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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 시골에선 코웃음 칠 일"
"동물보호? 시골에선 코웃음 칠 일"
  •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승인 2017.03.1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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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 갇혀 있는 식용견들. (자료사진) © News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A씨는 시골에 사는 아버지의 전화가 달갑지 않을 때가 있다. "마당에 있는 백구를 이참에 잡아 보내 줄 테니 먹을래?"라고 권유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 A씨는 "아버지에게 '집에서 개를 잡으면 처벌받는다'고 해도 들은 척도 안 하신다"면서 "되레 '시골에서 그런 말을 했다간 비웃음만 산다'며 다그치신다"고 했다.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이 한층 강화됐다.

개정안은 동물학대를 '동물을 죽이는 행위'에서 '죽음에 이르는 행위'로 정의해 학대 행위 범위를 넓히고,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학대자 처벌을 강화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개정안으로 인해 동물보호에 대한 인식이 진일보하게 됐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처럼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 강화는 동물권 신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동물보호법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이 약해 예방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농촌 지역이나 대도시를 제외한 도시에선 동물보호가 사실상 '남의 나라 얘기'다. 이런 곳들에선 개는 물론 돼지, 소 등을 잔인하게 도축하는 게 사실상 일상화돼 있다.

전남 해남군의 한 농촌이 고향인 B씨는 "시골에선 먹기 위해 개를 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강아지를 사와 키운 뒤 집에서 직접 잡아먹는 건 일상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B씨 말처럼 시골은 사실상 동물보호법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개를 목매달아 죽이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개를 도살해온 식용개 농장주와 직원에게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이 9일 각각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보호관찰 1년을 선고했지만, 시골에선 그저 '다른 세상 사정'일 뿐이다.

전남 장성군에 살고 있는 C씨는 "시골에선 개를 도축할 때 목을 매단 채 죽을 때까지 몽둥이로 때리는 일이 공공연하게 일어난다"면서 "개를 잡는 게 죄라면 동네 사람들을 다 잡아 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개를 잡는 게 불법이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고, 알더라도 '남들도 다 하는 일인데 나만 문제 되겠느냐'며 되레 코웃음을 칠 것"이라고 했다.

전진경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상임이사는 "동물보호법이 재정된 지 30년이 지나도록 개를 목매달아 죽이는 게 가장 강한 형량을 부과하는 동물학대 행위라는 사실을 모른다"면서 "법을 만들어놓고도 제대로 처벌하지 않은 사법부와 계도에 힘쓰지 않은 행정부의 태만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지적했다.

전 이사는 이어 "최근 이웃집 반려견을 잡아먹은 한 남성의 경우도 '그까짓 개 한 마리 먹은 걸로 왜 이 난리냐'고 이야기했는데, 이런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문제"라면서 "관행이나 일상으로 치부하거나 '먹어도 처벌받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은 법률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고 국가는 그 법을 집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이제라도 동물학대를 강력하게 처벌하고 동물보호에 대한 시민 계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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