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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애니멀스' 웹툰작가 "왜 동물의인화? 내가 목줄묶였다 생각하면"
'위아애니멀스' 웹툰작가 "왜 동물의인화? 내가 목줄묶였다 생각하면"
  •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승인 2017.08.1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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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업 중인 우대형 작가(사진 작가 제공)© News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쉬운 사랑. 포털사이트 웹툰 '위 아 애니멀스(we are animals)'의 작가 우대형(필명 우블루)씨는 반려동물을 키우다 쉽게 버리는 행태를 이같이 함축적으로 정의했다. 여러 동물을 의인화해 그들의 입장을 한 번쯤 생각하게 한 웹툰 '위아애니멀스'. 옴니버스 형태의 이 웹툰에서 '안녕, 내 사랑'과 '쉬운 사랑'편은 반려견의 죽음을 다뤘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 시대. 강아지, 고양이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펫팸족들이 늘고 있다. 동시에 유기견, 유기묘도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 이 때문에 인간의 생명만큼이나 동물의 생명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 작가 또한 지난 10일 인터뷰에서 '동물도 존엄한 생명체'라고 강조했다.

- '위 아 애니멀스'의 독자층이 꽤 두텁다. 동물을 의인화했다는 점에서 웹툰을 보며 감정이입을 하는 독자들도 있다. 작품 탄생 계기가 궁금하다.

▶ 이 작품은 사실 리메이크다. 내가 웹툰을 처음 시작했을 때 만든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 다시 한 번 선보인 거다. 원래 1편은 바다거북이었다. 당시 취업도 안 되고 작가 도전도 번번이 좌절됐다. 어느 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다가 아기거북이가 바다로 가는 도중 새들에게 잡아먹히는 장면을 시청하게 됐다. 예전에는 그런 장면을 보면 그냥 불쌍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런데 내가 몸과 마음이 힘든 상황에서 보니까 감정이입이 되더라. 나한테는 그 바다가 사회 같았다. 멀쩡하게 대학교 나와서 첫 발을 떼지 못하고 있는 내 처지가 보였다. 그게 계기였다.

- 우 작가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처지, 주변 환경 등에 따라 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어렸을 때는 동물원과 애견숍의 동물들이 마냥 귀엽지만, 나중에 다시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 그렇다. 그 다큐멘터리를 보며 내 상황과 연결이 됐다. 동시에 위안도 삼았다. '나는 낙오될지언정 죽지는 않는다'라고. 거대한 자연 속 무방비상태에 놓인 아기동물들은 매일매일 목숨이 위태롭다. 포식자에게 언제 잡아먹힐지 모르니까. 그래도 내 목숨은 당장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나. 여러 생각이 들었고 동물들을 의인화해 그들의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 첫 기획은 2015년에 했다. 처음엔 반응이 별로 안 좋았다. 그래서 18편까지 하고 접었다. 그리고 다른 것을 준비하다 다시 시도한 거다. 리메이크 작품은 문어로 시작했다. 이후 늑대, 여우원숭이, 사자, 하이에나 등을 소재로 삼았다.


- 첫 편부터 지금까지 많은 독자들이 호평을 남겼다. 특히 견주와 한평생을 함께 한 노견(老犬)을 다룬 11화 '안녕, 내 사랑'은 볼수록 눈물샘을 자극한다.

▶ 여러 편 중에서도 11화가 반응이 많았다. 한 번은 산책을 하다가 길거리를 배회하는 시추 종의 강아지를 보게 됐다. 그런데 백내장에 걸렸는지 눈이 잘 안 보이더라. 강아지가 늙어서 누가 버린 것 같았다. 그 강아지를 보고 나서 계속 생각이 났다. 내가 어렸을 때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다. 할머니가 싫어하셔서 오래 키우지는 못했지만. 어린 마음에도 끝까지 키우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굉장히 슬펐다. 태어나서 처음 키운 강아지라 정말 많이 좋아했는데 얼마 못 키우고 생이별을 했으니…. 이후 한 번 키우기 시작한 반려동물은 끝까지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작품에서 11화만 유일하게 동물이 1인칭이 아니다. 사람을 1인칭으로 한 데는 내 기억이 녹아있어서 그런 이유도 있다.

- 11화 댓글들을 보면 공감한다는 내용이 많더라. 작가에게 고맙다는 댓글도 있고. 치료도 힘들고, 사랑하기 때문에 아픈 모습을 보기 힘들어 '안락사'라는 결정을 한 사람의 댓글도 눈에 띄었다.

