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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단의 대모' 박경리, 흙 만큼 사랑했던 동물은?
'한국 문단의 대모' 박경리, 흙 만큼 사랑했던 동물은?
  • (서울=뉴스1) 김지유 기자
  • 승인 2015.12.02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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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경리 선생의 옛집 모습.© News1 윤창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유 기자 = 한국문단의 기념비적인 작품인 대하소설 '토지(土地)'의 작가 고(故) 박경리 선생(1926~2008). 2일은 박경리 선생의 탄생 89주년이 되는 날이다.

시대적 흐름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을 세밀하게 그려낸 박경리 선생은 생전 고양이를 20마리나 기르고, 고양이를 소재로 한 다수의 작품을 남긴 '애묘인'으로 유명하다.

1957년 '현대문학' 10월호에 발표한 소설 '영주와 고양이'는 6.25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연이어 아들까지 하늘나라로 보낸 뒤 외동딸 영주와 사는 미망인 '민혜'의 고독한 삶을 다룬 작품이다.

영주가 기르는 고양이 '애데'는 괴롭고 절망적인 현실을 살아가는 민혜 모녀에게 웃음을 짓게 만드는 좋은 친구이자 희망을 암시하는 존재로 그려졌다.

이후 '영주와 고양이'를 어린이들이 읽기 쉽게 현대 아동문학으로 고쳐 쓴 단편동화 '돌아온 고양이'(2006년·작은책방)을 발간하기도 했다.

또한 1990년 출간한 시집 '도시의 고양이들'(동광)에서 박경리 선생은 사람들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사는 길고양이들의 고달픈 삶에 대해 직접 언급했다.

이밖에 시집 '우리들의 시간'(2000년·나남)에 수록된 '눈꽃', '아침', '들고양이들', '살구라는 이름의 고양이', '유배' 등의 작품에서도 고양이에 대한 박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을 볼 수 있다.

2008년 5월 5일 향년 82세의 나이로 작고하기 전까지 집필했던 39편의 시를 모아 엮은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마로니에북스)에 수록된 '옛날의 그 집'은 고양이에 대한 선생의 남다른 사랑을 엿볼 수 있다.

박경리 선생은 생전 자신이 돌보는 고양이들을 자주 언급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2005년 4월 '토지문화관'에서 열린 강연에서는 자신이 돌보는 20마리의 고양이에 대해 언급하면서 생명존중 사상을 설파했고, 1995년 발간한 강의모음집 '문학을 지망하는 젊은이들에게'(현대문학)에서는 들고양이들의 모정이 눈물겹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박경리 선생의 생가인 '박경리 문학공원'에 가면 선생과 함께 곁에 작은 고양이 한마리가 다소곳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너도 먹고 나도 먹고 같이 먹고 살아야지"라고 말하며 남은 음식은 깨끗이 씻어 말린 후 들고양이들에게 나눠주어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집으로 유명했다는 일화도 있다.

고(故) 박경리 선생.(자료사진)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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