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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소비자 관점에서 본 반려동물 '자가진료'
[기고]소비자 관점에서 본 반려동물 '자가진료'
  • (서울=뉴스1) 라이프팀
  • 승인 2016.09.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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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라이프팀 = 저는 집에 여섯 마리의 개들을 키우는 반려인입니다. 그중에 세 녀석은 마당에서 키우는 중대형견 흰돌이, 흰순이, 럭키이고 나머지 세 녀석은 방안에서 키우는 소형견 순심이, 레오, 테리입니다.

동물병원이나 동물약국에서는 제가 여섯 마리의 개들을 키우고 있으니 꽤 많은 소비를 하는 소비자라고 볼 수 있겠지요.

최근에 동물약사들이 '자가진료 금지가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것과 같다'는 광고를 내고, 수의사들은 그것이 아니라고 주장을 합니다.

서로 팽팽하게 맞선 두 주장이 각자 단체의 입장에서 보면 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동물약사나 수의사보다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반려인이자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번 자가진료 사안을 생각해봤습니다.

제가 집에서 키우는 흰돌이, 흰순이, 럭키, 순심이, 레오, 테리는 모두 유기견 출신으로 입양한 녀석들인데, 지금은 어느 가정견 못지않게 제게 사랑을 받으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 녀석들을 위해 보호자로서 제가 할 도리를 다 합니다.

당연히 반려동물 등록을 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모두 내장형 마이크로칩으로 등록했습니다. 이 녀석들은 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족같은 아이들이기 때문이며 등록된 아이들만 갈 수 있는 반려동물놀이터도 자유롭게 출입하고, 만에 하나 잃어버렸을 때 반드시 찾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1년에 한 번씩 광견병 접종도 합니다. 광견병 접종을 하기 위해서는 근처 동물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수의사가 직접 접종을 할 수 있도록 합니다.

매월 한 번씩 심장사상충 예방약이나 외부 기생충 예방약을 처방받아 도포하거나 먹습니다. 예전에는 먹는 약으로 주로 했는데 요즘은 심장사상충과 진드기 등 외부기생충을 한 번에 예방할 수 있는 약으로 처방받아 도포합니다.

그리고 아주 가끔 아이들이 좀 아픈 증세가 보이면 병원을 데리고 갑니다. 예방접종도 잘되어 있고, 늘 관리가 잘되다보니 딱히 아픈 증세를 자주 보이진 않지만 아주 가끔 그럴 때는 병원에 가서 수의사 진단을 받고 그에 따른 처방을 받아 약을 복용합니다.

이것이 제가 반려인으로서 평소 반려동물인 개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관리를 하는 것들입니다. 아마도 대규모 농장이나 보호소를 운영하시는 분들을 제외하면 다른 반려인들도 별반 다르지는 않을겁니다.

이런 제가 일상적인 반려인으로서 반려동물들을 관리하는 관점에서 볼 때 수의사가 아닌 사람의 자가진료는 무척 큰 위험부담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물며 제왕절개 같은 외과수술은 말도 안되는 짓이지요.

이 글을 쓰는 저는 4년 전에 부모님 두 분이 한 달 간격으로 돌아가시는 큰 아픔을 겪으면서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유기견 두 마리를 입양하게 되었고, 그 후로 몇 마리가 늘어서 여섯마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은 동물보호단체 대표로까지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있는 동물보호단체는 동물보호의 여러가지 분야 중에서 주로 유기동물의 구조 및 입양활동을 하는 단체입니다.

이런 제가 이번에 동물보호법 개정을 적극 찬성한 이유는 구조하고 구조하고 또 구조해도 더 많이 발생하고, 입양을 보내고 보내고 또 보내도 더 많이 생겨나는 유기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하는 고민에서부터 시작된 결론입니다.

유기견 발생 원인을 소비자의 수요에 비해 터무니없이 많이 생산되는 강아지 번식장의 공급 구조로부터 찾게 되었고, 그것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법 미신고 시설들이 전부 다 철폐되고 허가받은 양질의 업체들만이 생산을 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반려동물 산업도 저품질 다량생산의 낮은 부가가치 산업이 아닌 고품질 소량생산의 높은 부가가치 산업으로 질적인 성장을 하고, 오히려 생산·유통·판매 산업 종사자들에게는 훨씬 더 고급화되고 높은 수익이 보장된다는 것입니다.

공급은 1년에 30만 마리씩 되는데, 수요는 1년에 15만 마리라면 나머지 15만 마리는 과연 어디로 갈 것이며, 자본주의 경제의 수요 공급의 원리에 따라 공급이 초과가 되니 강아지 값은 동물보호 선진국에 비해 쌀 수 밖에 없습니다.

