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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아저씨의 동행]가시덤불에 버려진 말티즈 포근이와 햇살이①
[뚱아저씨의 동행]가시덤불에 버려진 말티즈 포근이와 햇살이①
  • (서울=뉴스1) 라이프팀
  • 승인 2016.05.1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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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덤불에서 구조한 포근이와 햇살이. © News1

(서울=뉴스1) 라이프팀 = 몹시 추웠던 2년 전 겨울에 있었던 일입니다. 서울 은평구 수색동에서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로 가는 길엔 가시덤불이 숲을 이룬 공터가 있었습니다. 아파트 공사장 부지인지 공터 둘레엔 철조망이 둘러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털이 새까맣게 변색된 말티즈 강아지 2마리가 굶주리고 있었습니다.

이 강아지들이 가여웠는지 누군가가 밥을 챙겨 준 듯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동안 계속된 강추위 탓에 밥이 땡땡 얼어 먹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가시덤불에서 지내던 포근이와 햇살이의 모습. © News1

그 길을 매일 지나다니던 한 분이 있었습니다. 사업실패 후 버스 운전 연수를 받고 있던 40대 남성이었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누구를 돌볼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 버려진 두 마리의 강아지를 보게 된 것입니다. 가엾은 모습의 강아지들을 차마 그냥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수색에서 서오릉 가는 공터의 가시덤불에 버려진 말티즈 강아지를 구해주세요."

형편이 어려웠던 이 남성은 도움을 요청해서라도 강아지들을 살리고 싶었던 겁니다.

사연이 팅커벨 프로젝트에 전해졌습니다. 팅커벨 회원들은 너무도 가엾은 이 강아지들을 구하고 싶었지만 야지에 있는 강아지는 잡기가 힘들다는 것을 잘 알기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강아지 구조 경험이 많았던 뚱아저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서 포획을 무사히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그 강아지들을 그대로 두면 얼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일단 가보기로 했습니다.

사연을 올린 남성의 연락처를 알아내 연락을 했습니다. 그리고 강아지들이 있는 곳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차가 지나다니는 길이지만 인적은 드문 곳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땡땡 언 밥은 누가 가져다 놓은 건지…. 그리고 주변을 살펴보니 꽁꽁 언 사료도 한 줌 놓여 있었습니다.

우리는 함께 강아지들을 포획하기로 했습니다. 양쪽에서 서서히 접근했습니다. 다행히 강아지 한 마리는 크게 저항하지 않아 바로 잡을 수 있었습니다. 나머지 한 마리가 문제였습니다. 가시덤불에 들어가서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냥 놔둘 수 없었습니다. 점퍼가 다 찢어지고 손등은 가시에 긁혀 엉망이 됐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다른 한 강아지까지 무사히 구조했습니다.

구조 직후 포근이와 햇살이의 모습. © News1

구조한 두 강아지를 데리고 팅커벨 프로젝트의 연계병원으로 갔습니다. 건강 검진 결과 특별한 이상은 없었습니다.

추운 날 구조한 두 강아지에게 '포근이'와 '햇살이'라는 따뜻한 이름을 선물했습니다. 그렇게 포근이와 햇살이는 우리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홍역이 발병했습니다. 홍역은 강아지들에게는 치명적인 병입니다. 서로를 의지한 채 추위와 배고픔을 견뎌내며 겨우 생존했는데 이렇게 홍역으로 무참히 죽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물병원 원장님께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주세요. 살려만 주세요." 두 강아지를 살릴 수만 있다면 병원비가 얼마 들어가든 상관없었습니다.

병원에서 홍역 치료를 받던 포근이. © News1

홍역은 전염성이 강해 병원에서도 치료를 꺼립니다. 하지만 저의 간곡한 부탁을 받은 원장님이 특별 격리실을 만들어 두 강아지를 돌봐주셨습니다.

홍역에 걸린 두 녀석의 눈엔 눈꼽이 가득했습니다. 식욕이 없으니 사료도 먹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병이 바로 홍역입니다. 원장은 일주일이 고비라고 했습니다.

일주일이 지나자 햇살이의 상태가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포근이는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병원 측의 허락을 받고 격리 병실에 들어갔습니다. 축 처져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포근이를 보니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정말 간절하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말했습니다. "포근아, 어서 일어나. 우리 함께 집에 가야지. 포근이 착하지. 어서 일어나. 우리 함께 집에 가야지."

포근이에게 정말 간절한 제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그 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포근이가 몸을 추스르며 조금 일어나는 것 같았습니다. 문득 '혹시 지금이라면 먹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부드러운 간식을 입에 조금 떼어 넣어주었습니다. 포근이가 받아먹었습니다. 그 순간 기쁜 마음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포근아. 너 정말 장하구나. 잘했어. 그래, 이것 먹고 힘내자."

간식을 먹었단 사실을 원장께 말씀드렸더니 직접 보식을 준비해주셨습니다. 정말 다행히도 포근이는 보식으로 만들어준 죽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포근이는 살았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햇살이에게도 죽을 주니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래, 이 녀석들아. 너희들은 이제 살았구나. 정말 다행이다. 다행이야."

('가시덤불에 버려진 말티즈 포근이와 햇살이' 남은 이야기는 다음편에 공개됩니다.)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와 순심이.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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