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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도 버릴 건가요?" 반려동물의 눈물
"가족이라도 버릴 건가요?" 반려동물의 눈물
  •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승인 2016.03.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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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양육 인구 1000만시대에 접어들었지만 버려지는 반려동물 또한 줄어들지 않고 있다. (자료사진) © News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서울 관악구에서 자취 중인 이모씨(28·여). 이씨는 3주 전 남자친구 최모씨(28)에게 웰시코기 한 마리를 건네받았다. 최씨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강아지를 한 번도 키운 적이 없는 여자친구가 걱정됐지만, 틈만 나면 웰시코기 세 마리가 나오는 TV프로그램 이야기를 늘어놓는 이씨의 설득에 결국 넘어가 한 마리를 선물했다.

아니나 다를까, 최씨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강아지 돌보는 게 너무 힘들다며 이씨가 전화를 걸어왔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여기저기 대소변을 싸놓질 않나, 내 신발 다 물어뜯어 놓질 않나. 왜 이런 애를 사줬어! 자기가 데려가서 키우면 안 돼?”

반려동물 양육 인구 1000만 시대다. 돈만 있으면 펫숍이나 동물병원은 물론 대형마트에서도 손쉽게 반려동물을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만만찮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급증하고 있는 것.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0~2014년) 발생한 유기동물 37만2767마리 중 공고기간 10일이 지나도 입양할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아 안락사당한 동물은 11만9317마리(25%)다. 4마리 중 1마리가 안락사를 당하는 셈. 동물보호단체들은 단지 귀엽고 예뻐 보인다는 이유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사람들로 인해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반려견이 경기도에 위치한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자료사진) © News1

동물보호단체들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보단 반려동물을 처음 입양한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경우가 많다.

동물보호단체 케어의 임영기 사무국장은 “한 번이라도 반려동물을 키운 적이 있는 사람들은 반려동물의 특성과 행동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반면 반려동물을 처음 입양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임 사무국장은 “상대적으로 애교가 적고 성격이 차분하지 않아 다루기 힘든 개·고양이가 주로 파양된다. 또 반려동물의 대소변 처리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보호자들 중 일부가 동물을 버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반려동물 입양센터 관계자는 신혼부부도 반려동물을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케어 답십리 입양센터의 김은일 팀장은 “당장 아이를 가질 계획이 없는 신혼부부들이 반려동물을 분양받거나 입양해 키우는 경우가 많은데, 2~3년 후 아기를 가지면 대다수가 반려동물을 포기한다”면서 “워낙 파양률이 높아 우리 센터는 신혼부부들의 입양을 전면 금지했다”고 밝혔다.

신혼부부들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강아지를 선호한다. 한 살 때 입양된 반려동물들이 2~3년 후 파양되면 3~4세가 되기 때문에 재입양도 어려워진다는 게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싱글족도 반려동물을 쉽게 버린다. 김 팀장은 “몸이 안 좋아지는 등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파양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모두들 자신 있게 ‘이렇게 예쁜 아이를 내가 버리겠냐’라고 말하며 반려동물을 데려가지만 헌신짝처럼 다짐을 내팽개친다”면서 살아 있는 생명을 다루는 문제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세태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걸 쉽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손길도 많이 가고 돈도 많이 든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반려동물을 10년 이상 함께 살아야 할 가족으로 생각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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