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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사이에 과연 '서열'이 존재할까
반려동물 사이에 과연 '서열'이 존재할까
  • (서울=뉴스1) 한준우 동물행동심리전문가
  • 승인 2017.10.0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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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들 관계에서는 서열이 존재하지 않고 사회성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News1

서열이란 무엇인가? 한쪽이 우위에 있고 다른 한쪽이 아래에 있고를 말하는 것인데, 우위에 있는 자가 어떠한 득이 생길 때 하는 말이다. 사람도 여러 사람이 모여 있을 때 기준을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서열이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힘이 센 사람을 기준으로 둘 때에는 힘 센 사람이 서열의 우위를 가지고, 돈을 기준으로 둘 때는 돈이 많은 사람이 서열의 우위를 가진다. 시스템을 구축한 사회 구조에서는 서열을 통해 득을 보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직급’이라는 서열을 만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동물의 세계는 어떠할까.

많은 사람들이 ‘반려견은 늑대의 자손이라 서열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개들은 늑대의 자손이 아니라는 것은 40년 동안 개에 대해 연구한 레이먼드 코핑거 박사의 저서 ‘개에 대하여’란 책을 통해 알려진 바 있다. 늑대는 다른 갯과의 동물로 서로 다른 종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울프 파크의 늑대를 순치시키는 과정 즉, 태어난 지 딱 3일째 어미에게서 떼어내 인공포육을 시켜야하고, 24시간 인공포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야만 살릴 수 있다는 것을 근거로 원시시대에는 인공포육실이나 24시간 관리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는 늑대의 후손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늑대와 개의 서로 다른 행동 특성을 볼 때도 직계후손이 아닌 다른 종임을 주장했다. 이렇듯 여러 근거를 볼 때 반려견들은 늑대의 자손이 아니다.

그동안 늑대의 후손이라는 오해 때문에 반려견들을 강압적인 방법으로 훈련시켰던 것이다.

그에 따른 다른 오해는 서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보호자의 말을 안 듣는다고 해서 서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이론이다. 야생에 사는 늑대들을 살펴봤을 때 늑대들도 딱히 서열을 가진 늑대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제한된 공간에 사는 늑대만이 우두머리 행동을 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고 한다. 그 우두머리 행동이란 먹을 것을 먼저 먹는다거나 번식의 기회를 먼저 갖는 행동이다. 하지만 야생의 늑대들은 가족 관계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딱히 서열을 만들 필요가 없다.

동물원 동물들이 하는 행동을 볼 때 서열을 가진 것처럼 볼 수 있고, 집안에서 노는 반려견들의 행동을 볼 때도 서열 있는 것처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술래잡기를 하는데 쫓아 가는 행동만 하는 반려견, 장난감을 빼앗기려고 하지 않고 혼자만 가지고 놀려는 행동들을 보고 저 아이가 서열이 높은 아이구나 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들은 사회적 생활을 하는 동물이라 평화를 깨는 행동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이좋게 지내려고 하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서로 서열을 바꾸어 가며 노는 행동을 유지하고, 서로 교류를 통해 사회적 처세술을 익힌다.

계속해서 고집을 부리면서 자기가 우위에 서려는 반려견들은 사회성이 없는 경우로, 어린시기에 혼자만 놀던 반려견들에게서 나타난다. 즉 서열이 높은 것이 아니라 사회성이 부족한 반려견이다.

그리고 사회성이 부족한 반려견들은 모든 것에 대해 우위에 있는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또한 서열을 가지고 리더가 된다고 해도 반려견에겐 딱히 득이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반려동물들은 사회적 생활을 하는 동물이라 평화를 깨는 행동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이좋게 지내려고 하고, 상황에 따라 서로 서열을 바꾸어 가며 노는 행동을 유지한다. © News1

간혹 집안에서 소파에 앉으려 하자 반려견이 ‘으르렁’ 거려 앉을 수 없는 상황을 예를 들어 ‘우리집 반려견이 나보다 서열이 높아요’라고 말하는 보호자가 있다. 그런데 그것은 서열이 높은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고, 으르렁 했을 때 보호자가 자리를 피해 주는 결과를 얻어 학습된 행동이다.

그리고 “이리와”라고 했을 때 오지 않는 반려견을 보고도 “내가 반려견보다 서열이 낮아요”라고 말하는 보호자들도 있다. 말을 듣지 않는 반려견들은 딱 네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이리와”의 단어를 모를 때, 둘째 “이리와”라고 해서 갔을 때 보호자에게서 좋은 일보다 나쁜 경험을 했을 때, 셋째 보호자에게 가는 것보다 더 큰 호기심거리가 있을 때, 마지막으로 반려견이 보호자에게 감정이 나빠 있을 때뿐이다.

서열이 높아서 말을 듣지 않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려견들은 보호자가 자신에게 먹을 것과 물, 잠자리를 제공하고 있는데 계속 싸움을 걸어 “보호자보다 내가 우위에 있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반려견들도 감정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처럼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으르렁’ 거리는 행동을 통해 표현하고, 그 결과가 만족스러우면 행동을 학습해서 계속해서 한다.

개들이 ‘서열을 만든다’는 주장은 리더십 이론에서 나온 것으로 개들의 무리에 들어가 그곳에서 우두머리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만든 것이다. 하지만 개들은 스스로 사람에게 다가 오기를 선택한 종으로 사람 세계에서 들어와 살기를 원했기 때문에 사람 세계의 룰과 규칙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그 룰을 가르치는 과정도 명령을 내리는 (복종훈련) 리더의 모습보다 공평한 수평적 관계를 가지고 선택권이 동물에게 주어진 페어 트레이닝(판단력을 가르치는)을 해야 한다.

즉, 좋은 보호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려동물들 사이에는 위, 아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반려동물의 행동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준우 서울연희실용전문학교 애완동물학부 교수. (네발 달린 친구들 클리커 트레이닝 대표, 딩고(DINGO) 코리아 대표,,알파카월드 동물행동심리연구센터 지도교수)©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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