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느닷없이 나타난 개가 행인을 무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며 시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려견 사회화 교육과 입양 전 보호자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주장하고 있다.
29일 전북 군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6시41분쯤 군산시 조촌동의 한 거리에서 A씨(44) 소유의 대형견 한 마리가 열 살 초등생을 무는 사고가 발생했다. 산책하던 개는 A씨가 목줄을 놓친 틈을 타 달아나 길을 지나던 B군을 공격했다.
B군은 자신을 향해 갑자기 달려드는 개를 피해 달아났지만 공격을 피할 순 없었다. B군이 건물 안으로 도망 친 후에도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개는 그로부터 4시간이 지난 오후 10시30분쯤 포획됐다. B군은 현재 팔과 다리 등에 피부이식을 받아야 할 만큼 큰 상처를 입고 치료받고 있다.
지난 14일엔 서울 도봉구 창동의 한 주택가에서 맹견 두 마리가 열린 대문 틈으로 빠져 나와 행인들을 습격했다. 공격을 받은 행인들은 목과 다리 등을 물리는 중경상을 입었다.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마취총을 맞고 죽었다.
반려견 양육인구가 증가하면서 '개 물림 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비자원에 접수된 '개 물림 사고 발생건수'는 2011년 245건에 불과했지만, 해가 갈수록 늘어 2015년엔 1488건, 2016년엔 1019건이 접수됐다.
이처럼 개 물림 사고가 늘고 있지만 관련 대책이나 예방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전문가들은 반려견 입양 전 보호자 교육이나 반려견 사회화교육이 선행됐다면 최근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고 진단한다. 반려견 보호자는 올바른 양육방법에 대해 배우고, 의도치 않게 목줄이 풀리더라도 반려견이 낯선 이를 만났을 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도록 교육됐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거란 이야기다.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는 "맹견이 아닌 일반적인 반려견들도 제대로 된 양육환경이나 성향에 맞는 양육방식이 따라주지 않으면 언제든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다"면서 "사육방식에 대한 규제 등 보호자들이 반려견을 제대로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영국은 제대로 된 사육환경을 갖추지 않거나 잘못된 방식으로 개를 키우는 견주들을 규제할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맹견이나 사람을 공격해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은 개와 외출 시 입마개를 씌워야 한다'는 규정을 마련한 게 전부다.
반려견 교육도 중요하다. 의도치 않게 목줄이 풀리거나 주인을 잃어 길에 홀로 남게 된 반려견이더라도 교육을 받았다면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
한준우 서울연희전문학교 애완동물학부 교수는 "사람을 문 사고를 친 개를 데리고 행동교정사를 찾아오는 이들이 상당히 많다"면서 "제대로만 교육하면 그 어떤 개도 사람을 물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살아가는 방법이 다른 사람과 개가 조화롭게 공존하려면 개에게 사람 사회의 룰을 알려줘야 하고, 사람도 개의 특성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면서 "반려견 입양 전 보호자 교육과 반려견 사회화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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