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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맛 살려주는 반려묘 '이응옹'
시의 맛 살려주는 반려묘 '이응옹'
  • (서울=뉴스1) 이주영 기자
  • 승인 2017.07.0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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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편의 시가 34편의 웹툰을 만나 위로를 전하는 에세이집이 됐다. (사진 창비 제공) © News1

(서울=뉴스1) 이주영 기자 =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로 모든 걸 담지 못할 때 우린 시를 건넨다.

싱고(본명 신미나·40)가 쓴 '時누이'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우리네 삶을 보듬는 시와 웹툰이 담긴 에세이집이다.

그는 책의 초반에 "시 쓸 때는 '신미나' 그림 그릴 때는 '싱고'입니다"라며 자신을 소개한다. 이는 저자가 '시누이'에서 필명인 싱고를 쓰고 있는 이유다. 이 책은 시에 다다르는 징검다리를 그림으로 삼고 있다.

싱고는 200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부레옥잠' 시가 당선되면서 시인으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 2015년 출판사 창비의 네이버 블로그에 웹툰을 연재하면서 시와 웹툰을 함께하게 됐다.

책에는 각 34편의 시와 웹툰이 실려 있다. 싱고는 시에 맞는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녹인 웹툰을 선보인다. 그와 함께 시크한듯 다정스럽게 시의 맛을 살려주는 것은 반려묘를 모델로 한 캐릭터 '이응옹'이다. 인간 나이 69세와 맞먹는 이응옹은 싱고의 곁에서 잔소리를 늘어놓지만 그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듬는 존재다.

'시누이'는 하나의 시 소개에 앞서 웹툰을 먼저 보여준다. 그림으로 촉촉해진 감성은 시의 등장으로 가슴을 먹먹하게 마무리해준다.

웹툰 '뚜뚜뚜 센서가 필요해'편에선 반려묘 이응옹이 '다른 이와 주파수를 맞추며 사는 건 쉽지 않다'며 이럴 땐 뚜뚜뚜 센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상처가 될 줄 모르고 무심코 말을 내뱉거나 부담되는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들에게 '뚜뚜뚜' 소리가 울리면서 내 감정의 컨디션을 알려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는 시인 이흥섭의 '주인'이란 시와 짝이 되어 나온다. 시인은 '바람에 뒤집히는 감잎 한 장/ 엉덩이를 치켜들고 전진하는 애벌레 한 마리도/여기 이 세상의 어여쁜 주인이시다//힘겹고, 외로워도/가야 하는 세상이 저기에 있다'는 말로 힘겨워하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진지한 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웹툰 '내 몸의 지방자치제' 편에선 매일 결심만 하는 집사를 나무라는 반려묘 이응옹이 나온다. 이응옹은 "자네의 지방은 참 독립적이군. 존재감이 충만해. 부위별로 지방자치제랄까"라는 귀여운 멘트를 던진다.

여기에 시인 권혁웅의 '천변체조교실'이 맞물린다. 웹툰은 시인의 "노년이란 몸의 지방자치제인데/ 팔다리 따로 노는 지역감정이거나 오감의 님비현상인데/여기 천변에선 모두가 일사불란이다"란 시 구절과도 묘하게 어울린다.

요즘 세상사로 지친 이라면 시인 오은의 '돌멩이'를, 유년시절의 애틋함을 다시 느끼고픈 이라면 시인 성동혁의 '나 너희 옆집 살아'를 싱고의 웹툰과 함께 만나보면 좋을 듯하다.

우리의 삶은 어쩌면 시인 안현미의 시처럼 '매일매일 출근해/ 바닥을 시작하는/자신을 시작하는//투명 고양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인 김사인의 시가 이야기 했듯이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고맙다/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라고 말해주는 이가 있어 살 만한 것인지도 모른다.

시라면 다소 어렵고 거창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에게 권하기 좋다. 웹툰으로 무장해제 된 마음이 시로 위로 받을테니 말이다. 물론 그 일엔 고양이 이응옹도 함께다. (싱고 지음·창비·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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