한 생명이 그렇게 값싸게 거래가 되니 생명을 존중하고 평생 돌본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마치 소모품처럼 즉흥적으로 구매해 쉽게 버리는 지금의 강아지 생산, 유통, 판매 시스템이 결국 끝도 없이 만들어지는 유기견 양산 구조의 근본적 원인입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당연히 동물의 진료문제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관점은 내가 키우는 반려동물을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판단해본 것입니다. 사람 아이라면 어땠을까하는 것이지요.

수의사가 아닌 내가 아이들 병원비를 아끼기 위해 콜레라, 장티프스, 독감 예방 주사약을 구입해서 내 마음대로 놓을 수 있을까라고 자문해보면 그건 절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랬다가 잘못되면 큰 일이니까요.

또 아이가 평소와 달리 아파보일 때 내가 자의적으로 아이의 몸 상태를 판단해서 약을 구입해 먹이거나 주사를 놓는 일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내 아이라고 해서 내 마음대로 자가진료하고 치료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건강과 생명을 해칠 수 있기에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또한 자가진료가 금지된다고 해서 집에서 키우는 개들에게 약도 못먹인다느니, 연고도 못바른다느니 하는 말들은 헛된 낭설일뿐입니다.

당연히 수의사가 처방한 그 아이에 맞는 약을 집에서 소비자로서, 반려동물의 주인으로서 먹이고, 바르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아이들 약먹이는 것, 연고 바르는 것까지 전부 병원에서 다 한다는 식으로 오해를 퍼뜨리는 것은 곤란하지요.

수의사는 동물의 건강과 생명분야 전문가들입니다. 당연히 내 자식같은 아이들인 반려동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전문가들에게 상담받고 처방받은 약은 제가 집에 와서 직접 먹이고, 바르고 합니다. 그게 이번에 개정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중 자가진료 금지안입니다.

동물약품을 주로 취급하는 약사가 쓴 글을 읽었는데 거기에는 이번에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추진한 '동단협(동물유관단체대표자협의회)'에 수의사 관련단체 4곳이 포함돼 있는 것을 마치 자가진료 금지가 이익단체의 권익만을 대변한다는 식으로 표현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동단협에 가입된 32개 단체중에서 4개 수의사단체를 제외한 나머지 28개 단체들은 10년 넘게 운영되온 유기견보호소이고, 현재 수백마리의 유기견을 보호하고 있는 곳이며, 저처럼 유기동물구호단체나 동물권을 위한 동물보호단체들입니다.

우리가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건의하면서 몇 차례씩 회의를 할 때 사실 이 자가진료 금지에 대해서 유기견보호소장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저도 많이 궁금했는데, 첫번째 토론회 때 가장 강력하게 자가진료가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이 바로 수백마리 유기견들을 보호하고 계시는 보호소장들이었습니다.

그분들께서는 본인이 직접 많은 유기견들을 데리고 있다보니 모든 아이들을 다 병원에 데리고 갈 수가 없었고, 그래서 본인이 알아서 판단해서 평소에 구비해놓은 약으로 주사를 놓다가 갑자기 발작 증세를 일으켜 죽게 한 사례가 몇 번이나 있었다는 말을 하시면서 비록 경제적으로는 힘이 들어도 아이들의 생명과 건강을 생각한다면 자가진료는 반드시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수의사단체에서는 그점에서 본인들이 이익단체로서 그런 주장을 하면 자기 밥그릇 챙기는 것처럼 보일까봐 오히려 말 한마디도 조심스럽게 했었지요.

그러면서 더 좋은 결론을 낸 것은 이번에 자가진료 금지를 계기로 전국에 있는 수많은 사설보호소와 한 생명이라도 안락사를 안시키려고 애쓰는 일부 시위탁보호소의 경우에는 일시적이 아닌 꾸준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지원하는 방법을 마련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게 하므로써 현재 사설보호소 아이들의 관리 상태와 건강의 질도 높아지면 체계적으로 잘 돌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나라에서 동물보호와 복지수준이 독일과 같은 동물보호 선진국처럼 높아지기 위해서는 그동안은 서로 대면대면하거나 반목했던 동물보호단체와 수의사단체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마찬가지지만 서로 따로 놀았던 두 그룹이 이번 동물보호법 개정 준비를 계기로 이제는 양쪽을 각각 지탱해주는 두 바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동물보호법 개정 준비에 수의사단체들이 함께 한 것은 무척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어떤 이유로도 폄훼되어서는 안됩니다.

거기에 입법부, 행정부도 함께 노력하고 가장 궁극적으로는 동물을 바라보는 시민의식과 문화수준이 높아져야만 진정한 동물보호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물약사들이나 수의사들은 이것을 먼저 생각하십시오. 진정으로 소비자를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동물의 건강과 생명을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러면 이익단체의 답이 아닌 소비자와 직접 수혜자들인 동물들의 답이 나올 것입니다.

'동단협' 간사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

황동열 대표와 순심이.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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