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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함께 추석 쇠야죠”…펫팸족이 낳은 新풍속도
“반려견과 함께 추석 쇠야죠”…펫팸족이 낳은 新풍속도
  • (전국종합=뉴스1) 김경석 기자,김대홍 기자,남경문 기자,박종명 기자,안서연 기자
  • 승인 2017.10.0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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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사는 박선리씨의 반려견 '루봉(15개월)'. 고향인 경기도 수원을 찾는 박씨는 루봉이와 함께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다. (박선리씨 제공) 2017.10.02/뉴스1 © News1

(전국종합=뉴스1) 김경석 기자,김대홍 기자,남경문 기자,박종명 기자,안서연 기자 =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 이른바 ‘펫팸족(Pet과 Familly의 합성어)’이 늘어나면서 추석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지난해 10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전체 인구의 21.8%으로 5명 중 1명은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있는 셈이다.

열흘간의 추석연휴에 접어들면서 펫팸족들은 반려동물과 함께 귀성길에 오르는가 하면 반려동물을 돌보기 위해 아예 고향 방문을 포기하는 사례도 빚어지고 있다.

함께 이동이 어려워 전용호텔, 위탁업소 등 전문업체에 맡기기도 하지만 이미 예약이 꽉 찬데다 긴 연휴기간 동안 홀로 맡겨두기에 마음이 편치 않기 때문이다.

◇ 반려동물과 함께 고향行

제주에 이주해 온 박선리씨(36·여)는 경기도 수원에 있는 가족들과 함께 추석을 보내기 위해 연휴를 두달이나 앞두고 항공권을 예약했다.

혼자 가는 게 아니라 애완견인 토이푸들종 ‘루봉이’와 함께 비행기에 타야하기 때문이다. 항공사마다 애완동물 운송 서비스 기준이 다르다보니 원하는 날짜에 가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서두를 수밖에 없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박씨는 “평소에는 펫마트나 애완견호텔에 맡기기도 하지만 루봉이와 명절을 함께 보내고 싶어서 동행을 결정했다”며 “사람도 안타본 비행기를 개가 타본다며 탐탁치 않아하는 분도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반려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추석연휴 제주공항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항공사 직원은 “하루 평균 10명 넘게 애완동물과 함께 탑승 수속을 밟고 있다. 다른 항공사까지 합치면 훨씬 많을 것”이라며 애완동물 동반 승객이 전년 대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경남 김해에 사는 남모씨(46) 역시 어머니가 계신 부산에서 추석을 보내기 위해 몰티즈종 ‘도담이’와 함께 귀성길에 올랐다.

남씨는 “지난 설날에는 인근 애견호텔에 도담이를 맡겼지만 생소한 환경으로 인해 사료도 잘 먹지 않고 울던 것이 마음에 걸렸다”며 “이번 추석에는 도담이와 지내기 위해 차량에 사료와 개집을 싣고 부산으로 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슨 유난이냐’며 질타하는 이들도 있지만 김선씨(43·여·전북)의 경우 푸들종인 ‘구름이’와 명절 귀성길에 오르는 게 이제 당연한 일이 됐다.

김씨는 “처음에는 애완견을 사람처럼 유별나게 챙긴다고 대놓고 싫은 소리를 했는데 이제는 시댁과 친정에서 먼저 구름이를 찾는다”며 “함께 가지 못하는 때는 왜 데려오지 않았느냐는 타박을 듣는다”고 전했다.

◇ 북적이는 애견호텔…귀성 포기 사례도

역대 최장 추석 연휴를 맞아 반려동물을 맡기는 애견호텔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2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애견호텔 '꽃보다 멍멍'에서 반려견들이 전문 트레이너들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이곳 애견호텔은 최대 40마리 정도를 수용할 수 있음에도 추석 연휴 예약이 일찌감치 마감되는 등 빗발치는 예약 문의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2017.10.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함께 갈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전용호텔이나 위탁업소 등 전문업체에 맡기는 경우도 부쩍 늘고 있다.

강아지나 고양이가 주로 이용하는 서울 시내 펫호텔은 대부분 예약이 꽉찬 상태다. 서울 강남구의 한 펫호텔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평소보다 2~3배 많은 예약 문의전화를 받은 것 같다"며 "이미 일주일 전 예약이 마감됐다"고 전했다.

대전 서구의 한 마트에서 운영 중인 애견호텔 역시 문정성시를 이루기는 마찬가지다. 평소보다 이용객이 3배 이상 증가하며 모두 20개의 애견 호텔룸이 연휴가 시작된 지난달 30일부터 9일까지 예약이 꽉 찬 상태다.

대전 유성의 한 소형견 애견 호텔도 적지 않은 비용에도 예약이 모두 완료됐다.

이곳에 애완견을 맡긴 김모씨(29)는 "고향에 가면 강아지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7일 전에 예약 전화를 했을 때도 예약이 거의 꽉 찬 상태였다"며 "하루 이용 비용이 1만5000원인데 수제간식도 주고 중간중간 애견이 놀고 있는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줘 많이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애완견을 돌보기 위해 추석 당일 차례만 지내고 바로 돌아오거나 아예 고향에 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충남 천안에 사는 유모씨(44)는 오는 4일 추석 당일 차례를 지낸 뒤 처가에 다녀오려던 계획을 접었다. 유씨는 “애견호텔을 이용해 보기도 했지만 전혀 생소한 환경에서 10여 마리의 다른 애완견과 같이 지내야 해 스트레스가 크다”면서 “아내가 혼자 친정에 가는 대신 애완견을 잘 챙기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말했다.

강원도에 사는 서모씨(34) 역시 “우리 반려견은 17살인데 사람으로 치면 90살이 훌쩍 넘어 집에 혼자 두기도 쉽지 않고 호텔에 맡기는 것도 꺼림칙하다"며 "이번 연휴에는 차례만 지내고 다음날 아침 일찍 집으로 와서 애견과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긴 연휴를 이용해 반려견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는 이들도 많다.

애완동물과 함께 숙박이 가능한 제주시 한경면 소재 ‘그대라는 선물’ 게스트하우스 대표는 “추석연휴를 이용해 제주를 찾은 손님들 중 반려견을 동반한 이들이 많다”며 “단순히 동물이 아니라 한 가족이라는 생각에 교통편부터 숙박까지 모두 반려견을 고려해 선택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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