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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아저씨의 동행] 국회 지하주차장에 사는 길냥이 '민주'①
[뚱아저씨의 동행] 국회 지하주차장에 사는 길냥이 '민주'①
  • (서울=뉴스1) 라이프팀
  • 승인 2016.09.0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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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회관 지하주차장에 사는 길고양이 세 마리. 가운데 하얀 고양이가 민주. © News1

(서울=뉴스1) 라이프팀 = 최근 강아지 번식장이 사회 문제가 되면서 많은 시민들이 동물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무려 30만명이 동물보호법 개정을 촉구하는 서명에 동참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면 국회의원들도 입법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요. 그중에서 평소 반려동물 사랑이 지극하다고 소문 난 국회의원이 있습니다.

며칠 전 국회에 갔다가 최근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낸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났습니다. 한 의원은 반려견을 가족처럼 키우시는 분이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동물보호법 개정에 대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한 의원이 국회의원회관 지하 1층 주차장에 나타난 세 마리의 길고양이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한 의원의 말에 따르면 언제부터인가 주차장에 각각 다른 색의 길고양이 세 마리가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당장 쫓겨났을 이 길고양이들은 다행히도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지 않았나 봅니다. 국회의원들도 세 마리에게 관심을 가졌고, 보좌진들이 사료를 챙겨주었다고 합니다. 세상이 많이 변한 것이지요.

물론 늘 이런 일을 하는 '캣맘'이 아니니 서투를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사료를 챙겨주다 보니 길고양이들은 지하주차장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중 한 마리는 사람에게 다가와 몸을 비빌 정도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보좌진이 챙겨준 사료를 먹고 있는 민주. © News1

하지만 차가 끊임없이 다니는 지하주차장은 길고양이들이 살기 좋은 곳이 아닙니다. 고양이들이 무언가를 피해서 그곳에 오긴 했겠지만 위험 요소들이 너무 많았지요.

그래서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이 길고양이들이 국회에서 보다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길고양이 급식소를 만들자'는 건의를 했습니다. 사실 국회라는 엄격한 장소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한다는 것은 꿈만 같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 번 시도라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사람을 무척이나 잘 따르던 민주. © News1

우선 세 마리의 고양이를 안전한 장소에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8일 오후 고양이보호단체인 나비야사랑해의 대표님과 세 고양이를 데리러 갔습니다.

마침 한 마리는 국회관리실에서 데리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가서 보니 관리실에서 포획했다는 고양이의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았습니다. 하반신을 만지면 심하게 아파했습니다. 평소 사람을 잘 따랐다는 고양이였습니다. 아무래도 후진하는 차량의 뒷바퀴에 치인 것 같았습니다.

포획한 민주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나비야사랑해 대표.© News1

병원에 가는 동안 고양이에게 민주라는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꺾이고 쓰러져도 다시금 일어나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처럼 이 고양이도 다시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병원에 도착해 엑스레이를 찍고 초조한 맘으로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정말 다행히도 골절이나 장 파열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다친 쪽 허벅지가 안 다친 쪽의 두 배가 될 정도로 심하게 부어 있었는데 근육이나 힘줄 등에 손상을 입은 건 아닐지 걱정이 되더군요. 치료를 받으면 걸을 수 있는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습니다.

검사 결과 민주의 다친 허벅지가 심하게 부어 있었다. © News1

아직 포획하지 못한 나머지 두 마리가 너무나 걱정됩니다. 사고를 당한 아이를 보니 더욱 그렇습니다.

그 두 녀석은 사람이 다가가기만 해도 재빠르게 도망간다고 합니다. 119까지 출동했는데 못 잡았다고 하더군요. 그런 고양이들을 잡으려면 통 덫을 놓고 인내심 있게 기다려야 합니다.

이제 그 두 녀석을 잡기 위해 국회로 갑니다. 그 녀석들이 포획될 때까지 무사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는 민주. © News1

다음 편에선 병원에 후송된 길고양이 민주와 아직 주차장에 남아 있는 길고양이 두 마리의 남은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와 순심이.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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