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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가 친구 같은 존재라면 고양이는 여자친구 느낌이죠"
"강아지가 친구 같은 존재라면 고양이는 여자친구 느낌이죠"
  • (서울=뉴스1) 라이프팀
  • 승인 2017.03.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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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때문에 격리를 위한 가정임보를 결정한 후 교감하기 위해서 봉봉이와 마주한 백종식씨(48·서울 강동구).© News1

(서울=뉴스1) 라이프팀 = 그동안 3회에 걸쳐 유기동물 입양으로 죽음을 앞둔 생명들에게 또 한 번의 삶을 선물한 고마운 분들을 만나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들어봤습니다.

유기묘 '월이'와 '달이' 두 마리를 입양한 뒤 무뚝뚝했던 남편이 너무나 가정적으로 변했다는 이지선씨(39·충북 청주시), 한쪽 다리를 잃은 진돗개 믹스견 '여울이'를 입양한 문효진씨(30), 한 쪽 눈이 보이지 않는 스피츠 믹스견 '희철이'를 품어준 유영주씨(41·경기 부천시) 가족들.

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세상을 얼마나 아름답게 만들고 있는지 충분히 느끼고 공감하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 '유기동물 입양자 인터뷰' 마지막편에서는 뚱아저씨가 활동하고 있는 팅커벨프로젝트 회원 가운데 한 분을 소개하려 합니다.

국내 자동차 회사의 법인대리점에서 영업관리를 맡고 있으며, 재작년 9월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지금은 다섯마리의 고양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는 백종식씨(48·서울 강동구)를 만나봤습니다.

-입양한 반려동물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첫번째 반려묘 봉봉(10개월·수컷)이는 강서구의 한 버스주차장에서 박스에 담겨 버려진 3마리의 고양이중 한 아이였어요. 허피스와 곰팡이 피부병으로 격리보호가 필요한 상황이라 가정임보를 하다가 입양하게 됐습니다.

두번째 반려묘인 구름(2세 추정·수컷)이는 제가 활동하고 있는 팅커벨프로젝트 회원분 중 길고양이들 밥을 챙겨주시는 분께서 작년 추석 직전 동네에 유기되어 배회하고 있는 아이를 구조한 경우입니다. 그런데 그분 집에 있는 다른 아이들과 합사가 어려워 대신 입양하게 됐죠.

세번째 반려묘 남양이는 지난 1월 23일 영하 11도까지 떨어졌던 월요일 저녁에 재활용 쓰레기장 근처에서 우유팩을 찢어 핥고 있는 것을 보고 사료를 챙겨주러 집에 들어왔는데 집안까지 따라들어와 눌러앉아 살게된 셀프구조 길고양이입니다.

네번째 반려묘 단짝(8개월·암컷)이는 지난 2월 12일에 한 지인이 회사 근처에서 밥을 주다 구조했습니다. 서열에 밀려 밥을 제대로 못먹고 굶주리던 아이로, 굶주림과 기생충감염 때문에 야윈상태로 길가 한쪽 구석에 웅크린채로 죽어가던 아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섯번째 반려묘 우연(8개월·암컷)이는 단짝이를 구조하기 위해 설치한 통덫에 우연히 포획되었는데, 단짝이와 같은 월령의 한배 새끼로 추정됩니다. 우연이도 단짝이와 같이 진드기와 기생충에 감염돼 있었고 중성화 수술 후 방사할 계획이었으나 구조한 장소가 워낙 열악해 방사를 포기하고 입양하게 되었습니다.

