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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닌 반려동물이 나를 기른다?
내가 아닌 반려동물이 나를 기른다?
  • (서울=뉴스1) 이주영 기자
  • 승인 2017.06.28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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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월간 문학잡지 '릿터' 6월호는 '기르는 삶'을 주제로 반려동물과 반려식물에 대한 이야기들에 무게를 두었다. (사진 민음사 제공) © News1

(서울=뉴스1) 이주영 기자 = 당신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을까, 기르고 있을까.

'기르다'와 '키우다'는 다르다. 키우는 것이 길이나 나이 등 수치의 커짐이라면 기르는 것은 상대를 보살피고 아끼는 마음과 행위가 들어간다.

격월간 문학잡지 '릿터' 6호의 커버스토리가 '기르는 삶'인 이유도 여기 있다. 인간이란 하나의 종으로 완전하지 않기에 다른 종과 함께하길 원한다. 짝이 되는 동무라는 뜻을 지닌 '반려'는 그렇기에 인간이 애틋하게 여기는 존재를 말한다.

릿터의 '기르는 삶'편은 전반부는 반려동·식물에 대한 이야기, 후반부는 문학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먼저 소설가 세 명이 짧은 소설로 문을 연다. 소설가 김희진의 '벚꽃 잎이 흩날리던 날', 이은희의 '개를 잃은 사람들에게', 최은미의 '나도 그래' 등은 반려동·식물과의 추억을 소환한다.

특히 고양이를 향한 어린 마음을 보여주는 '벚꽃잎이 흩날리던 날'은 작심한듯 읽는 이의 마음을 울렁이게 한다. 죽어가는 고양이를 위해 먹을 것을 사러 간 마트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 900원 뿐이란 사실에 아이는 절망한다. 어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아이와 고양이 간의 짧고 깊은 교감이 눈시울을 붉힌다.

감성만 자극하는 것은 아니다. 칼럼니스트 김소희의 '인간이 동물을 사랑한다는 것'은 개와 고양이가 어떻게 반려동물로 받아들여졌는가를 보다 역사적으로 탐구하고 고민한다. 특히 개와 고양이가 다른 동물보다도 인간에게 가까운 반려동물이 된 것을 실용성에 집중한 것이 흥미롭다. 여기에 '아이러니하게도 동물학대는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에 의해 일어난다'는 날카로운 비판도 있다. 애당초 동물을 싫어하면 키우지 않기 때문이다.

수의사 이원영의 '반려동물 안락사에 관한 단상'은 죽음을 결정하는 판단의 근거와 주체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낸다.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대표 김영옥의 '기르고 돌보는 삶을 느끼고 사유하기'는 하나의 존재를 돌보는 것에 대한 무게를 논한다.

수기 파트에서는 소설가 최은영의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눈에 띈다. 반려묘 '레오'를 통해 고양이 전체가 좋아지는 과정을 보여주어 집사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또한 특별 수록된 일본 물리학자이자 소설가 데라다 도라히코의 '새끼 고양이' 는 보통의 인간이 다른 종의 생명체에게 하는 실수에 대한 생각을 사려(思慮)한다.

그 외 반려동물과 식물에 관한 이야기와 후반부 문학과 비문학 파트도 놓치기 아까운 부분이 많아 일독하길 권한다.

'기르는 삶'의 커버스토리가 끝나갈 때 쯤 한 가지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우리가 반려동물을 기른 것이 아니라 반려동물이 우리를 길러냈다는 것을. 강아지의 조건 없는 사랑이, 고양이의 무심한 듯 머무는 사랑이 오늘도 우리 마음을 사랑으로 자라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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