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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바로보기] 누가 이 동물에게 돌을 던지나②
[동물원 바로보기] 누가 이 동물에게 돌을 던지나②
  • (서울=뉴스1) 라이프팀
  • 승인 2016.09.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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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에게 과자를 던지는 관람객(위)과 그를 향해 손을 뻗으며 구걸하는 침팬지(아래). 침팬지 사회에서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우선권은 항상 우두머리 수컷이 가지며, 우두머리 수컷은 그 우선권을 종종 공격적으로 행사한다. 하위 침팬지에게 무심코 먹이를 준 행동은 그 침팬지를 공격받게 만들 수도 있다. (사진 최혁준) © News1

(서울=뉴스1) 라이프팀 = 한국 동물원에선 매년 폐사하는 동물의 70%가량이 소화기계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다.

일주일 중 가장 방문객이 많이 몰리는 주말이 지난 월요일이면 사육사들은 어김없이 지난 밤 배앓이를 한 동물들이 싸 놓은 설사를 치우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주말 내내 손님을 받은 동물원의 '월요병'인 셈이다.

같은 이유로 어린이날이 다가오면 한참 전부터 근심걱정이 늘어나는 사육사가 많다. 이쯤 되면 동물을 가두고 있는 건 동물원이지만, 그들을 죽이는 것은 바로 우리(관람객)라는 섬뜩한 표현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소음을 내는 행위 역시 관람객들의 흔한 잘못 중 하나다.

동물원에서 동물을 향해 소리 지르거나, 동물의 울음소리를 따라하거나, 관람창과 창살을 두드리며 동물을 자극하는 행동은 음식이나 물건을 던지는 것만큼이나 흔하게 볼 수 있다. 특히 이 행동유형은 어린아이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데, 아이들의 보호자나 주변인들이 이 행위를 비교적 너그러이 바라보는 것에서 더 큰 문제를 찾을 수 있다.


<인공포육중인 새끼호랑이 전시관의 모습. 유리창을 두드리고 큰 소리를 내는 아이들이 더러 있음에도 별다른 주의를 주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어린 동물들은 소음에 민감하고 스트레스 내성이 낮아 특히나 조용히 관람해야 한다.>

동물원에서 주로 전시하는 종들은 앵무류를 포함한 일부 조류들을 제외하면 평소에는 무척 과묵하다. 서로 어울려 놀 때도 딱히 소리를 이용해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지라 그들끼리의 세계는 대체로 조용하다.

이는 동물원에 다양한 종의 야생동물이 살기 때문인데, 그들은 필요한 순간에만 소리를 냄으로써 자신을 최소한으로 노출하고 주변의 소리를 잘 들어 적을 피하고 먹이를 찾을 수 있다.

반면 언어가 복잡하게 발달해 우리 인간은 시도 때도 없이 재잘거리는데, 사람이 많이 모이는 동물원에선 아무리 조곤조곤 이야기한다고 해도 이미 동물들에게 그들 세계에는 없는 소음을 제공한 셈이다. 이러니 악을 쓰며 고함을 치고 관람창을 두들기는 수준의 소음은 안 그래도 청력 좋은 그들로서는 도저히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다.

평생을 보여지며 사는 동물들이라지만 그들이 관람객의 시선과 소음을 의식하고 있다는 증거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개장 전이나 폐장 이후, 비수기나 날씨로 인해 사람이 적을 때의 동물원을 가보면 전에 없는 생기에 놀라게 된다. 시선과 소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동물들은 확실히 더욱 당당하게 행동한다. 내내 번식이 안 되던 동물을 인적이 드문 장소로 옮겨 사육했을 뿐인데 번식을 잘 하게 되는 경우는 동물원마다 널린 이야기이다.

동물원 동물들은 자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주변 소리에 따라 귀가 움직이고, 관람객의 '일어나 여길 좀 보라'는 고함에는 꿈쩍 않다가도 사육사 허리춤의 열쇠 소리에는 벌떡 일어난다. 눈을 감고 있는 동안에도 듣고 있으면서 선택적으로 반응한다는 뜻이다.

