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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개 데리고 오지 말라는데 어떡하죠?"
"추석에 개 데리고 오지 말라는데 어떡하죠?"
  •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승인 2016.09.1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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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대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 News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추석을 맞아 할머니 댁에 갈 생각에 한껏 들떠 있던 박수민씨(28·서울 동대문구·가명)는 최근 할머니 전화를 받고 고민에 빠졌다.

"네가 키우는 강아지 있잖아. 걔 이번엔 안 데리고 왔으면 한다. 다들 싫어하는 기색이야."

할머니 말은 사실이었다. 설날에 반려견을 데려갔더니 가족 모두 개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게다가 큰어머니는 털 알레르기까지 있었다. 박씨의 노심초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개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사고를 치는 통에 박씨는 연휴 내내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길게는 닷새 동안 쉴 수 있기에 여행을 계획하는 이도 많다.

하지만 반려동물 보호자들에게 이런 연휴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친척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야 하거나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 가야 할 경우 곤혹스러움은 더하다. 반려동물이 장거리 여정을 견디기 힘들어 할 뿐만 아니라 친척들이 동물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연휴 내내 반려동물을 혼자 지내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밥과 물만 달랑 놓아두고 갈 수도 없는 데다 혼자 덩그러니 집에 있을 반려동물을 생각하면 맘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반려동물 보호자는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여러 마리의 반려동물을 위탁받아 관리하는 곳에선 당연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 News1

이런 보호자들의 근심을 덜어주는 곳들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애견호텔이다. 출장, 여행, 명절 등으로 인해 반려동물을 돌볼 수 없을 때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위탁할 수 있다. 최근엔 애견카페, 동물병원 등에서도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위탁 업체들에 반려동물을 맡겼다가 난감한 일을 겪는 경우도 많다. 수십 마리나 되는 반려동물을 관리해야 하기에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동물행동심리학자인 한준우 서울연희전문학교 교수는 여러 마리의 반려동물을 위탁받아 관리하는 곳에선 당연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교수는 가장 흔히 발생하는 부작용으로 위탁한 반려동물들이 문제행동을 학습하는 점, 갇혀 있다 보니 큰 스트레스를 받는 점을 꼽았다.

한 교수는 "환경이 다른 곳에 가면 아무 데나 소변을 보거나 쉴 새 없이 마킹을 할 수도 있고 다른 개들이 짖는 보며 짖는 습관이 바뀔 수도 있다. 또 개들끼리 큰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다"면서 "문제를 다잡아 줄 수 있는 관리자가 없기에 문제 행동을 보이거나 다른 개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기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좁은 케이지에 반려동물을 가두면 큰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애견호텔이나 미용숍, 동물병원 등은 작은 케이지에 위탁 받은 개들을 가둬 놓는 경우가 많다.

그는 "보호자와 떨어져 있어 불안한 데다 좁은 곳에 갇혀 있으면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평소 갇혀 지내지 않던 가정견은 그 스트레스가 더욱 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사람도 그렇지만 특히 개들은 스트레스에 취약해 피부병, 탈모, 불규칙한 배변, 헛짖음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관리하는 위탁업체에 반려동물을 맡겼다간 큰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 News1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가구의 비율이 62%(2012년 기준)에 이르고 시장규모가 529억달러(약 58조7000억원)에 달하는 미국의 경우 가정에서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펫시터' 문화가 일찍이 정착했다.

애견호텔이나 동물병원 등과 달리 평소 생활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가정에서 펫시터에게 세심한 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매력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또 반려동물 훈련사 등 전문가들이 펫시터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전문적인 관리도 받을 수 있다.

반려동물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한국에서도 펫시터 업체가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검증받지 않은 펫시터에게 반려동물을 맡기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반려동물 전문 위탁업체에서 겪은 부작용을 똑같이 겪을 수 있기에 펫시터 선별 과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한 교수는 "최근 돈을 목적으로 전문지식도 없고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이 펫시터를 자칭하며 반려동물을 위탁받는 사례가 많은데 그럴 바엔 차라리 집에 혼자 두는 게 낫다"면서 "어느 정도 경력도 있고 지식도 있는, 정말 자기 가족처럼 따뜻하게 돌봐줄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펫시터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말하는 믿을 만한 펫시터의 조건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펫시터에 대한 자세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무작정 펫시터와 연결해주는 업체들은 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반려동물 전문 플랫폼 '해피펫'의 관계자는 "수수료에 눈이 멀어 검증되지 않은 펫시터를 등록 및 추천하는 펫시터 연결 업체들이 대부분"이라면서 "전문성, 가격정보, 맡기는 곳의 위치 등 세부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곳에서 꼼꼼히 확인한 후 반려동물 위탁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해피펫은 위치기반 펫시터 찾기 서비스와 한국애견연맹, 한국애견협회, 한국반려동물관리협회에서 검증받은 펫시터를 골라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중개수수료가 없어 반려동물 보호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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