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7:18 (화)
[김재영 원장의 펫토피아] 순종 고양이들과 유전병
[김재영 원장의 펫토피아] 순종 고양이들과 유전병
  • (서울=뉴스1) 김재영 태능고양이전문동물병원장
  • 승인 2017.09.19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코티쉬폴드.(사진 이미지투데이)© News1

(서울=뉴스1) 김재영 태능고양이전문동물병원장 = 출근해서 병원 문을 여니 큰 소리로 "냐~옹" 하면서 반려묘 '밍키'가 반기며 달려 온다. 24년 함께 살고 있는 밍키를 보면 묘한 매력에 빠져 활기찬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애묘인들은 고양이를 모시고 산다는 의미로 자신을 자랑스럽게 '고양이 집사'라고 말한다. 그만큼 자신과 생활하고 있는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고양이를 처음 양육하는 이들을 보면 평소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면서 정이 들어서, 사고를 당한 고양이를 구조해서, 안락사를 기다리던 보호소 고양이를 반려묘로 들이는 경우가 있다. 또 특이한 체형이나 성격적인 특성을 보고 마춤형 순종 고양이를 입양하는 이들도 있다.

어떤 선택을 하던 고양이에게 새 삶의 기회를 준다는 면에서 대찬성이다.

하지만 길에서 데려고 온 고양이가 붙임성이 있고 친근하거나 사회화된 고양이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입양을 한 후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미리 확실하게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순종 고양이를 데리고 올 경우에도 그 종의 특성이나 발생하기 쉬운 유전적 문제에 대해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최근 제일 인기가 많은 품종이며 영화 '슈렉'에 나오는 눈이 크고 동글동글한 얼굴, 귀가 앞으로 접혀 귀엽고 순수한 이미지를 하고 있는 고양이가 있다. '스코티쉬폴드'라는 품종의 고양이다.

스코티쉬폴드 종은 1961년 스코틀랜드 한 농장에서 태어난 우성 돌연변이 고양이다.

스코틀랜드에서 출생했다는 스코티쉬와 접힌다는 의미의 폴드를 붙여 스코티쉬폴드라 불린다.

정상 고양이처럼 태어날 때는 귀가 곧게 서있지만 생후 3~4주부터 귀 연골에 주름이 생기면서 앞으로 접히게 된다.

귀 모양에 따라 접히지 않는 고양이를 '스코티쉬스트레이트'라고 하고, '싱글폴드'(귀끝이 반쯤 만 접힘), '더블폴드'(귀끝이 거의 머리에 닿음), '트리플폴드'(귀자체가 거의 머리에 붙어있는 형태)로 구분을 한다.

그런데 이 고양이들은 정상 고양이와 다르게 뼈와 연골을 변형시키는 유전자가 있어 접힌 귀 모습뿐 아니라 성장하면서 앞, 뒷다리 사지 말단뼈 부분과 꼬리뼈 연골이 울퉁불퉁 뭉치거나 변형되어 정체불명의 뼈 형태로 변하는 '골연골이형성증'(osteochondrodysplasia)이란 무서운 유전병으로 진행되면서 평생 통증으로 인한 보행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골연골이형성증'을 앓고 있는 스코티쉬폴드 고양이의 엑스레이 사진.© News1

폴드와 폴드끼리 교배하면 99% 유전 질환에 걸리게 되고, 폴드 사이에서 태어난 스코티쉬스트레이트와 폴드의 교배에서 태어난 고양이들도 외관상 정상으로 보이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을뿐 나이가 들어가면서 유전병이 나타난다.

이 유전병은 특별한 치료방법이 없으며 통증이 심한 경우 변형된 관절을 절단하는 외과적 수술이나 진통제와 골 영양제를 복용하면서 병의 진행을 늦추는 치료를 하게 된다. 평생 장애를 가지고 살아간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라면 입양할 때부터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까지 반려묘의 건강과 행복을 바랄것이다.

하지만 렉돌, 메인쿤, 페르시안, 뱅갈, 터키시앙고라 품종에서는 심장에 질환을 보이는 '심장비대증'(HCM)이 나타난다.

또 몸 털색이 하얗고 양쪽 눈이 파란색인 터키시앙고라나 화이트페르시안의 경우 귀에 문제가 생기는 '선천성 난청'을 보인다.

이밖에 스코티쉬폴드 뿐만 아니라 귀가 뒤로 접히는 아메리칸 컬, 다리가 짧막한 먼치킨 등은 뼈의 변형이 나타나는 '골연골 이형성증'의 유전적 질환을 갖고 태어난다.

이처럼 순종들은 기본적으로 근친 교배를 통해 품종 개량이 진행되다보니 종별로 특징적인 유전 질환을 가지고 있어 보호자가 평생 관리해야 한다.

영국과 유럽에서는 말단사지와 꼬리에 골격장애 유전병을 가진 스코티쉬폴드를 정식 품종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동물이 가진 유전적 능력을 개량하여 유전 형질이 우수하고 생산 능력이 뛰어난 개체로 만드는 생명공학 분야는 육성해야겠지만, 평생동안 질병으로 고통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동물학대적 품종개량은 막을 법 제정이 필요하다.

또한 새로운 품종 개발을 하는 브리더들도 자신의 만족이나 수요가 있다는 경제적 이유만으로 유전적 변형을 계속하는 것은 멈추고 생명윤리에 대한 성숙된 사고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평생을 고통 받으며 살아가는 고양이와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봐야 하는 집사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절대로 폴드와 폴드의 교배는 해서는 안 된다.

진료실에서 골연골이형성증이 진행중인 '루루'의 다리 엑스레이 설명을 듣고 펑펑 소리내며 눈물을 훔치던 보호자와 유전병을 가진 고양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 집사들에게 용기내고 힘내시라고 헬렌 켈러의 말을 전한다.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사람들로도 가득하다.'

김재영 태능고양이전문동물병원장.© News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