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07:43 (토)
국회가 ‘동물국회’ 자처하고 나선 이유는?
국회가 ‘동물국회’ 자처하고 나선 이유는?
  •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승인 2015.08.18 14: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물복지국회포럼(공동대표 박홍근·문정림 의원)' '이 지난달 6일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창립식을 개최했다.(사진 박홍근 의원실 제공)© News1 © News1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거리에 버려지는 동물이 2014년 기준 8만1147마리로, 등록된 동물 88만7966마리 가운데 9.1%에 이른다. 이런 동물을 처리하는 비용으로 한해 104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시대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반려동물 10마리 중 1마리가 버려지는 등 최근 동물 학대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발맞춰 최근 국회는 '동물국회'를 자처하고 나섰다. 동물의 복지를 모색하고자 여야 국회의원들이 입을 모은 것이다.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과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 39명은 지난달 '동물복지국회포럼'을 출범시켰다.

헌정사상 최초로 동물복지를 위해 모임까지 결성한 국회. 그렇다면 입법기관으로서의 자화상은 과연 어떨까.

◇이제서야 '눈 뜬' 국회…수년째 잠자고 있는 법안들

그동안 동물복지 관련 법안 및 정책 추진은 개별적·산별적으로 이뤄져 정책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문정림 의원실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동물복지' 관련 법안은 총 56건으로 이 가운데 10건만 국회를통과했다. 발의 법안 가운데 20%에 못미치는 성적이다.

상임위별 발의 건수는 Δ농해수위 37건(7건 통과, 30건 계류) Δ복지위 4건(0건 통과, 4건 계류) Δ기재위 4건(0건 통과, 4건 계류) Δ환노위 11건(3건 통과, 8건 계류) 등이다.

계류중인 총 48건의 법안 가운데는 수년째 상임위 검토조차 없이 잠자고 있는 것들도 있다.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2013년 9월 대표발의한 '동물원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내에는 동물원과 관련한 별도의 법률이 없다. 심지어 국내 동물원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공원시설중 교양시설로 분류돼 있다. 또 '자연공원법'으로는 공원시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상 박물관의 한 종류로 취급되고 있다.

현재는 동물원에서 동물학대가 일어나도 이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는 셈이다.

이에 동물원의 올바른 운영과 사육동물의 복지 구현을 위한 '동물원법'이 발의됐으나 2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처럼 동물복지 관련 계류 법안은 '동물보호법 개정안'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 '수산자원관리법 개정안'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안' '사료관리법 개정안' '수의사법 개정안' '곤충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화장품법 개정안'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 개정안'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 '생물다양성 보존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 '동물원관리·육성에 관한 법률안' '사육 곰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 등이 있다.

문정림 의원은 "동물복지 관련 법안 속 내용을 항목별로 묶어서 심의하고 조정할 필요가 있다. 항목별로 묶어 심의하면 효율적인 조정도 가능하다"면서 "계류 법안 내용에 대한 이견이 적은 법안, 상임위 검토보고서상 부정적 의견이 적은 법안,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에 포함된 내용의 법안부터 우선순위를 두고 처리하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달리는' 선진국들…적극성·다양성 확보해 법제화

지지부진한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오래 전부터 동물복지에 대한 법제화가 진행돼 왔다.

동물복지 선진국들은 단순히 학대를 금지하는 소극적 동물보호법은 물론이고 동물이 생명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적극적 내용까지 명문화했다.

특히 반려동물 복지, 농장동물 복지와 운송, 군용동물 및 실험동물 관리 등 법제의 다양성도 확보하고 있다.

동물복지가 가장 앞선 곳은 유럽연합(EU)이다.

1822년 최초의 동물보호법인 영국의 마틴법을 시작으로 1911년 동물보호법을 제정하고, 동물복지까지 포괄한 동물복지법을 1996년에 만드는 등 지속적으로 동물보호에 나서고 있다.

동물복지 문제를 담당하는 기구인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도 1842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설립됐다.

1997년부터 EU 이사회는 Δ기아·갈증으로부터의 자유 Δ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Δ고통·상처·질병으로부터의 자유 Δ정상적인 활동을 할 자유 Δ공포·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 등 '5가지 자유'를 동물복지의 기본원칙으로 삶고 있다.

동물이 굶주림을 면하는 수준을 넘어서 안락하게 사육받고, 적절한 활동 공간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현재 EU는 어미돼지의 스톨(금속틀) 사육금지, 8시간 이상 동물운송에 이용되는 차량에 대한 공식인증 및 위성항법장치 설치 의무화 등 도축에서 운송에 이르기까지 동물복지를 위한 세부적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동물의 '복지'가 처음 언급된 것은 1970년의 '동물복지법'이다. 벌써 45년의 법제화 역사가 있다.

연방법인 동물복지법에서는 개와 고양이를 상업적 용도로 번식시키려면 농무부에서 허가증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적절한 시설, 청결한 위생상태, 물과 사료의 공급, 온도조절, 수의사에 의한 정기적 검진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연방법 외에 26개의 주(州)에서는 주법으로 케이지의 크기를 명시하고 철사로 된 케이지를 금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어미개가 일생 동안 임신하는 횟수를 5번으로 제한하거나, 야외에서 정기적으로 운동을 시킬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일본은 동물학대에 대한 사회적 반성으로 1973년 '동물보호 관리법'을 제정했다.

여기에는 실험동물 복지원칙인 '3R'이 명시돼 있다. '3R'은 실험동물 이외의 방법으로 대체(Replacement), 실험동물 숫자의 감축(Reduction), 실험동물의 고통 경감(Refinement) 등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