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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맹견 기계톱 살해…대법 "동물보호법 위반 해당"
이웃집 맹견 기계톱 살해…대법 "동물보호법 위반 해당"
  •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승인 2016.01.28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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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뉴스1 © News1 변지은 인턴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공격받는 자신의 개를 지키기 위해 이웃집 맹견을 살해한 50대 남성이 유죄 취지의 대법원 판결을 받았다.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와 별개로 그 방법이 잔인하다면 동물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28일 동물보호법 위반,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김모(53)씨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씨는 2013년 3월 A씨 소유한 로트와일러 2마리가 자신의 진돗개를 물어뜯는 등 공격하자 기계톱으로 로트와일러 1마리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씨의 행동이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이는 행위를 금지한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제1호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조항은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이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의 입법 취지가 '정당하고 합리적 이유 없이'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이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따라서 김씨에게는 '자신의 개를 보호하기 위해 맹견인 로트와일러를 위협해 쫓아낼 수밖에 없었고, 자신까지 공격당할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이었다'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김씨 행위는 형법상 긴급피난에 해당돼 재물손괴죄 역시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도 동물보호법 위반죄는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재물손괴죄와 관련해선 형법상 긴급피난의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유죄로 판단, 벌금 30만원을 선고하면서 형을 유예했다.

대법원은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자체로 범죄 구성요건이 된다"며 하급심의 해석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해당 조항은 '정당한 사유'를 구성요건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며 "설명 정당화할 사정이 있더라도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씨의 경우 피해견의 등 부분부터 배 부분까지 절단하는 등 살해 경위와 도구, 방법을 비춰 볼 때 동물보호법을 위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잘못된 해석을 전제로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잘못이 있다"며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다만 재물손괴를 유죄로 본 원심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동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 국민 정서를 함양하는 데 이바지하고자 하는 동물보호법 취지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해석의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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