백씨의 다섯마리 반려묘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봉봉(10개월·수컷), 구름(2세 추정·수컷), 남양, 단짝(8개월·암컷), 우연(8개월·암컷)이.© News1

-어떻게 냥이들이랑 첫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 부산서 살다가 직장을 그만두고 2년전 경기도 시흥에 처음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밤 늦게 퇴근하는데 원룸 바로 옆 공원에서 작은 아기고양이와 같이 있는 어미고양이가 사람들이 먹다 남긴 배달음식(짬뽕과 짜장면) 그릇을 뒤적이고 있었는데 그마저도 아기고양이에게 먼저 양보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너무나 애틋해보여 인근 편의점에서 급히 고양이 사료와 생수를 사다가 먹이게 되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길고양이들 밥을 챙기게 되면서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없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유기묘를 입양하고 싶은 마음에 인터넷을 뒤지다가 팅커벨 프로젝트를 알게되었지요. 거기서 임신한채 구조되어 출산한 '흰둥이'란 고양이를 보고 입양하고 싶어서 입양캠페인에 동참하거나 입양센터 방문 봉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혼자 사는 남자의 경우 내규상 아이들의 입양이 어렵다는 얘기를듣고 좌절도 했지만, 진심은 통하리란 생각에 작년부터 한번도 빠짐없이 입양캠페인에 참석했습니다. 그러던 중 봉봉이의 병원 이동봉사를 하다가 질병 때문에 격리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그 자리에서 가정임보를 자청해 함께 살게 됐습니다.

고양이가 자기가 마음을 허락한 사람외에는 왠만해선 다정한 모습을 안보여주고 겁이 많아 숨는 습관이 있다고 들었는데, 하늘이 맺어준 인연때문인지 난생 처음 반려동물을 맞이한 저에게 봉봉이는 세상에서 가장 친절하고 관대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집에 온 첫날부터 당당하게 꼬리를 세우고 다니고, 3일에 한번씩 해야하는 곰팡이치료 약욕을 잘 견뎌주고, 뭐든지 잘먹고, 제옆에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고 고양이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됐고 그것이 인연을 이어오게 된 계기입니다.

-고양이 5마리의 집사가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두번째 반려묘인 구름이까지는 좀 얼떨결에 맞이했습니다. 인연과 묘연이 맞아떨어진거지요. 카페에서 구조된 사진을 본지 3일만에 저희집에 들어와 앉아있었으니깐요.

나머지 아이들은 캣맘활동을 하고 있는 지인을 통해 서대문구의 오래된 시가지에 있는 길고양이들의 생활을 알게 되면서부터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단짝이는 구조당시 즉시 수술이 힘든 상태고 너무 어려서 제가 품게 되었고, 남양이는 앞서 소개한 것처럼 자기 발로 들어온 아이인데 사람 손길을 좋아하는 녀석이 멋모르고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다가갔다가 봉변이라도 당할까봐 내치지 못하고 이렇게 정들어 살게되었습니다.

현재의 제 능력으로는 더 이상 아이들을 거둘 수 없지만 저 가여운 아이들이 그래도 이 세상 왔다가는 동안 따뜻한 방에서 깨끗한 물과 좋은 음식을 먹으며 좋은 기억만 가지고 떠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봉봉이.© News1

-집사가 되고 난 후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반려동물은 맞이한 후 잊고 있었던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항상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차에 항상 사료와 물을 가지고 다니며 우연히 마주친 길고양이들에게도 나눠주고 있습니다. 또 돌보는 아이들이 있다보니 사회생활 하면서 술자리에서도 지나친 음주를 자제하게 되더라구요.

한가지 보람을 느낀 일이 있는데, 지난 겨울 자동차 전시장의 시승차에 길고양이들이 추위를 피해 엔진룸에 들어가서 생길 수도 있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저의 일터에 길고양이들을 위한 겨울 집을 만들어줬어요. 그런데 회사에서 좋은 취지를 이해하고 이젠 서울, 경기동부지역 본부 27개 지점 중 옥외주차장이 있는 24개 지점에 모두 길고양이 겨울집이 설치됐습니다.

또 이런 일들이 알려지면서 올해는 회사에서 지원도 고려해 주시겠다고 하니 감사할 따름이죠. 아주 작은 일이지만 이런 노력들이 씨앗이 되어 결국엔 사람들에게 이로운 일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바라보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오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생활의 활력을 충전받는 것 같습니다.

