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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살기 힘든데 무슨 동물이냐고요?"
"사람도 살기 힘든데 무슨 동물이냐고요?"
  •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승인 2016.09.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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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동물을 위해서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사람들이 있다. 모두들 자기 삶에만 집중할 때 그들은 동물을 위해 기꺼이 시간과 노력을 바친다. 이들이 있기에 제돌이가 고향인 바다로 돌아갔고, 처참한 '강아지공장'의 실태가 세상에 알려졌다. 지구라는 별은 모든 생명체가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며, 동물과 함께 걸을 때 그 길이 더욱 아름답다 말하는 이들의 삶을 [동·행·인] 코너에서 소개한다.

김영환 동물자유연대 선임간사는 2014년 1월 동물보호운동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지금 그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동물보호단체의 핵심 일꾼으로 성장했다. © News1 박재만 인턴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그는 가족들에게 폭탄선언을 했다. 신학공부를 하겠다고 했다. 그 자신도, 부모를 비롯한 그 어떤 가족도 교회와 얽힌 이는 없었다. 교회를 다닌 적도 없었다. 그는 단지 '신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대학에 들어갔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목회에 뜻이 없었던 그에게 목회자를 키우는 대학은 맞지 않았다. 그의 관심은 자연스레 사회로 쏠렸다. 아프리카 개발 사업을 벌이는 비정부단체에 들어가 일하다 환경 쪽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환경운동연합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서 그의 인생이 뒤바뀌게 된 사건을 만나게 된다.

세상의 관심이 좁은 수족관에 갇혀 지옥 같은 삶을 사는 돌고래 제돌이에게 쏠렸다. 사람들을 위해 평생 희생한 제돌이를 바다로 돌려보내자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환경운동연합이 있었고, 그는 그 곳에서 제돌이 방류 운동을 이끌었다.

제돌이는 자유를 찾아 2013년 제주도 앞바다로 돌아갔고, 이듬해인 2014년 그는 제돌이 방류에 힘 쓴 다른 시민단체인 동물자유연대로 적을 옮겼다. 20대 초반 신학도였던 그가 30대 초반 동물보호 활동가로 자리매김한 순간이었다. 약 3년이 흐른 지금, 김영환이라는 이름 뒤엔 동물자유연대 선임간사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동물보호단체의 핵심 일꾼이 된 것이다.

2013년 제주앞바다에 방류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김 간사는 당시 환경운동연합에서 제돌이 방류 운동을 이끌었다. © News1

매일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니기에 그를 볼 수 있는 곳은 주로 현장이다. 그래서인지 21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 위치한 동물자유연대 사무국에서 만난 김 간사의 모습은 사뭇 달라 보였다. 항상 동물보호를 주제로 목소리를 높이던 김 간사에게도 자기 얘기를 털어놓는 자리는 어색한 듯했다. 하지만 동물운동을 하게 된 이유를 묻자 그는 이내 진지해졌다.

"동물보호 활동가 대부분이 어렸을 때부터 동물에 대한 인식이 남다른 경우가 많아요. 전 어렸을 때부터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지 않았어요. 다른 일반인들처럼 살아왔는데 저도 모르는 사이에 동물이 제 삶에 젖어들고 있더라고요. 아내가 키우던 반려견과 함께 살게 되고, 대학원에서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를 만나고, 제돌이를 바다로 돌려보내고…. 그러다 보니 점점 이상한 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지구에 정말 많은 동물이 살고, 우리가 동물들로부터 많은 걸 얻고 있는데 왜 우리 사회엔 동물이 가려져 있을까. 그래서 파헤치기 시작했죠. 결론은 우리가 일부러 동물을 가려놓고 지워왔다는 거예요. 드러내면 불편하니까요."

그에 따르면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의식주 모든 것들은 동물과 연관되지 않은 게 없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얻는 과정엔 동물에 대한 비인간적인 착취가 개입한다. 하지만 이 같은 진실을 인간은 외면한다. 동물들의 고통을 마주하는 건 불편한 감정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김 간사는 진실을 드러내고 싶었다. 동물들이 좀 더 상식적이고 올바른 대우를 받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그의 확신은 선명해졌다.

"다른 거 없어요. 사람답게 살자는 거예요. 동물이니까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고 하는 게 과연 윤리적이고 인간적인 걸까요? 현장에서 보는 동물들이 처한 상황은 끔찍하기 그지없어요. 안 움직일 수가 없죠.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드는 일들이 많아요. 사람은 동물들에게서 수없이 많은 걸 얻는데 기본적인 배려조차 하지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지난 2월 부안원숭이학교 일산 스페셜공연을 중단하는 1인시위에 나선 김 간사의 모습. (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 News1

반려동물, 전시동물, 농장동물이 있는 곳을 누비며 그가 봐 왔던 광경들은 살풍경했다. 끔찍한 학대로 심한 상처를 입은 개, 채찍으로 맞아 가며 훈련을 받아 공연장에 오르는 코끼리, 몸을 돌릴 수조차 없는 좁은 공간에 갇혀 사육당하는 돼지…. 그의 눈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펼쳐쳤다.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는 기억이 있어요.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개 식용농장을 갔을 때예요. 제가 웬만한 걸 봐서는 안 흔들리는데, 개의 발과 내장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걸 봤어요. 충격적이었습니다."

김 간사는 최근 '강아지공장' 문제가 사회 문제로 대두하면서 개농장이나 개식용 문제에 많은 관심이 쏠려 큰 힘을 얻고 있다고 했다. 시민인식의 변화가 동물복지 이슈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시민은 아직도 "사람도 살기 힘든데 무슨 동물이냐"라는 말을 뱉으며 동물보호 활동가들을 비난한다.

"동물 복지를 이룬다고 사람들의 삶이 피폐해지나요? 지금보다 훨씬 나은 여건을 만들어도 사람들은 고통을 받지 않아요. 얻는 만큼 동물한테 내어주자는 거죠. 반려동물, 농장동물, 실험동물, 전시동물에게 최소한의 복지라도 보장하자는 거예요. '어쩔 수 없다'고 치부할 단계는 지났습니다. 동물들에게 큰 혜택을 얻으며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산업이라는 미명 아래 '동물학대'를 당연하게 여기는 한국의 풍토를 바꾸고 싶다는 김 간사. 그가 한국 동물보호 운동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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