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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애물단지 신세…'헌신짝' 된 반려동물
휴가철 애물단지 신세…'헌신짝' 된 반려동물
  •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승인 2015.08.14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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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 케어 답십리센터에 버려진 유기견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만큼 버려지는 반려동물 수도 한 해 8만여 마리에 이른다.

반려동물의 유기는 특히 휴가철에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 휴가철인 7~8월에는 유기견 발생 수가 월평균보다 20~30% 증가했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7월 한달간 유기된 동물은 8274마리로 올해 월평균 6707마리가 버려진 것보다 23.4% 늘어났다. 2014년 역시 7월 한달간 유기된 동물 수는 8684마리로 같은해 월평균 6761마리 버려진 것보다 28.4% 증가했다.

이달 초 국내·외에서 잇따라 반려동물의 '엽기 유기'사건이 발생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지난 4일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의 한 아파트 앞 도로변 산책로 풀숲에서 포대자루에 담겨 땅에 묻혀 있던 흰색 수컷 말티즈 한 마리가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 사건은 동물애호가들은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 당시 탈수와 극심한 스트레스로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했던 이 개는 털을 깎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였고, 목줄이 채워져 있었다.

개를 최초 발견한 시민은 "처음에 거의 숨을 못 쉴 정도였다"며 "포대에 얼굴 부분만 조금 나온 것을 보니 얼굴을 계속 흔들었던 것 같다"고 발견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엽기적인 반려동물 생매장 사건은 국경을 넘어서도 발생했다.

AFP통신 등 외신들은 이달 초 프랑스 파리 근교 한 폐기장에서 산 채로 땅에 묻힌 개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발견 당시 이 개는 누군가 도망을 가지 못하도록 목줄을 땅 속에 고정시켜 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충격적인 것은 개를 생매장한 범인이 바로 견주인 남성(21)으로 밝혀진 것. 경찰은 10살이 된 강아지가 노화로 관절염이 생기자 부담을 느껴 고의로 생매장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처럼 반려동물 유기 행위가 계속되는 이유로 양육자의 무책임이 1차 지적되겠지만, 성숙하지 못한 문화와 만만찮은 비용 발생 역시 문제로 언급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개와 고양이 평균수명인 15년동안 키울 경우 2013년 기준 반려견은 2111만8000원, 반려묘는 1996만3000원이 소요된다. 지출 비용에는 반려동물 입양대금을 비롯해 사료비, 동물병원 진료비, 미용서비스 등이 포함됐다.

반려견 입양대금은 31만8607원으로 반려묘(28만6627원)보다 3만원 가량 비싸며, 사료, 진료비, 미용비 등 월 지출비용은 반려견 11만4446원, 반려묘 10만8204원으로 조사됐다. 장묘 비용(5kg 이하)은 20만원으로 동일했다.

막상 키우다 보니 비용에 따른 부담도 만만치 않고, 동물을 버려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누군가 대신 키워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심리와 맞물려 휴가철 반려동물 유기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2015.08.04/뉴스1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반려동물 유기문제는 큰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한해 버려지는 동물은 2014년 기준 8만1147마리로 등록된 동물 88만7966마리 가운데 9.1%에 이른다. 10마리 중 1마리가 버려지는 셈이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버려진 동물은 4만6951마리에 이른다.

이런 유기동물을 처리하는 데에 한해 104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때문에 동물보호단체들과 지자체, 일부 동물병원들이 나서 반려동물 교육 및 유기동물 입양 캠페인 등을 벌이고 있으나 효과가 아직 미미하다.

이젠 반려동물 문화가 '국격'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고 있다.

반려동물 문화 선진국들 역시 유기동물은 발생하고 있지만 이후 입양이 활발하게 진행된다. 여기에 애초 펫숍 등에서 판매되는 반려동물의 가격이 비싸 섣불리 동물을 양육하지 못하게 한다.

먹거리 등 소비재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미국에서 유독 '개 값'이 비싼 것도 '책임 사육'을 강조하는 문화와 무관치 않다.

실제 미국에서는 요크셔테리어 한 마리 가격이 1000달러(118만원) 가량인 반면, 서울 중구 충무로 애견 거리에서는 같은 견종이 30만원에 거래된다.

홍연정 웨스턴 동물의료센터 원장은 "이번 강아지 생매장 사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기적인 기준을 버리고, 동물도 우리와 같은 귀중한 생명으로 인식해주었으면 한다"면서 "웨스턴 동물의료센터는 앞으로 유기동물의 치료 및 희귀 질환 수술, 기부 활동 등을 통해 유기동물 보호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2차 전문진료 병원 웨스턴 동물의료센터 수술 모습.(사진 웨스턴 동물의료센터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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