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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눈이 망가진 채 고시촌 떠돌던 '미소천사'
한쪽 눈이 망가진 채 고시촌 떠돌던 '미소천사'
  •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승인 2016.07.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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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철이. © News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2014년 2월의 어느 날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고시촌. 외투를 두른 듯 길게 자란 털을 온 몸에 감싼 작은 개 한 마리가 고시촌 골목을 배회하고 있었다. 추운 날씨 탓에 어깨를 움츠린 채 종종걸음을 하던 누구도 이 추레한 개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나 지났다. 고시촌을 지나던 한 동물보호단체 회원의 눈에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골목을 떠도는 개가 들어왔다. '이렇게 추운데 얼마나 떠돌아다닌 거니. 밥도 못 챙겨먹은 거 같은데….'

가까이서 보니 더 성치 않아 보였다. 퀭한 눈에 절망과 두려움이 엿보였다. 더구나 오른쪽 눈에는 한눈에 보기에도 심상찮은 상처가 있었다. 아문 자국으로 보아 최근 입은 상처 같진 않았다. 아픈 개를 그냥 둘 순 없었다. 일단 구조하고 보호자를 찾아주려 했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개는 동물보호단체 팅커벨프로젝트 입양센터에 보내졌다.

구조 후 팅커벨프로젝트 입양센터에 온 날 희철이의 모습. © News1

센터에 입소한 개는 곧바로 동물병원에 옮겨져 여러 검사를 받았다. 무엇보다 눈을 검사하는 게 시급했다. 검사 결과 당시(2014년) 추정 나이는 두 살. 수컷 스피츠 믹스견이었다.

수의사는 개의 눈이 날카로운 물체에 심하게 찔렸다면서 제때 치료받지 못해 실명했다고 했다. 되살릴 방법이 없다고 했다.

팅커벨프로젝트 회원들이 불쌍한 개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좋은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것뿐이었다. 회원들은 의견을 모아 개에게 '희철이'라는 이름을 선물했다.

그런데 좋은 보호자를 만나기만 하면 될 거라는 생각도 잠시, 희철이에겐 여러 문제행동이 나타났다. 버려진 충격이 컸던 탓인지, 학대를 당했던 건지, 차만 타면 오줌을 지렸다. 또 몹시도 사람을 두려워했다. 여러 개들과 함께 지내야 하는 센터 생활이 더없이 힘들어 보였다.

게다가 시간이 흐르자 희철이에게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곰팡이성 피부병이 온몸으로 번져 희철이의 매력인 새하얀 털이 듬성듬성 빠지기도 했다. 결국 전염 위험성 때문에 희철이는 따로 방에 격리됐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가 나타났다. 격리방에 보내진 뒤로 희철이는 점점 더 공격적으로 변했다. 사람이 다가오면 그 누구에게라도 이빨을 드러냈다. 피부의 상처가 마음으로 옮은 듯했다.

반려동물놀이터에서 만난 친구와 교감하고 있는 희철이(오른쪽). © News1

다행히 격리방에서 나와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서부터 희철이의 문제행동은 말끔히 사라졌다.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는 당시 문제행동을 보이던 희철이가 순식간에 180도 변하는 모습을 봤을 땐 정말 기적이 일어난 것 같았다고 했다.

"반려동물 행동교정사에게 희철이의 문제행동을 의뢰했어요. 그런데 희철이가 친구들이 지내는 곳으로 나온 데다 간단한 행동교정을 받으니 정말 믿기 힘들 정도로 순식간에 괜찮아지더라고요. 희철이에게 맺혀 있던 스트레스와 한이 풀린 것 같았습니다. 정말 기적이었어요."

지금 희철이는 입양센터에서 내로라하는 순둥이다. 센터를 찾는 봉사자에게도, 취재를 나온 기자에게도 슬며시 다가가 몸을 기댄다. 얌전하고, 의젓하다. 발발거리며 애교를 부리는가 하면 사고쟁이 친구들 옆에서도 조용히 곁을 지킨다.

정도 많다. 친구들이 새 보호자에게 안겨 센터를 떠날 때면 마음이 미어지는지 슬픈 기색이 눈에 가득하다. 최근 가장 오래된 친구인 설이가 새 보호자를 찾아 입양 갈 때도, 희철이는 오랫동안 떠나는 설이의 뒷모습을 쓸쓸하게 바라봤다.

황 대표는 "비록 한쪽 눈이 안 보이긴 하지만 그 어떤 개보다도 얌전하고 의젓하고 착한 개"라며 "언제든 환한 미소로 듬직하게 곁을 지키는 모습을 보면 누구든 희철이의 매력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입양행사에 나온 희철이 모습. © News1


Δ이름: 희철이
Δ성별: 수컷(중성화 완료)
Δ나이: 4세 추정
Δ체중: 7kg
Δ견종: 스피츠 믹스

▶해피펫 입양코너 바로가기

▶팅커벨프로젝트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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