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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안심하고 해외여행 다녀오세요, 멍~"
"엄마 안심하고 해외여행 다녀오세요, 멍~"
  •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승인 2016.03.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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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손형주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엄마가 해외여행 간 동안 펫시터에게 맡겨진 반려견 두 마리가 잔디밭을 요리조리 뛰어다닌다. 잔디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는가 하면 서로 장난질도 하며 산책을 즐긴다. 얼마나 즐거운지 새끼 티를 벗지 못한 보스턴테리어 대니는 폴짝폴짝 뛰기까지 한다. "우리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소리에 반려견들이 펫시터를 향해 몰려든다.

펫시터 도영준씨(23·서울 용산구)의 일과는 오전 7시에 시작된다. 개를 데리고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는 게 가장 먼저 하는 일이다. 산책을 마치면 반려견들에게 아침밥을 먹이고 공놀이를 한다. 지친 반려견들의 낮잠 시간이 이어진다. 반려견들이 잠에서 깨면 도씨는 다시 반려견들과 집 앞 잔디밭에 나간다. 반려견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 놀이가 끝나면 반려견들은 돌아와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한다. 보호자 요청에 따라 자기 전 산책을 나가는 반려견도 있다.

펫시터는 반려동물을 가정에서 돌봐주는 '반려동물 돌보미'다. 펫시터에게 맡겨진 반려동물은 자기가 살던 집과 비슷한 환경에서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다. 펫시터는 반려동물을 케이지에 가두지 않는다. 한 번에 많은 반려동물을 위탁받지 않아 1대1 관리도 가능하다. 반려동물 성향에 따라 돌보는 방법도 다르고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하다.

'펫시터' 도영준씨(23)가 돌보고 있는 반려견들이 반려견 전용 침대에서 쉬고 있는 모습. © News1

◇위탁 동물 케이지에 가두지 않고 가족처럼 돌보니 만족도↑

도씨는 3년 전부터 지인들의 반려동물을 돌봐주다 지난해 12월 전문 펫시터가 됐다. 반려견을 세심하게 관리하기 위해 아내와 전문 인력 두 명이 그를 돕고 있다. 3개월여 만에 수십 마리의 반려견을 돌봤다. 재위탁률은 100%. 한국에선 아직 펫시터라는 게 낯설지만 최근 꾸준히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도씨는 반려견들이 갇히지 않고 집에 있을 때처럼 편안하게 생활한다는 점이 펫시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그는 "반려견들을 케이지에 가두면 반려견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심한 후유증이 오기도 한다"면서 "펫시팅은 가정에서 반려동물을 돌보기 때문에 케이지에 가두지 않는 건 물론 반려견 성향에 따른 맞춤 돌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도씨는 활동적인 개들은 집 안에서만 있는 걸 힘들어한다면서 산책과 놀이를 통해 에너지를 발산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탁받은 반려견들과 하루 두세 번씩 산책을 하는데 활동적인 개들은 더 오랫동안 산책을 시킨다"면서 "모두 개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중성화수술을 받지 않은 수컷은 여성을 잘 따르기 때문에 여성 펫시터가 관리한다. 이처럼 반려견 성향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는 가정 펫시팅만의 장점이다.

전염병에 걸릴 우려가 적다는 점도 펫시팅의 또 다른 장점. 도씨는 "'반려동물 십수마리를 돌보는 업체에 맡겼더니 파보장염에 걸려 왔더라'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종종 올라온다"면서 "펫시터는 자기 집에서 위탁견을 돌보기 때문에 위생에 더욱 신경 써 전염병에 걸릴 수가 없다"고 했다.

'펫시터' 도영준씨(23)가 돌보고 있는 반려견들이 잔디밭에서 뛰어 놀고 있다.© News1

◇ 하루 몇 번씩 위탁자에 반려견 사진 전송해 감동↑

도씨는 지난 1월 론칭한 반려동물 전문 플랫폼 '해피펫'의 '펫프(펫프렌드)'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9일부턴 해피펫의 회원인 B씨가 맡긴 수컷 보스턴테리어 대니를 돌보고 있다.

B씨가 펫시터에게 반려견을 맡긴 건 이번이 처음. 좀 더 맘 놓고 맡길 수 있는 곳을 찾다 해피펫 서비스를 알게 됐다고 했다.

펫시터들은 맡긴 반려견이 잘 지내고 있는지, 무얼 하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보호자에게 반려견 모습을 담은 사진이나 영상을 휴대폰으로 보내준다. 반려견 보호자는 해외에서도 자신의 반려견이 잘 지내고 있는지 시시때때로 확인할 수 있다. 도씨 또한 보호자들에게 하루에 두세 번씩 사진과 영상을 찍어 보낸다. 산책을 하는 모습이나 친구들과 놀고 있는 모습을 찍는다.

도씨는 "보호자에게 사진을 보내주니 '다시 우리 집에 오면 답답해 할 것 같아 데리고 오기 미안하다'고 하더라"면서 "반려견 보호자들에게 이런 말을 들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했다.

도씨는 한국도 하루빨리 펫시터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펫시팅은 반려견을 가장 안전하고 편안하게 돌보는 서비스"라고 강조하며 "펫시터 문화가 일찍 정착한 외국과는 달리 한국에선 아직까지 펫시터를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아 아쉽다. 한국의 반려동물 시장도 점점 커지는 만큼 펫시터 문화도 곧 뿌리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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