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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포즈로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는 유기견
귀여운 포즈로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는 유기견
  •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승인 2016.09.1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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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배를 드러내고 누워 있는 까비. © News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동물보호단체 케어(대표 박소연)의 입양센터. 문을 열고 들어서자 유기견 10여 마리의 시선이 쏠린다. '넌 누군데 이곳에 왔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유기견부터 '우릴 보러 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건네듯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다가오는 유기견까지. 열렬한 환영식에 정신이 혼미해질 때 즈음, 재미난 포즈로 센터 바닥 한가운데에 발라당 누워 있는 개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앞다리를 공손하게 구부리고 한쪽 뒷다리를 높이 들고는 배를 한껏 뽐내며 드러누워 있는 갈색 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사람에게 간절한 눈빛을 보내고 있는 이 귀여운 유기견은 입양센터의 '매력덩어리' 까비(7세 추정·수컷)다.

센터 관계자는 까비의 이런 신기한 포즈엔 '나 좀 만져달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의 손길이 그리울 때면 언제나 갑자기 벌러덩 드러누워 그윽한 눈빛을 보낸다고 했다. 설명을 들은 사람들은 까비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까비 앞에 꿇어 앉아 배를 쓰다듬어 준다. 까비는 이내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을 어루만지는 사람의 따뜻한 손길을 즐긴다.

자신의 배를 쓰다듬어 주자 기분이 좋은 듯 눈을 감는 까비. © News1

까비는 4년 전 경기 광주시 목동의 한 야산에서 구조된 후 입양센터에 입소했다. 기름을 발라놓은 듯 윤기가 흐르는 부드러운 갈색 털과 큰 눈, 쫑긋 선 귀…. 믹스견은 입양이 어려운 게 현실이지만, 센터 관계자들은 훤칠한 외모의 까비가 금방 가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측한 대로 얼마 후 입양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하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까비는 센터로 돌아왔다. 남자를 경계한다는 이유였다.

까비는 입소 당시에도 남자를 두려워했다. 매일 얼굴을 보는 남자 간사의 손길에도 놀라곤 했다. 길거리를 떠돌 때 학대를 당한 적이 있어서인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남자를 경계한다'는 황당한 이유로 까비는 입양처에서 쫓겨났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난 2013년 5월. 까비는 다시 새 가족에게 입양됐다. 애교도 많고 사람도 무척 좋아하는 터라 입양자도 까비를 무척이나 예뻐했다.

입양센터 관계자들과 봉사자들을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까비의 근황을 알리기도 했다. 사진 속 까비의 모습은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보호자와 함께 센터에 놀러오기도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까비는 센터에 방문할 때마다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자신을 지극정성으로 돌봐준 간사들의 손길을 무척이나 싫어했고, 보호자에게 찰싹 달라붙어 떨어질 줄을 몰랐다. 혹시 자신을 다시 이곳에 버려두고 가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만들어낸 행동이었다. 그 모습을 본 간사들은 오히려 마음을 놓았다. 까비가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었기 때문이다.

입양처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까비. (사진 케어 제공) © News1

그런데 까비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 6월 까비는 다시 센터에 입소했다.

이은혜 케어 퇴계로 입양센터 간사는 짖는다는 이유로 까비가 파양됐다고 했다. 그는 "까비를 3년 정도 기르던 입양자가 아파트로 이사를 갔는데 까비가 심하게 짖는 바람에 민원이 들어와 힘들어서 못 키우겠다며 까비를 놓고 갔다"면서 "사람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개인데 너무나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이 간사는 분리불안 때문에 까비가 짖는 것 같다고 했다. 간사들이 자리를 비우면 다시 나타날 때까지 짖어댔기 때문이다. 분리불안은 훈련이나 약을 통해 충분히 고칠 수 있다.

이 간사는 "여러번 버려진 까비를 볼 때면 너무나 안쓰럽다"면서 "애교도 많고 산책도 잘 가고, 건강하고, 사람을 무척이나 잘 따르는 까비는 누가 봐도 참 예쁜 개"라고 자랑했다.

황당한 이유로 가족들에게 버림을 받은 까비. 까비는 3년 가까이 함께 지내던 가족에게 버려진 뒤 센터에 돌아왔을 때 한동안 밥도 먹지 않고 간사들을 향해 이빨을 드러냈지만 지금은 그 어떤 개보다도 사람을 잘 따른다.

사람에게 상처받고도 사람을 너무나 좋아하는 까비는 오늘도 자신을 평생 아껴줄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환하게 웃는 까비. © News1

Δ 이름: 까비
Δ 성별: 수컷 (중성화 완료)
Δ 나이: 2010년생 추정
Δ 체중: 7kg
Δ 품종: 믹스견
Δ 입양센터 입소: 2016년 6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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