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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들의 아이돌이 되고 싶습니다"
"집사들의 아이돌이 되고 싶습니다"
  • (서울=뉴스1) 김지유 기자
  • 승인 2016.05.0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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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캣스타' 박상민씨.© News1

(서울=뉴스1) 김지유 기자 = "고양이는 저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와 같은 존재입니다. 고양이를 주제로 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만들고 싶습니다."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한 카페에서 지난달 28일 발표한 싱글 앨범 '고양이 별'을 발표한 작곡가 캣스타(본명 박상민·34)를 28일 만났다.

그는 2년전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4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그만뒀다. 그는 한 때 꿈도 모른 채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한 평범한 남성이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대기업에 다니며 경제적으로는 안정됐지만 가슴 속에서 꿈틀대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30대 초반 직장을 다니며 음악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신의 인생에서 풀어야 할 '숙제' 같았던 음악을 본격적으로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미련없이 사표를 던졌다.

그가 음악을 시작하겠다고 회사를 박차고 나왔던 시기, '고양이 별'의 주인공이자 현재의 반려묘인 '시저(2)'를 만났다. 당시 음악의 방향성을 고민하던 그는 시저에게서 영감을 받았고 시저는 그의 뮤즈가 됐다.

"예명 '캣스타'는 첫 번째 싱글 제목인 '고양이 별'에서 따왔어요. 사랑하는 존재를 떠나보낸 슬픔을 표현한 곡이에요. 가사에는 고양이가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지만 교통사고를 당해 생사를 오가던 길고양이 시저가 건강해지기까지의 과정을 곁에서 지켜봤던 제 경험이 투영돼 있어요."

그는 2014년 7월 유기묘 입양을 알아보기 위해 접속한 온라인 고양이 카페에서 교통사고로 3번의 대수술을 받은 후 갈 곳이 없었던 시저를 알게 돼 임시보호까지 맡았다.

당시 시저는 횡격막이 찢어졌고 폐가 장기에 눌려 숨도 잘 쉬지 못했다. 또한 고양이 피부병인 '링웜' 때문에 온몸이 상처투성이고, 다리는 골절돼 깁스를 하고 있었다.

임시보호 당시 시저 모습.© News1

박씨가 보호하던 기간 중에도 시저는 방광결석으로 한 차례 더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결국 고통스런 시간들을 잘 견뎌낸 시저를 그는 그해 크리스마스날 가족으로 맞이했다.

"시저란 이름은 혹성탈출에 나오는 침팬지 무리의 대장 캐릭터로 구조자분께서 붙여준 이름이에요. 무리로부터 쫓겨났다가 다시 대장으로 재기한 시저처럼 건강해지라는 의미라고 해요. 그래선지 시저가 벌써 두 살이 됐고, 사고 후유증으로 높은 곳을 오르내리는 것은 잘 못하지만 많이 좋아졌고 지금은 건강해요."

그는 '고양이 별'을 울면서 만들었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 큰 남성이 새벽에 청승맞게 울면서 작업했다는 것이 웃기지만 곡을 만들 당시에는 시저가 죽음을 오가던 때가 떠올라 너무 슬펐다고. 그만큼 '고양이 별'에 진정성을 담았다고 했다.

현재 그는 두 번째 싱글 준비에 바쁘지만 주변 사람들의 고양이를 돌봐주거나 갈 곳없는 고양이들의 임시보호자가 돼 주기도 한다.

이런 그가 한 때는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고양이는 시끄럽게 울어대거나 사람만 보면 도망치는 동물로 생각했다고. 하지만 2010년 태국과 라오스 등지를 한 달 간 여행하면서 고양이에 대한 생각이 바꼈다.

"여행을 다닌 지역의 길고양이들은 사람을 피하지 않고 손짓을 하면 밥 먹는 테이블에 스스럼없이 올라오고 정말 친화적이었어요. 그때 고양이가 이런 동물이구나 하는 인식전환의 스위치가 켜졌죠. 고정관념처럼 박혀 있던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사라지고 그때부터 고양이를 좋아하게 됐어요."

그는 여행을 다녀온 후부터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그리고 품종묘를 선호하는 국내 정서 때문에 많은 이들로부터 배척당하는 길고양이에게 더 애정이 갔고, 길고양이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그리고 그 관심이 결국 음악 세계로 스며들었다.

"현재 두 번째 싱글을 작업 중인데 '고양이 별'과 달리 밝고 발랄한 템포의 음악이에요. 현재 곡과 잘 어울리는 가사를 고민하고 있고, 가수도 찾고 있어요. 고양이를 위한 가사를 고민 중이에요. 꿈이 집사들의 아이돌인 만큼 좋은 곡들로 인정받아 고양이들을 위한 캠페인 등을 해보고 싶어요."

고통스런 시간들을 잘 견뎌내고 가족이 된 시저.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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