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라이프팀 = 수의사로서 동물들의 질병 치료에 더 주안을 두는 직업인으로서 보호자들이 반려동물과 이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
어느날 아침, 두 달 동안 투병 중이던 스코티시폴드 고양이 '노리'(암컷)가 아침부터 심한 발작을 한다는 전화를 보호자로부터 받았다.
노리는 집에서 키운 '포리'가 낳은 아이로, 예쁜 솜털이 난 6개월 된 새끼고양이다.
노리는 지난 10월31일 처음 밥을 먹지 않고 구토를 한다며 병원에 찾아왔다. 진찰을 해보니 다른 애들보다 몸이 따뜻했다. 고양이의 정상 체온은 38.5~39도인데 노리는 41도였다.
고양이들은 체온이 높으면 1차적으로 감염을 의심할 수 있다.
노리의 경우 잘 먹지 못하면서 복부가 부풀어 오르고 뼈가 앙상할 정도로 말라보였지만, 뛰어 놀거나 변도 정상으로 보고, 구토도 안 해 보호자는 큰 병일 거란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엑스레이와 초음파, 혈액검사와 복막염 항체 검사를 한 결과 전염성 복막염이란 진단이 나왔다. 고양이의 전염성 복막염은 다른 질병에 비해 진단하기 까다로운 질환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병원균이 많은 고양이는 구토나 설사 등 단순 소화기 질환 증상만 보이지만, 스트레스나 환경 변화, 면역체계 변화에 의해 악성인 전염성 복막염으로 발전하면 아주 치료가 어려운 무서운 병이 된다.
전염성 복막염은 건성과 습성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건성 타입의 경우 최대 2~3년은 생존하지만, 습성타입이면 신경 증상과 함께 온 몸이 노래지는 상태가 되면서 두 달을 채 버티지 못하고 죽어간다. 현재는 치료약조차 없다.
노리의 보호자는 20대 초반의 젊은 남성인데, 아픈 아이를 보면 금방 눈물을 흘릴 뿐만 아니라 '차라리 대신 아팠으면'하는 마음이 느껴질 정도로 고양이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전염성 복막염 진단 후 정기적으로 수명연장 치료를 진행했지만 노리는 일어나지 못했고, 식욕도 전혀 없고, 신경증상으로 발작증상이 심해져서 결국 안락사를 위해 다시 병원을 찾아왔다.
전염성 복막염은 주로 두 살 미만의 어린 고양이에게 발병하는데 여러 마리를 사육하는 곳, 입양 후 또는 중성화 후 스트레스 환경에서 발병할 수 있는 병이다.
복부가 갑자기 팽만하거나 호흡이 곤란해지고, 눈에 포도막염이나, 신경계증상(발작이나 운동실조), 피부가 노래진다든지, 체중감소가 심한 경우, 미열이 4일 이상 지속하면 반드시 병원에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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