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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찾아 정처 없이 떠돌던 행려견
주인 찾아 정처 없이 떠돌던 행려견
  •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승인 2016.05.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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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벨프로젝트 입양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백설이. © News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2014년 7월 서울 성동구 마장동의 한 골목. 먼지를 까맣게 뒤집어 쓴 몰티즈 한 마리가 무더위가 절정에 이른 거리를 떠돌고 있었다. 개의 행색은 추레했다. 너절하고 곱슬곱슬한 털이 몸을 뒤덮은 데다 지독한 지린내까지 풍겼다.

어딘가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걷던 떠돌이 개가 갑자기 멈춰선 곳은 한 세탁소 앞. 여느 때처럼 세탁물과 씨름하던 주인아주머니의 눈에 후줄근한 행려견이 들어왔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몰티즈가 갑자기 세탁소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주인아주머니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전날 비를 많이 맞았는지 흠뻑 젖어 있었어요. 나가라고 해도 계속 들어와 도움을 청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라고요. 도와주고 싶어도 뭘 해줄 수 있는 게 있어야죠. 개를 안 키우니 사료도 없고…. 그래서 길 잃은 개인 것 같으니 데리고 가라고 구청에 신고했죠."

몰티즈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유기동물 보호소에 보내졌다. 보호소에 간 떠돌이 개에게 남은 시간은 딱 10일. 그 기간까지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 대상 명단에 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열흘이 지나 몰티즈는 안락사 대상이 됐다.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구조될 당시의 백설이(왼쪽)와 동해. © News1

그런데 몰티즈에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주인아주머니 세탁소를 이용하던 한 동물보호단체 회원이 사연을 듣고 소속 단체에 몰티즈 구조를 요청했다. 정처 없이 떠도는 몰티즈가 애처로웠던 회원들은 구조에 팔을 걷어 붙였고, 몰티즈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 극적으로 살 수 있었다.

그렇게 살아난 몰티즈는 먼저 동물병원으로 이송됐다. 수의사는 장염 말고는 아픈 곳 없이 건강한 여섯 살짜리 암컷이라고 했다. 건강 상태로 봐선 보호를 받고 큰 가정견이었던 게 분명하다고도 했다.

떠돌이 생활을 청산한 만큼 몰티즈에겐 새 이름이 필요했다. 목욕을 시켰더니 눈처럼 흰 털이 매력적이었다.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백설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사연이다.

현재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팅커벨프로젝트 입양센터에서 생활하는 백설이는 센터를 찾는 봉사자들과 회원들에게 '귀염둥이 떼쟁이'로 통한다. 사람을 보면 애교를 부리며 안아달라고 졸라대는 통에 이런 별명이 붙었다.

구조 당시부터 지금까지 백설이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는 "전 주인에게 버림받은 뒤 따가운 햇볕과 차가운 비를 견디며 하염없이 떠돌아다녔을 백설이의 아픈 상처가 하루빨리 치유됐으면 좋겠다"면서 "산책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백설이에게 평생 함께 좋은 곳을 걸을 수 있는 가족이 나타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팅커벨프로젝트 입양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백설이.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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