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살을 에는 바람이 행인들의 몸을 때리던 지난 겨울 경기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 추위에 종종걸음을 하던 한 주민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어린 아이 울음 같기도 하고, 개 짖는 소리 같기도 했다.
추운 날씨에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 든 그는 소리 나는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한참 돌아봐도 소리의 진원지를 찾을 수 없어 왔던 길로 돌아가려는 찰나, 그의 눈에 흰 털뭉치가 눈에 띄었다.
맘먹고 찾지 않으면 사람들 시선이 닿지 않을 정도로 구석진 곳엔 털이 뽀얀 개 한 마리가 누워 있었다. 주민은 그 소리가 누워 있는 개에게서 나는 게 아닌 걸 알고 깜짝 놀랐다. 직작 죽었는지 미동도 없는 개에게선 고약한 악취가 났다.
그리고 그를 놀라게 한 광경. 이미 딱딱하게 굳은 개의 품안에서 갓난 강아지 한 마리가 나올 턱이 없는 젖을 물고는 낑낑대고 있었다. 언제부터 굶은 건지 강아지 움직임엔 힘이 없었다.
주민은 동물보호단체 케어에 도움을 요청했다. 강아지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한 케어 구조팀이 즉각 그곳으로 달려갔다.
케어 관계자는 "눈을 감는 순간에도 새끼가 걱정됐는지 어미는 자신의 몸으로 강아지를 감싼 채 죽었다"면서 "눈물겨운 모정이 새끼를 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강아지가 사람들을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더라. 자신을 데리러 와 고맙다는 듯 꼬리를 흔들며 안겼다"고 했다.
케어 구조팀이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수컷 믹스 강아지에게 선물한 이름은 디키. 다행히 동물병원 검진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디키는 누가 봐도 "예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귀엽다. 하얗디하얀 털에 동그란 눈 때문인지 북극곰, 솜사탕, 백설기 등을 연상시킨다. 사람을 무척이나 잘 따라 한 번 보면 누구나 디키의 매력에 쏙 빠져든다.
이은혜 케어 퇴계로 입양센터 간사는 "디키는 낯을 가리지 않아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달려가 애교를 부리고, 만져달라고 얼굴을 들이민다"면서 "사람뿐만 아니라 센터에서 함께 생활하는 친구들과도 말썽 없이 잘 놀아 활동가들도, 봉사자들도 디키를 아주 예뻐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디키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케어 퇴계로 입양센터에서 자신을 보듬어줄 평생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Δ이름 : 디키
Δ성별 : 수컷(중성화 완료)
Δ나이 : 2016년 2월생 추정
Δ몸무게 : 4kg
Δ품종 : 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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