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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이 많이 빠진다는 이유로 버려진 새하얀 강아지
털이 많이 빠진다는 이유로 버려진 새하얀 강아지
  •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승인 2016.04.2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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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개는 은혜가 뭔지 압니다. 사랑과 관심만 주면 보호자 행색 따위야 신경 쓰지 않습니다. 반려견 보호자들은 때때로 감탄합니다. 물질만능주의에 지친 이들을 감동시키는 매력이 반려견에겐 있기 때문입니다. 자나 깨나 보호자 안위를 걱정하는 반려견의 모습에선 뭉클함마저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렇게 충성심이 강한 개에게 상처를 주는 보호자가 일부 있습니다. '가족의 발견(犬)'은 버림받고 학대받아 마음에 상처를 입은 유기견들에게 새 가족을 찾아주는 기획 시리즈입니다. 이 시리즈가 반려견은 물론 입양할 개를 물색하는 이들에게 가족의 새 의미를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팅커벨입양센터에서 새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루나. © News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구름처럼 털이 새하얀 조그만 개가 꼬리를 흔들며 기자에게 달려온다. 처음 본 사람인데 거리낌이 없다. '이렇게 찾아와줘 반갑다'고 말하고픈 건지 초롱을 담은 듯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뚫어지게 바라본다. 버림받은 과거가 기억나지 않는 건지, 자신을 버린 이를 벌써 용서한 건지, 사람에 대한 경계심은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가슴을 더 저리게 하는 개다.

두 살짜리 암컷 스피츠 루나는 1년 6개월째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팅커벨프로젝트 입양센터에서 살고 있다. 애견숍에 진열돼 있을 법한 외모를 가진 데다 사람을 잘 따르고 성격이 싹싹해 루나는 센터 직원과 회원들에게 인기가 많다. 입양센터에 방문하는 이들이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왜 버려졌냐”고 물을 정도다. 사람들은 루나가 버려진 이유를 듣고 나면 하나같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미용을 한 뒤 해맑게 웃고 있는 루나. © News1

루나는 강아지였을 때인 지난 2014년 9월 경기 고양시의 한 공사장에 버려졌다. 루나를 발견한 팅커벨프로젝트 회원에 따르면 공사장 컨테이너 사무실 옆 야적장에 묶인 채 방치돼 있었다. 흙먼지를 내뿜는 대형 화물차량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오가는 곳에서 작디작은 루나는 공사장 관계자들에게 밥과 물을 얻어먹으며 하루하루를 연명했다.

루나가 보호자로부터 버림을 받은 건 바로 털 때문이다. 태어난 지 6개월도 안 된 루나는 털이 많이 빠진다는 이유로 버려졌다. 매력 포인트인 하얗고 보드라운 털이 루나에겐 크나큰 상처를 안겨준 존재가 돼버린 셈이다.

루나를 돌보던 공사장 관계자에 따르면 루나는 ‘퍼피밀(강아지공장)’에서 태어났다. 다른 퍼피밀 출신 강아지들처럼 젖을 떼기도 전에 애견숍에 팔려갔다. 그렇게 애견숍 진열장에서 보호자를 기다리다 새 가족을 만났다.

루나의 보호자는 ‘예쁜 강아지를 사달라’고 조르는 딸의 등쌀을 견디다 못해 애견숍에서도 유독 도드라진 외모를 가진 루나를 샀다. 하나의 생명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루나를 덜컥 구입한 이들에게 루나는 가족이 아닌 장난감이었다.

공사장 관계자는 루나의 보호자가 공사장에서 일하는 지인에게 루나를 맡기며 “털이 많이 빠져 도저히 못 키우겠다. 공사장에 묶어 놓고 누가 달라고 하면 줘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고 말했다.

그렇게 황당한 이유로 보호자에게 버림받은 루나는 공사장에서 약 보름간 지내다 2014년 10월 팅커벨프로젝트 입양센터에 입소했다.

많은 유기견이 이해하기 힘든 이유로 버림을 받는다. 루나 역시 털이 빠진다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삭막한 공사장에 버려졌다. 화곡동 팅커벨프로젝트 입양센터가 자랑하는 귀염둥이 루나는 털이 빠지면 빗겨주고 쓰다듬어 줄 진짜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팅커벨프로젝트에서 만든 입양 홍보물.©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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