당신이 아무리 일어나라고 소리쳐도 호랑이는 일어나 쳐다보지 않을 것이고, 당신의 아이가 아무리 '아우우' 거려도 늑대는 따라 하울링을 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먼저 실천해 보임으로써 아이에게 가르쳐주어야 할 것은 어차피 반응하지 않을 거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이기심보다는 호랑이도 늑대도 방해하지 않고 관람할 줄 아는 배려심이다.

서울동물원 사자 먹이주기&생태설명회의 모습. (사진 최혁준) © News1

여기서 끝을 맺으면 대안 없는 비판일 것이다. 물건도 먹이도 던지면 안 되고 소리도 지르면 안 되고 관람창을 두드려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동물원에 가서 내내 가만히 누워 있는 동물만 보고 오라는 것은 아니다. 교육과 위락이라는, 동물원이 존재하는 목적과 관련한 문제인 만큼 각 동물원들도 최대한 많은 관람객들이 생동감 있는 동물들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동물별로 먹이를 주는 시간을 공지해 놓거나 그와 함께 설명회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 때는 동물원 동물의 하루 중 단연 가장 활발한 시간으로 눈으로 보이는 장면도 귀로 들리는 설명도 모두 기다린 보람을 줄 것이다.

큰개미핥기에게 고사목을 제공한 서울동물원의 동물행동풍부화 프로그램. 평소 개미핥기는 쟁반에 담긴 액상의 사료를 제공받기 때문에 먹이의 냄새를 맡으며 혀와 발톱으로 먹이가 숨어있는 곳을 파헤치는 야생에서의 행동을 할 수 없다. (사진 최혁준) © News1

새롭고 다양한 자극을 통해 사육 상태의 비정상적 행동을 줄이고 정상적인 행동을 이끌어내는 '동물행동풍부화'(Animal Behavioral Enrichment) 프로그램을 관람객에게 미리 공지하고 정해진 시간에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은 야생에서의 특정한 행동양상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진행하기 때문에 운이 좋다면 실제로 보기 힘든 장면들을 포착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될 것이다.

동물원 측에서 제공하는 노력은 이러하고,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관람 방법도 있다. 일반적으로 관람객이 한 동물 앞에서 머무는 평균적인 시간은 30초도 되지 않는다. 물론 국내 동물원 중에는 환경이 너무나도 단조롭고 극도로 열악해서 30초를 넘겨봐야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을 곳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어느 정도 평균적인 수준을 갖춘 시설이라면 30초도 채 들여다보지 않고 동물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자리를 뜨는 것은 동물원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할(?) 수 있다. 30초 가지고는 당장 길거리의 사람을 쳐다본다고 해도 특별한 행동을 목격할 수가 없을 것이다.

이런 경우 관람은 관찰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앉아서 편하게 제공받는 관람을 기대해서는 그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없다. 최소한 분 단위로라도 시간을 가지고 진득이 지켜보자. 겉핥기식으로 많은 종을 보는 것 보다는 한 종이라도 제대로 보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자신한다.

그 밖에는 특별히 보고 싶은 동물의 활동이 활발한 시간대나 계절에 맞추어 방문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남녀노소 인기가 많은 곰, 사자, 호랑이 등 대형 식육목 동물의 경우 낮 시간에는 주로 잠을 자며 깨어있다고 해도 기온이 높아 잘 움직이지 않는다. 이들이 깨어 활발히 돌아다니는 모습은 해가 저물어 갈 즈음에야 볼 수 있다. 이런 정보를 방문 시간과 관람 동선을 짜는데 반영하면 해당 동물의 우리 앞에 도착했을 때 활동하는 모습을 볼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관람객으로부터 받은 가이드맵을 물어뜯는 아마존앵무. (사진 최혁준) © News1

동물은 동물원 우리에서 관람객을 위한 근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비록 인간에 의해 제한되고 통제 될지언정 그들 또한 나름의 삶을 사는 중이다.

따라서 우리가 그들의 집에 잠시 방문한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손님이라고 생각하면 집주인들에게 그렇게 무례할 수는 없다. 그들의 집은 모두에게 열려있지만, 그것이 온갖 경우 없는 행동들을 기꺼이 감내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존중과 배려의 문제다. 이것을 우리와 다른 종에게도 할 수 있다면 우리와 같은 종끼리는 너끈히 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 '누가 이 동물에게 돌을 던지나' 1편 바로가기

최혁준(공주대 특수동물학과 2년, '국내 동물원 평가 보고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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