 2015.08.04/뉴스1 © News1 변지은 인턴기자

안지혜의 네 번째 반려묘 '루삐'. 길냥이들의 밥을 챙겨주는 안지혜의 차 뒷좌석에 스스로 올라타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2015.08.04/뉴스1 © News1 변지은 인턴기자

"간혹 고양이를 많이 기르고 길냥이를 보살피는 캣맘으로 활동하면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시는 분들이 계세요. 저 또한 이렇게 고양이들을 많이 키울 거라 계획한 건 아니예요. 구조 후 적당한 입양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다시 한 번 고양이들은 버려지거나 안락사를 당해야 하는 아픔을 겪게 돼요. 그런 상황을 알기 때문에 모른 척 할 수 없었어요. 제가 책임질 수 있는 선에서 부모님의 동의를 얻어 고양이를 기르고 있어요."

그녀는 동물을 사랑하게 되면서 삶을 대하는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화됐고 동물, 환경 등 주변에 대해 따뜻한 시각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고양이들을 보살필 수 있는 더 강인한 사람이 돼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기면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삶의 목표를 지향해야 하는지가 조금 더 또렷해 졌어요. 과거에는 캐스팅이 됐다가 촬영 전날 무산되거나 인생에 고비가 생기면 혼자만의 동굴로 들어가는 편이었지만, 요즘에는 집에 있는 고양이도 돌봐야 하고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느라 우울해 있을 틈이 없어요."

그는 현재 서초구 '캣맘' 모임에서 TNR(길고양이를 포획한 뒤 중성화 수술을 시켜 포획한 장소에 다시 방사하는 것)봉사를 담당하고 있으며,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동물 관련 교육도 참가하고 있다.

그리고 매일 서초, 역삼, 강남역 부근 총 5곳에 길고양이들을 위해 하루에 한 번씩 사료와 물을 놓고 온다.

"차에 항상 고양이 사료를 가지고 다녀요. 일정이 있을 때는 스케쥴을 마치고서라도 꼭 식사를 챙겨주고 있어요. 간혹 뚱뚱한 길고양이들이 많이 먹어서 뚱뚱해진 것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잘 먹어서라기보다 염분이 있는 사람들이 남긴 음식물 찌꺼기를 먹어 부은 경우도 있거든요. 고양이들에게 신선한 물과 사료는 꼭 필요해요."

직접 만난 안지혜는 그동안 영화에서 보여줬던 강한 이미지와 달리 부드럽고 따뜻했다. 그녀는 2005년 단편영화 '온실'로 데뷔해 여러 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2006년과 2008년에는 러시아의 연극 무대에 오르는 등 착실히 배우로서의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안지혜가 4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5.08.04/뉴스1 © News1 변지은 인턴기자
"어렸을 적 나름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부모님께서는 연기보다는 다른 진로를 선택하길 바라셨어요. 하지만 저는 초등학교때부터 영화를 좋아했고 배우를 꿈꿔왔죠. 부모님 몰래 안양예고에 지원해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했어요. 저는 사람에게 각자에게 맞는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노력했던 만큼 잘되리라 믿어요. 올해 영화 2편의 작업에 참여했는데 앞으로도 다양한 역으로 대중에게 인사드리고 싶어요."

앞으로도 고양이들과의 행복한 삶을 꿈꾸고 있는 안지혜에게 길고양이 입양을 준비하는 예비 집사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동물이 죽을 때까지 키우겠다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길고양이는 마음을 여는 '순화'의 시간이 필요할 수 있으니 기다려주는 마음도 필요하고요. 세상은 사람들만의 것은 아니잖아요. 동물들도 생명이니 조화롭게 공존하며 살 수 있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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