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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도살되는 걸 수없이 지켜본 딱한 개예요"
"친구들이 도살되는 걸 수없이 지켜본 딱한 개예요"
  •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승인 2017.07.14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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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여우를 닮은 뾰족이. (사진 케어 제공) © News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친구들이 잡아먹히는 걸 옆에서 지켜본 거예요. 사람이 괴물 같았겠죠."

김은일 케어 유기동물 입양센터 팀장은 뾰족이가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안 연 데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그는 “친구들이 잔인하게 도살되는 장면을 수없이 지켜본 뾰족이에게 사람은 괴물 같은 존재였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의 케어 유기동물 입양센터에서 생활하는 뾰족이는 봉사자나 방문자들에게 나름 인기가 좋은 유기견이다.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사막여우를 연상케 하는 크고 뾰족한 귀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하지만 뾰족이는 입소한 지 3년이 지나도록 가족을 찾지 못했다. 믹스견이더라도 예쁜 외모의 유기견은 입양을 빨리 가는 편이지만 뾰족이는 예외였다. 관심을 갖던 사람들도 뾰족이의 행동을 지켜보곤 손사레를 쳤다. 사람에 대한 적개심과 공포심이 너무 심하다는 이유에서다.

구조 직후 뾰족이의 모습. (사진 케어 제공) © News1

뾰족이는 입양센터에 오기 전 경기 용인시의 한 동네를 떠돌던 유기견이었다. 동네 사람들에 따르면 누군가의 반려견이었던 뾰족이는 재개발로 인해 집을 떠나야 했던 주인에게 버려졌다. 졸지에 길거리에 내몰린 것이다.

뾰족이와 같은 개는 동네에 수두룩했다. 모두 주인에게 버림받은 뒤 동네를 헤매기 시작한 개들이었다. 뾰족이는 그 유기견들과 함께 길거리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뾰족이 무리의 길거리 생활은 순탄하지 못했다. 개들의 존재를 알게 된 한 노부부가 개들을 한 마리씩 포획하기 시작했다. 노부부는 올무에 걸린 개를 그 자리에서 도살해 요리해 먹었다. 뾰족이는 노부부가 친구들을 하나둘 잡아먹는 모습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지켜봤다.

김 팀장은 “주인에게 버림받고 떠돌이 생활을 하던 뾰족이에게 그 유기견들은 어떤 존재였겠나”라면서 “동네 주민이 제보를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 노부부는 뾰족이까지 포획해 먹었을 것”이라고 했다.



케어에 노부부의 실상을 알린 제보자는 노부부를 고발했고, 노부부는 처벌을 받았다. 그리고 친구들을 다 떠나보낸 뾰족이는 케어에 구조돼 입양센터에 입소했다.

하지만 사람을 향한 뾰족이의 분노심과 공포심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손만 닿아도 으르렁거리며 공격 자세를 취했다. 입양센터 간사의 얼굴을 물기도 했다.

김 팀장은 “사람에 대한 트라우마가 아주 심해 순화하는 데 애를 먹었다”면서 “2년간 고생한 끝에 지금은 처음 보는 사람과도 산책을 나갈 정도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귀여운 외모 덕분에 인기는 많지만 나이가 많은 편이라 입양이 잘 안 되고 있다”면서 “개를 키워 본 경험이 있거나 충분한 시간을 쏟을 여력이 있는 분이 입양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뾰족이 최근 모습. (사진 케어 제공) © News1


Δ이름: 뾰족
Δ성별: 암컷(중성화 완료)
Δ나이: 2009년생 추정
Δ체중: 7㎏
Δ견종: 믹스견
Δ문의: 케어 입양센터(070-4159-8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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