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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떠도는 유기동물들 '비참한 삶'
길거리 떠도는 유기동물들 '비참한 삶'
  •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승인 2016.01.0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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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에 접어들었다. 농협경제연구원은 2020년 반려동물 시장을 6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쑥쑥 커가는 반려동물 시장의 이면엔 '동물학대'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다. 한국 사회는 이 그림자를 없애기엔 아직 많은 한계가 있다. 동물보호법은 걸음마 수준이고,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몇 년 째 잠을 잔다. 동물학대 관련 이슈는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고, 한해 10만마리에 가까운 유기동물이 발생해 길거리를 떠돌며,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애견숍에 진열된 강아지를 분양 받는다. <뉴스1>은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시리즈 기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반려동물 입양문화를 점검해 본다.

강원도 원주에서 구조된 유기견의 모습. 사진은 구조 당시 모습. (케어 제공) © News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최근 강원도 원주에서 구조된 유기견 한 마리. 이 개는 발견 당시 살아 있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그 모습이 처참했다. 개는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사시나무 떨 듯 떨었다. 개가 먹은 것으로 보이는 음식엔 구더기가 들끓었다. 동물보호단체 '케어'가 즉시 병원으로 이송했을 땐 다행히도 빈혈과 피부병 말고는 심각한 문제가 없었다. 구조된 개는 현재 '현아'라는 이름을 달고 입양단체에서 보호자를 기다리고 있다. '어두웠던 과거'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말끔해진 건 물론이다.

#지난해 한 방송 프로그램이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진 '화살 맞은 고양이' 사건. 경남 창원의 한 도로에서 화살에 몸이 관통된 채 발견된 길고양이는 화살을 맞은 지 3일 만에 주민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건졌다. 고양이에게 화살을 쏜 범인은 "밤새도록 시끄럽게 해 화가 난 상태에서 아침에 음식물쓰레기를 뒤지고 있는 고양이를 보곤 너무 화가 나 화살을 쐈다"고 했다. 다행히 이 고양이는 건강을 많이 회복했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구 수가 늘어나면서 관련 시장 또한 커지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원은 2020년에 반려동물 시장이 6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따뜻한 집에서 보호자들과 행복하게 지내는 동물들이 있는 반면 길거리를 떠돌며 하루하루를 버텨야 하는 동물도 있다. 학대와 사고에 노출된 채 거리를 떠도는 유기동물들은 연 평균 7만 마리에 달한다.

지난해 9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박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버려진 반려동물은 37만2767마리나 된다. 개가 24만8263마리(66%), 고양이가 11만9701마리(32%)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2010년 6만7395마리, 2011년 6만3286마리, 2012년 7만8580마리, 2013년 8만 3223마리, 2014년 8만283마리의 반려동물이 유기됐다.

하지만 이 통계는 정확하지 않다. 동물보호소에 입소한 유기동물이 동물보호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사례가 많은 데다 아직 구조되지 못하고 길거리를 떠도는 동물은 그 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유기동물의 앞날엔 딱 두 가지의 삶만 놓여 있다. 구조돼 보호소에 보내지지 않으면 길거리를 계속 떠돌아야 한다. 두 삶 모두 동물의 행복을 보장하진 못한다.

구조되지 못해 거리를 떠도는 유기동물들은 각종 범죄와 사고에 노출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2~2014년) 서울시내에서 차에 치여 죽은 동물이 1만5000마리가 넘는다. 서울에서만 하루 평균 약 15.3마리가 도로에서 비명횡사한다.

로드킬로 죽은 동물 중 개는 2359마리(11.2%), 고양이는 1만7007마리(81.2%)다. 약 90%가 반려동물인 셈. 대부분 버려지거나 길에서 태어나 정처 없이 거리를 떠돌다 사고를 당한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 동물보호소의 모습. (자료사진)

유기동물은 구조돼도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없다. 삶과 죽음이 딱 10일(공고 기간) 안에 결정되기 때문이다.

유기동물은 구조 후 각 지자체에 있는 동물보호소로 보내진다. 입소한 동물들은 인도·분양·안락사 등의 방식으로 처리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0~2014년) 발생한 유기동물 37만2767마리 중 13만222마리(27%)가 새로운 보호자를 찾았다.

공고한 지 10일이 지나도 입양할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아 안락사당한 동물은 11만9317마리(25%), 입소한 뒤 자연사한 동물은 10만1755마리(21%)였다. 4마리 중 1마리가 안락사를 당하고, 5마리 중 1마리가 구조된 지 얼마 안 돼 죽는 셈이다.

동물보호단체 케어(대표 박소연·전채은)의 박소연 대표는 "보호소의 유기동물이 입양이 안 됐을 땐 안락사를 할 수밖에 없는데, 대다수의 보호소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마취제 없이 안락사를 해 고통스럽게 죽이거나 폐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감 있게 돌보는 교육이 선행돼야 하고, 반려동물 등록제가 정착돼 반려동물을 잃어버려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분별한 번식사업을 통해 태어난 반려동물을 파는 펫숍에서 어리고 예쁜 순혈종을 사기보단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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