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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인증', 알고보니 동물복지에선 허점투성이
'친환경 인증', 알고보니 동물복지에선 허점투성이
  •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승인 2015.08.3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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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 축산농가에서 사육되는 돼지 모습. 스톨에서 감금 사육되는 공장식 축산 방식과 다르다.(사진 카라 제공)© News1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축산물 가운데 동물복지까지 고려한 '착한' 축산물은 극히 일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친환경 인증을 받은 축산물이더라도 실제 '동물복지'를 고려한 농가에서 생산된 제품이 아닌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동물복지 축산물' 선택이 제한을 받고 있다.

31일 동물보호단체 카라(대표 임순례)에 따르면 현재 정부가 운영하는 인증제 가운데 축산물에 적용되는 인증은 '동물복지 축산농장', '무항생제 축산물', '친환경 유기축산물',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 '농산물 우수관리(GAP)', '저탄소 농축산물' 등 6개다.

축산물 인증은 크게 동물복지, 친환경, 식품안전, 품질 등 핵심가치에 따라 분류된다.

동물복지 인증은 동물의 복지를 고려하고, 친환경 인증은 농산물과 축산물 모두에 적용되는 인증인데 축산물 부문은 유기축산물 인증과 무항생제 인증으로 나뉜다.

HACCP 인증은 식품안전을, GAP 인증은 농수축산물의 품질을, 저탄소 인증은 기후변화에 따른 온실가스 저감을 중시한 축산물에 부여된다.

이 가운데 동물의 복지까지 고려한 인증은 '동물복지' 인증과 '친환경 유기축산물' 인증 단 2개뿐이다.

인증을 받은 농가 수로 보면 올해 8월 기준 전 축종을 통틀어 '동물복지' 68곳, '친환경 유기축산물' 75곳에 그치는 등 국내에 140개 농가 밖에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소, 돼지, 닭, 오리를 사육중인 전체 농가 수 11만 3510곳(2015년 6월 기준)의 0.12%에 불과한 수치다.

동물복지 인증은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한 동물복지축산농장에서 생산된 축산물에 대한 인증으로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관리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발표한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2015~2019년)'에 따르면 동물복지 인증 축종은 매년 확대되고 있다.

2012년 산란계(계란을 얻기 위한 닭)에 첫 도입된 후 2013년 돼지, 2014년 육계(고기를 얻기 위한 닭)로 확대됐다.

올해에는 한·육우, 젖소, 염소까지 적용됐으며, 2016년에는 오리·사슴·메추리 등으로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동물복지 축산농장은 산란계 64곳, 돼지 3곳, 육계 1곳에 불과해 동물복지 인증은 계란, 극히 일부의 돼지고기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동물복지 육계 인증 농가는 지난 7월에 처음 나왔으며, 소·오리 등에 대한 인증 농가는 아직 전무한 상태다.

동물복지 축산농가에서 사육되는 닭의 모습. 배터리 케이지에서 감금 사육되는 공장식 축산 방식과 다르다.(사진 카라 제공)© News1© News1

친환경 인증을 받은 축산물이더라도 '동물복지'를 고려한 농가에서 생산한 제품은 극히 일부분이다.

지난해 말 기준 친환경 축산물 인증을 받은 전체 농가 8275곳 가운데 유기축산물 인증을 받은 농가는 97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8178곳은 무항생제축산물 인증이다.

동물복지나 유기축산물 인증 농가에서는 일반 농가보다 낮은 가축 사육밀도, 철제 사육틀인 케이지나 스톨을 이용한 감금식 사육 제한, 동물의 기본적 욕구를 배려한 환경조성 등 동물복지 요소가 인증 요건에 포함돼 있다.

반면, 무항생제·HACCP 인증 등을 받기 위한 요건에는 동물복지를 고려한 요소가 전혀 없다.

케이지나 스톨 등 좁은 공간에서 동물을 감금 사육해도 해당 요건만 충족되면 무항생제·HACCP 인증 등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무항생제 인증은 소비자들로부터 항생제 등 동물용의약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축산물로 오해되곤 한다.

실제 무항생제 인증 제품의 포장에는 '항생제가 쓰이지 않았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친환경' 등의 문구나 연관 이미지가 포함돼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무항생제 축산물은 항생제, 합성항균제, 호르몬제가 포함되지 않은 무항생제 '사료'를 급여하여 사육한 축산물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무항생제 축산물은 관련 법규상 동물용의약품을 사용하는 데 사실상 제약이 없는데다 실제 일반 축산물과 유사한 정도로 동물용의약품을 사용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일반적으로 항생제를 쓰지 않는다는 의미의 '무(無)항생제' 명칭을 사용하면 소비자의 오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히고 농림축산식품부에 시정조치를 권고한 바 있다.

김현지 '카라' 간사는 "공장식 축산이 99%를 차지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동물의 복지를 존중한 1%의 축산물을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며 "'공장에서 기계로 물건을 찍어내듯' 육류와 달걀, 유제품을 마구 생산하고 있는 공장식 축산은 지금 이순간에도 질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간사는 이어 "동물복지를 추구하는 인증과 그렇지 않은 축산물 인증이 분명히 구별되어 소비자 혼동이 없어야 할 것"이라며 "무항생제와 HACCP 인증을 받고서 닭을 배터리 케이지에서 키우고 돼지를 스톨에 계속 가두어 동물을 학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친환경 무항생제 인증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012년 실시된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보호 국민의식 조사결과 응답자의 36.4%는 "동물복지 축산물에 대한 구입의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각종 인증 가운데 동물의 복지까지 고려한 것은 '동물복지' 인증과 '친환경 유기축산물' 인증 단 2개뿐이다.(카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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