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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그 남자도 고양이를 키워요'
'내가 아는 그 남자도 고양이를 키워요'
  • (서울=뉴스1) 이주영 기자
  • 승인 2017.07.0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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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과거부터 고양이는 남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사진 미래엔 제공)© News1

(서울=뉴스1) 이주영 기자 = '찡찡이'의 집사인 문재인 대통령, '아이'와 함께 사는 가수 지드래곤, '소미'를 키우는 이동진 영화평론가, '루비'를 위해 책까지 낸 진중권 교수 등 최근 고양이를 키우는 남자들이 부쩍 늘었다.

그런데 '남자 집사'는 사실 최근 유행이 아니다. 알고 보면 고양이 집사를 자처한 남자들은 과거부터 있었다. 일러스트레이터 샘 칼다의 '그 남자의 고양이'를 보면 시대를 주름잡던 인물들 역시 '집사'였음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책에서 집사들을 '캣맨'이라 칭한다. 그는 머리말에 선사시대 프랑스의 동굴을 떠올려 보라며 "제사장이 재, 침, 말린 베리로 거친 돌벽에 사나운 고양이를 그린다"고 상황을 설명한다. 그것이 최초의 캣맨을 낳은 순간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태초의 캣맨부터 찾는 것일까 싶겠지만 샘 칼다는 왕부터 작곡가, 발명가, 작가, 화가 등 여러 분야에 걸친 캣맨 30명의 일화를 소개한다. 그는 "모두 고양이가 남성의 의식을 바꿀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며 고양이를 좋아하는 남자라면 이 책에서 친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샘 칼다는 대중에게 익히 알려진 애묘인인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찰스 부코스키, 마크 트웨인, T.S.엘리엇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다양한 직업군의 캣맨들이다.

정치인 윈스턴 처칠은 반려묘로 '탱고', '미키', '넬슨' 등을 키웠다. 그는 식사를 할 때면 식탁 아래에 있는 반려묘들에게 아내의 눈을 피해 훈제 연어를 몰래 주곤 했다. 88번째 생일 선물로 받은 '조크'는 처칠이 90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키운 고양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처칠의 집에서 계속 살 수 있게 배려해 지금은 후손인 조크 4세가 살고 있다고 한다.

아티스트 로메어 비어든은 반려묘들 이름 짓는 것부터 남달랐다. 미켈란젤로에서 이름을 딴 '마이키', 이집트 파라오 투탕카멘에서 착안한 '투틀', 페르시아 영웅 로스탐에서 힌트를 얻은 '러스티'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부인과 여행을 갈 때도 고양이를 대동했다. 고양이가 묶을 방을 따로 예약하고 돌볼 사람을 고용했다니 그의 고양이 사랑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밖에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화가 발튀스, 예술가 장 콕토 등 고양이에게 마음을 빼앗긴 유명인들의 이야기들은 흥미를 자극한다.

여기에 일러스트레이터답게 감각적인 그림과 고양이를 향한 예찬의 문구들을 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주변에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올라온 고양이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남자를 발견한다면 이 책을 지긋이 건네주면 좋겠다. 이미 수많은 남자 집사 선배들이 비슷한 길을 걸었다고 말하면서. 혹시 아는가. 다음과 같은 말을 하는 충실한 집사의 탄생이 기다리고 있을지.

"나는 내가 고양이와 이렇게 사랑에 빠질 거라곤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샘 칼다 지음·이원열 옮김·미래엔·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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