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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원장의 펫토피아] 고양이는 작은 개가 아니다
[김재영 원장의 펫토피아] 고양이는 작은 개가 아니다
  • (서울=뉴스1) 김재영 태능고양이전문동물병원장
  • 승인 2017.10.03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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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사진 이미지투데이)© News1

(서울=뉴스1) 김재영 태능고양이전문동물병원장 = '고양이는 작은 개가 아니다.' 고양이 집사(보호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를 시작할 때 제일 많이 인용하는 문장이다.

흔히 '고양이는 작은 개'라는 생각이 고양이를 개와 단순 비교하게 만든다. 이를 통해 개는 주인에 대한 절대적 충성심과 사회성이 뛰어난 반면, 고양이는 독립심이 강하며, 도도하고, 붙임성이 없고, 매정하며, 교육이 불가능하고, 불길하다 등의 선입견을 갖게 한다.

고양이에 대한 행습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온갖 미신과 전설로 인해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부각된 것 같다.

고양이가 개처럼 행동해야 사회성도 뛰어나고 완벽한 반려동물로 적합하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더이상 고양이를 개와 비교해서는 안된다. 고양이는 작은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처음 키우는 집사들이 동물병원에 찾아와 이구동성으로 새끼 고양이에 대해 칭찬하는 말이 있다. 기특하게도 걸음마도 힘든 새끼 고양이가 모래 화장실에 들어가서 스스로 큰일을 본다는 것이다.

또 일부는 머리를 갸우뚱하면서 TV를 시청하는 모습이나, 자는 모습, 평상시 애교에 대한 칭찬을 침이 마르도록 한다.

이런 고양이 사랑에 푹 빠진 사람들은 대개 반려묘를 촬영한 휴대폰 속 사진을 남들에게 자랑하기 바쁘다.

필자가 지난 20여년간 운영해온 동물병원의 명칭을 최근 고양이전문병원으로 바꾼 이유가 있다.

고양이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질병이 많을 뿐만 아니라 생리적, 해부학적, 정신적 부분 등이 개와 너무 달라 좀더 체계적이고 집중적이며 전문적인 진료를 하기 위해서다.

처음 고양이를 입양해 병원에 온 보호자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고양이 전문병원을 찾아와서인지 모르겠지만 메모지 가득 질문을 작성해 온다는 것이다. 때문에 진료실에서 시험아닌 시험을 보는 즐거움도 있다. 그만큼 반려묘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으로 이해한다.

고양이는 생물학적으로는 동물계(Animalia) 척삭동물문(Chordata) 포유강(Mammalia) 식육목(Carnivora) 고양잇과(Felidae)로 분류된다. 크기는 약 30~60cm, 무게 2~12kg로 다양하며 주로 쥐, 작은 조류, 개구리를 사냥하면서 살아간다.

그럼 언제부터 인간과 고양이의 만남이 시작되었을까.

약 5000년 전 세계 문명의 고향인 고대 근동(오늘날의 중동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고대 이집트 지역에 농산물을 모아둔 마을 창고 주변으로 설치류(쥐)들이 모여들자 고양이들도 손쉽게 먹이를 사냥할 수 있는 장소로 자연스럽게 모여들었다.

고양이들.(사진 이미지투데이)© News1


아프리카 북부 리비아산의 야생 고양이들은 창고에 있는 식량을 쥐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주었고, 사람들은 사냥에 실패한 고양이들에게 좋아하는 고기나 생선을 챙겨주며 숲으로 돌아가지 않고 마을 창고 주변에서 살도록 했다. 이것이 고양이와 인간의 첫 만남이다.

이들 고양이들은 기원전 1000년 무렵부터는 그리스와 페니키아 무역상들의 배를 타거나, 세계 정벌을 꿈꾸던 로마의 함선을 타고 선박에서 식량을 축내는 설치류를 잘 잡는 특별한 선원(?)이 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이집트에서 그리스와 로마를 걸쳐 영국, 노르웨이 등 유럽 전역까지 널리 퍼지게 됐다.

우리나라는 중국에서 불교가 들어올 때 쥐로부터 경전을 보호하기 위해 고양이가 함께 들어왔다는 설도 있다.

수만년 전 늑대의 가축화로 시작된 개는 순탄하고 자연스럽게 먹이를 공급해주는 인간과 교류를 했지만 고양이의 가축화는 저장된 농산물이나 식량을 축내는 농경사회의 골칫거리인 쥐를 사냥하면서 시작된 점이 다르다. 때문에 고양이들은 처음엔 인간들의 집안이 아닌 마을 근처에서 배회하며 생존했다. 그 이유로 현재까지도 고양이는 야생성과 사냥본능이 남아 있는 것이다.

고양이들이 본격적으로 인간의 집안으로 들어온 것은 산업혁명 이후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새로운 중산층들이 도시생활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거리에서 배고파 울고 있는 불쌍한 고양이를 집안으로 데려가 함께 지내기 시작했다.

예술가들은 고양이와 생활하면서 창작의 영감을 많이 얻어 르네상스시대 화려한 문화와 예술을 꽃피웠으며, 철학자들에게는 생활의 활력과 위로가 되는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이집트인들은 고양이를 다산과 풍부, 치유와 삶의 쾌락을 관장하는 '바스테트 여신'의 화신으로 여기며 숭배했다. 그리고 고양이가 죽으면 시신을 미라로 만들어 고양이 묘지에 묻었고, 고양이를 죽이는 사람은 사형에 처했다.

하지만 육축용이나 노동력의 제공면에서 활용가치를 느끼지 못한 지역에서는 고양이를 불길하고, 악마의 편을 드는 악한 존재로 두려움과 경멸의 대상동물로 여겨 때려잡거나 식용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고양이는 미신과 전설을 통해 사람들에게 신비로운 대상인 동시에 두려움을 불러 일으킬 수 밖에 없었다.

개는 토이부터 사역견 등 품종이 다목적으로 개량되어 무려 400종에 이르지만, 고양이는 크기에 상관없이 쥐를 잘 잡아 굳이 품종 개량을 할 필요가 없었다.

현재처럼 새로운 고양이의 품종이 생긴 이유는 아프리카 북부 리비아 야생 고양이가 세계적으로 퍼져나갔지만 동일한 군집에 거주하는 고양이 수가 적다 보니 근친교배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새로 태어난 고양이들은 유전적인 변이가 일어나 털의 색깔이나 길이, 눈색깔, 꼬리, 귀, 코 등이 전혀 다른 모습이 되었고, 그 이후 인간들의 육종을 통해 외모와 성격이 전혀 다른 스코티쉬폴드, 스핑크스, 페르시아 고양이들이 태어나게 된 것이다.

1871년 처음으로 '캣쇼'가 영국 크리스탈 궁전에서 개최되면서 본격적인 고양이 품종에 대한 정립과 연구가 진행되었다.

김재영 태능고양이전문동물병원장.©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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