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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 호더'가 운영하던 '끔찍한 고양이 쉼터'
'애니멀 호더'가 운영하던 '끔찍한 고양이 쉼터'
  •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승인 2017.04.1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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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고양이 쉼터'의 모습. (사진 케어 제공) © News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봉사자들도 모두 등을 돌렸다고 해요. 아무리 이야기해도 안 되니까요. 결국 '이대로 둬선 안 된다'는 생각에 제보를 한 거죠."

경남 창원시엔 66㎡(약 20평)짜리 방에 고양이 100여 마리가 모여 사는 '고양이 쉼터'가 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50대 여성이 수년 전부터 운영해온 곳이다. 그는 자신이 키워오던 반려묘 세 마리와 길고양이, 누군가 버리고 간 고양이들을 한 데 모아 수년 전부터 쉼터를 운영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그에겐 천국과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동네 주민과 동물애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은 '지옥이 있으면 이곳과 같을까'라는 말을 나누곤 했다. 쉼터 봉사자들도 시간이 지나면 여성에게 등을 돌렸다. 마치 물건을 수집하듯 고양이들을 쉼터에 데리고 오는 데만 열중할 뿐 기본적인 관리, 청소도 하지 않는 행동이 이어진 때문이었다.

'고양이 쉼터' 주인은 고양이를 모으기만 할 뿐 청소도, 관리도 하지 않았다. (사진 케어 제공) © News1

동물권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는 문제의 고양이 쉼터를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광경이 펼쳐진 곳'이라고 표현했다. 100마리에 달하는 수많은 고양이들이 지내기에 턱없이 작은 공간, 부족한 먹을거리, 불결한 환경 등 쉼터의 고양이들은 길에서보다 못한 생활을 했다. 죽지 않는 게 다행일 정도였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먹을거리였다. 여건이 될 때마다 건물 청소를 하는 것으로 수입을 올리는 주인이 100여 마리의 사료비를 대기엔 역부족이었다. 박 대표는 "먹을거리를 조달하지 못하는 건 물론 전기, 가스 등도 끊겨 있던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더 심각한 건 기본적인 관리조차 안 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고양이 화장실에 구더기가 들끓고 있는 모습. (사진 케어 제공) © News1

실제로 지난주 박 대표와 케어 관계자들이 찾아간 쉼터엔 끔찍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쉼터 곳곳에 오물이 쌓여 있었고, 고양이 전용 모래를 담아 놓은 배변통엔 구더기가 득시글거렸다. 당연히 고양이들의 건강이 좋을 리 없었다. 새끼 고양이의 두 눈은 곪아 안구가 끔찍한 형태로 돌출돼 있었고, 또 다른 고양이는 얼굴 일부가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케어 관계자는 "우리가 방문했을 땐 그나마 정리가 된 편이라고 들었다"면서 "과거엔 고양이 사체가 구석에 방치된 채 구더기가 들끓고 있었다더라"고 했다.

간간히 쉼터에 찾아오던 봉사자들의 증언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쉼터 주인의 빗나간 고양이 사랑에 제동을 걸기 위해 봉사자들은 '고양이들을 잘 돌보겠다'는 각서를 받아내기도 했고, 돈을 모아 더 넒은 집을 구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쉼터 주인은 변하지 않았다. 그저 자기 집에 고양이를 데리고 오는 일에만 몰두할 뿐, 관리는 신경 쓰지 않았다. 전형적인 '애니멀호더'(반려동물 대량 사육자)였다.

케어 관계자는 "쉼터 주인은 봉사자들의 항의에도 꿈쩍 않고 고양이를 모았다더라"면서 "지금도 중성화수술이 돼 있지 않은 고양이가 20여 마리나 돼 고양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던 상황"이라고 했다.

염증이 생긴 새끼 고양이의 눈이 오랜시간 방치돼 안구가 튀어나와 버렸다. (사진 케어 제공) © News1

쉼터 주인에게 고양이를 계속 맡겨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케어와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등 동물보호단체들은 고양이를 모두 구출하기로 했다. 박소연 대표는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과 지역 동물보호활동가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해 주인에게 동물포기각서를 받고 구조하기로 했다"면서 "쉼터 주인이 자신이 원래 키우던 세 마리는 포기할 수 없다고 하더라. 생활이 안정되면 세 마리를 돌려주는 조건으로 나머지 고양이들을 포기시켰다"고 했다.

문제는 무려 100마리에 육박하는 고양이들이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의 입양센터도 수용 공간이 없는 상황이다. 치료비, 사료비, 중성화수술비 등 100여 마리 관리에 들어가는 돈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박 대표는 "일단 임시보호공간을 마련해 구조한 고양이들을 보호할 것"이라면서 "그 다음 목표는 6개월 안에 모든 고양이들을 좋은 곳으로 입양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동물을 취미로 모으는 행위인 '애니멀 호딩'은 동물의 고통과 사람의 위생 및 건강문제, 이웃에 대한 피해 등의 문제가 따른다"면서 "이를 해결하기엔 시민단체로선 한계가 있으니 이제라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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