-고양이 입양을 고민하고 있는 예비집사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고양이는 혼자 있어도 된다는 건 잘못된 속설입니다. 늘 함께 해주지 못한다면 강아지 처럼 둘 이상 키울 것을 권합니다. 물론 가족들의 동의는 반드시 거쳐야 하고요. 가족중에 치료받기 힘든 알레르기 환자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최소한 15년 이상 이 아이들과 함께 할 마음의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강아지를 반려동물로 맞이할 때 대비 절감되는 노력들(배변 치우기, 규칙적인 산책시키기, 목욕시키기 등)을 털빗기기와 청소에 꾸준히 투자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인간의 편의를 위해서 아이들의 본능에 위배되는 통제를 가해서는 안됩니다. 강아지와 많이 다른 특성을 가진 동물이란 점을 사전에 반드시 공부해야 합니다.

-강아지와 다른 고양이만의 매력은 무엇인지요?

▶강아지가 주인을 따르는 친구 같은 존재라면 고양이는 친해지기 위해서 제가 많이 맞춰야 하는 여자친구 같은 느낌이죠. 명령이나 훈련보다는 달래고 맞춰줘야 하는 게 많은 것 같습니다. 제 맘대로만 안되는 구석이 있는 것 같아 더 매력적이죠.

길고양이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항상 당당합니다. 자기보다 훨씬 몸집이 큰 개를 만나더라도 끝까지 꼬리내리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런 당당함이 또다른 매력이죠.

함께 생활하며 팅커벨프로젝트의 유기견·유기묘 입양켐페인에 함께 참석한 백씨와 봉봉이.© News1

-초보자들이 고양이를 입양하면서 꼭 알아야 할 기초상식은 무엇인가요?

▶고양이는 개보다 5000년 정도 사람과 함께 한 역사가 짧다고 합니다. 아직도 야성의 본능이 많이 남아 있는 만큼 개와는 다른 고양이만의 특성을 잘 파악해야 하고, 사람 아기가 태어나면 아이의 행동영역 안에 위험한 것들을 치우듯 고양이에게 위험한 것들은 미리 정돈하고 항상 신경써야합니다.

노끈하나만 잘못 떨어져 있어도 아이들이 그걸 집어먹고 개복수술을 해야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집에 많이 키우는 화초도 마찬가지고요. 선물 받은 꽃 역시 고양이가 향을 맡거나 뜯어 먹었을 경우 쇼크를 일으키거나 죽음에 이를 수도 있으니 항상 주의해야 합니다. 미리미리 체크해 대체하든지 대비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고양이는 스스로 털 손질을 잘하기 때문에 사람의 욕심으로 자주 목욕을 시키면 큰병이 납니다. 많이 예민하고 스트레스에 약한 동물인 만큼 조금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고양이털 알레르기가 있는 줄 알고 있는데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요?

▶고양이 알레르기는 침이나 배설물 때문인데, 늘 털을 핥으니 털에 침이 묻어 민감한 반응이 나온곤 합니다. 병은 알면 극복할 수 있으니 그동안 많이 공부했습니다. 집에는 처방받은 고준위 알러지 내복약과 안약을 상비해두고, 집에 있는 아이들과는 처음에는 마스크, 물티슈 등으로 아이들과 접촉시 항상 조심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는 면역이 많이 생겨 이제 크게 힘들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알레르기 검사결과는 5등급(6등급이 최고수준)인데 우리 아이들이랑은 괜찮아 진것 같더라구요.

-고양이를 키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더 하고 싶은 말은?

▶저에게는 일생 중 잠깐이지만, 이 아이들은 한 평생을 저만 바라보고 살아갑니다. 적어도 15년 이상 함께 해야 할 생명이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맞이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강아지나 고양이도 나이가 들면 돈이 들어 갈 일들이 생깁니다. 지금 있는 아이들 대부분 0~2세 사이인 건강한 아이들이지만 7~8년 뒤를 대비해서 조금씩 적금을 들고 있습니다. 저처럼 아이들과 평생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미리미리 대비하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뚱아저씨의 동행] 유기동물 입양자 인터뷰 끝.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와 순심이. © News1



▶1편 "유기묘 입양 뒤 무뚝뚝한 남편이 180도 달라졌어요"

▶2편 "장애견도 똑같은 반려견… 편견은 버려주세요"
3편 "장애견 입양하니 아이들의 생각도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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