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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 아무나 못 키우는 맹견, 한국선 그저 반려견
해외선 아무나 못 키우는 맹견, 한국선 그저 반려견
  •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승인 2017.06.1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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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미지투데이) © News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지난 14일 서울 한복판에서 맹견이 행인들을 덮쳐 중경상을 입힌 사고와 관련해 맹견 관리 기준과 사육 제한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 캐나다 등 해외에 있는 맹견사고 방지를 위한 법적 기준이 한국엔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단체와 법조계 관계자들은 맹견이 사람을 공격하는 사고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이번 사고에 앞서 지난 5월 강원 원주시에선 맹견에게 물린 권모씨(65·여)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개사육장을 운영하던 권씨는 철창에 가둬 기르던 도사견에게 얼굴과 다리 등을 물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과다 출혈로 숨졌다.

2011년엔 서울의 한 주택가에서 집주인이 키우는 로트와일러에 세입자 곽모씨가 물려 전치 2주의 부상을 입는 사고도 있었다. 경찰은 당시 사고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로트와일러가 곽씨뿐만 아니라 수년간 여러 차례 다른 세입자들에게 피해를 준 사실을 확인했다. 로트와일러에 물린 세입자 중엔 전치 4주의 부상을 입기도 했지만 집주인은 세입자들이 드나드는 통로에 로트와일러를 묶어놓고 돌봐왔다.

전문가들은 크고 작은 맹견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전무하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다. 일부 나라처럼 맹견에 대한 관리 및 사육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유림 변호사(법무법인 한울)는 "영국은 26년 전에 이미 맹견 사육 제한과 관리 지침 등의 법률을 제정해 공격적이고 통제가 불가능한 맹견 사육을 관리해왔다"면서 "이와 달리 한국은 맹견으로 분류한 일부 견종과 외출 시 입마개를 해야 한다는 정도만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밤 11시20분쯤 도봉구 창동의 한 주택 마당에서 이모씨(31)가 키우던 개 2마리가 지나가던 시민 3명을 덮친 사고가 발생했다. 도고 아르젠티노는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이 쏜 마취제를 맞고 그 자리에서 죽었다.(사진 도봉소방서 제공)© News1

영국의 경우 1991년 '위험한 개 법'(Dangerous Dogs Act)을 제정해 핏불테리어, 필라브라질러, 도사, 도고아르젠티노 등의 맹견을 '특별 통제견'으로 분류했다. '특별 통제견'으로 분류한 맹견 가운데 도고아르젠티노는 지난 14일 서울 도봉구의 주택가에서 행인을 덮친 견종이다.

영국에서 '특별 통제견’을 키우려면 법원으로부터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후에도 사육자는 정부로부터 지속적인 관리를 받는다. 또한 보험 가입, 중성화수술, 마이크로칩 삽입, 입마개 등을 해야 하고 번식 및 판매, 교환도 할 수 없다.

뉴질랜드는 지난 2월부터 '맹견 관리 자격증' 제도를 도입했다. 위험한 개를 다룰 수 있는지, 적절한 사육 환경을 갖췄는지 등을 검토해 일정 기준을 통과해야만 맹견을 키울 수 있는 자격증을 발급한다. 법적 책임이 부여된다는 내용의 교육도 받아야 한다. 또한 키우려는 맹견의 기질도 검사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이처럼 맹견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한국엔 맹견 관리 지침이나 사육제한 조치가 없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12조2항에서 맹견으로 분류한 Δ도사견과 그 잡종의 개 Δ아메리칸핏불테리어와 그 잡종의 개 Δ아메리칸스태퍼드셔테리어와 그 잡종의 개 Δ스태퍼드셔불테리어와 그 잡종의 개 Δ로트와일러와 그 잡종의 개 Δ그밖에 사람을 공격하여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은 개와 외출 시엔 반드시 입마개를 씌워야 한다고 규정한 게 맹견과 관련한 규정의 전부다. 이 같은 규정을 어기면 개 주인에게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전진경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상임이사는 "맹견도 적절한 사육환경에서 올바른 사육방식으로 관리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제대로 된 관리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선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체계적인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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