▶ 웹툰에 달린 댓글을 보면 무지개다리를 건넌 강아지들에게 편지를 쓴 사람들이 많다. 가족을 떠난 보낸 사람의 심정이 느껴지는 댓글도 있었다. 하나 소개하자면 'OO야 사랑한다. 안락사를 앞두고 누나가 오랜만에 집에 갔을 때, 누나에게 좋은 모습 보여주려고 안 먹던 맘마도 먹고 쉬도 다시 패드에 하려고 애써보던 너. 그리고 다음날 병원에 입원하고 넌 떠났지. 2년하고도 6개월이 지났는데 아직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보고 싶어'라는 댓글이었다. 강아지를 한 번 보내고 나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되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래서 다시는 강아지를 키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웹툰 '위 아 애니멀스' 중 일부.© News1

 


- 현재 키우는 반려동물이 있나.

▶ 페르시안 고양이를 기른다. 5년째 키우고 있다. 내가 웹툰 작업을 집에서 한다. 그러다보니 고양이가 많이 좋아한다.(웃음) 얼마 전 치은염에 걸려서 이빨을 뽑았다. 고양이들은 이가 안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고양이들의 평균 수명은 10년 이상이라고 한다. 길고양이들의 수명은 더 짧고. 한 번은 고양이가 집을 나가서 열흘 만에 찾은 적이 있다. 전단지도 돌리고 엄청 찾으러 다녔다. 길고양이가 안 된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지금 고양이는 내가 가장 힘들었던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래서 나중에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정말 슬플 거다.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를 썼으니 조만간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도 쓸 계획이다.

- 18~21화 '쉬운 사랑'에서는 유기견 얘기가 나온다. 혼종(믹스견)이라는 이유로 싫증을 내고, 몰래 갖다 버리고. 목줄에 묶여 학대당하다 보호소를 왔지만 입양도 못 가고 안락사 당하는 개의 얘기가 슬펐다.

▶ 유기견 얘기를 네 번으로 나눴다. 할 말이 많았다. 사람들이 새끼 때는 귀여우니까 많이 키운다. 그러다 아파서 병원비가 들면 부담스러워 한다. 나중엔 섬에 갖다 버리고, 공원에 버리고. 강아지가 혼자 돌아다니다가 동물보호센터에 맡겨지기도 한다. 그렇게 센터에서 만난 사연 있는 강아지들을 그들의 시각으로 바라봤다. 센터에 들어온 개들 중에는 운이 좋으면 좋은 집에 입양을 간다. 하지만 혼종은 입양도 쉽지 않다. 학대 경험이 있는 개들 또한 입양이 힘들다. 주인공 개가 입양이 돼서 공원을 산책하다 우연히 '안녕, 내 사랑'편의 봉봉이 주인과 스쳐 지나간다. 그를 바라보며 나도 저렇게 늙어서 죽을 때까지 함께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는 장면이 나온다. 모든 반려동물들이 가족을 만나면 평생을 함께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기도 하다.

 

 

 

 

 


- 동물보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 평소 동물보호와 자연보호에 관심이 많다. 세계자연기금(WWF)에 기부도 하고 있다. 개인으로서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효율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내 자신에 대한 자존감도 높아지고. 유기견보호센터에서 자원봉사도 했다. 강아지들 산책시켜 주고, 청소하는 것 돕고, 물품도 지원했다. 유기동물들을 산책시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옛날 사람들은 개들을 평생 짧은 줄에 묶어 놓고 키우는 경우가 많았다. 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진짜 답답했을 거다. 시골에서 한평생 묶여 있다 죽는 개들도 많이 봤다. 예방접종도 제대로 하지 않으니 수명도 더 짧아지고.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웹툰을 준비하는 기간이 너무 힘들었다. 집에서 걱정도 많이 했고. 작가마다 그림 그리는 시간이 천차만별이다. 쉽게 그릴 수 있는 그림도 있고, 한 장면 그리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그림도 있다. 시급으로 따지면 편의점 알바의 급여가 더 높을지도 모른다.(웃음) 사람들은 웹툰 한 편의 스크롤바를 내리는데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 한 편을 만들기 위해 걸리는 작업시간은 일주일 정도 된다. 나도 웹툰을 시작하기 전에는 그렇게 오래 걸릴지 몰랐으니까. 건강을 챙기려고 헬스를 끊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 가고 있다. '위 아 애니멀스'는 운동도 포기하면서 그리는 작품이다. 단순히 그림, 만화를 본다는 생각이 아니라 동물의 삶과 죽음을 생각하며 읽어주면 좋겠다. 인간 대 동물이 아니라 생명체 대 생명체다. 인간과 동물의 생명은 똑같이 존중받아야 하니까. 인간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사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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