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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행인 덮친 맹견…개 관리 '이대로 괜찮나'
한밤중 행인 덮친 맹견…개 관리 '이대로 괜찮나'
  •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승인 2017.06.1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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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불테리어. (사진 이미지투데이) © News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한밤중 서울 한복판에서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주택 마당에 있던 맹견 두 마리가 집밖으로 탈출해 행인 3명을 덮쳐 중경상을 입혔다. 이 사고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반려견 관리지침을 마련하고 맹견 사육제한 및 금지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5일 서울 도봉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밤 11시20분쯤 서울 도봉구 창동의 한 주택 마당에서 사냥개인 도고 아르젠티노와 프레사 카나리오가 집 문틈으로 빠져나와 지나가던 행인을 공격했다.

달려오는 맹견에 놀라 도망치던 남성은 넘어져 무릎을 다치는 경상을 입고, 뒤이어 맹견을 맞닥뜨린 30대 부부는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남편은 비교적 적게 다쳤지만 부인은 목, 다리 등을 물려 중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에 대해 "언제든 일어날 법했다"고 입을 모은다. 소위 맹견으로 분류되는 견종을 키우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개 성향에 맞는 사육 및 관리를 하지 않아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준우 서울연희실용전문학교 애완동물학부 교수에 따르면 맹견이나 대형견 등 사람에게 큰 부상을 입힐 수 있는 반려견은 필수적으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한 교수는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살려면 모든 반려견이 교육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특히 큰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맹견이나 대형견은 교육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화와 본능조절 교육이 필요한 건 물론이고 견종에 따라 사육환경을 갖추고 산책 및 운동 시간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고 아르젠티노. © News1


한 교수는 상당수 맹견·대형견 견주들이 호기심과 과시욕으로 특이견종을 키우다 사고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실제로 맹견·대형견을 키우던 견주가 개에게 공격을 받은 뒤 동물보호단체에 개를 양도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밝혔다. 한번 사람을 공격하는 사고를 일으킨 개는 재발 위험이 있기에 대부분 안락사된다. 개가 자기 힘으로 사람을 제압했다는 인식을 가지면 교육을 통해서도 사고를 방지하기 힘들다.

박소연 케어 대표는 "키울 여력도, 지식도 없는 상황에서 맹견·대형견을 분양받은 뒤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다 공격을 당하는 바람에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이 많다"면서 "몸이나 얼굴을 물리는 일은 다반사고, 최근엔 귀가 뜯겨 나갈 정도로 심하게 공격을 당해 우리에게 개를 보낸 견주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맹견으로 인한 크고 작은 사고가 빈번하지만 맹견 관리와 관련한 법이나 제도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영국과 미국, 캐나다의 일부 주는 공격성이 높은 일부 견종을 키우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동물보호법 제13조 2항에서 핏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맹견과 함께 외출할 경우 목줄과 입마개를 채워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개의 사육환경과 방식을 제한하는 규제 장치도 없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맹견이 아니더라도 오랫동안 묶여있거나 좁은 데 갇혀있는 등 잘못된 사육방식으로 인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개의 공격성이 높아진다. 특히 맹견들의 경우 활동량과 운동량이 많아야 하지만 상당수 견주가 이같은 양육방식을 지키지 않아 사고를 야기한다.

박소연 케어 대표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맹견과 관련한 사고가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라면서 "반려견 사육 및 관리기준을 마련하고 맹견의 사육과 수입을 제한해 불상사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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