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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구조견 '맥'은 재난현장의 특수대원이죠"
"인명구조견 '맥'은 재난현장의 특수대원이죠"
  •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승인 2017.11.0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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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119특수구조단 박선기 대원과 인명구조견 '맥’.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맥이 2013년부터 인명구조견으로 활동했으니 이젠 베테랑이네요. 그래도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훈련합니다. 시민들이 처음보면 무서울 수도 있는데 실제론 애교쟁이예요."

9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위치한 서울소방재난본부 119특수구조대에서 <뉴스1>과 만난 핸들러 박선기 대원(35)은 인명구조견 맥(6·벨기에 마리노이즈 종)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인터뷰 직전, 복종과 장애물 훈련을 하는 '맥'의 모습에서 프로의 냄새가 났다. 빛을 뿜을 듯한 강렬한 눈빛에 몸놀림도 날렵했다. 박선기 대원이 명령하면 맥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따랐다. 그러나 훈련이 끝난 뒤 공놀이하는 '맥'의 모습은 영락없는 재간둥이 반려견이었다.

박 대원과 맥이 처음 호흡을 맞춘 건 지난 2015년. 일선 소방서에서 근무하던 박 대원은 119특수구조단에 들어온 뒤 핸들러의 길에 접어들었다. 이후 맥과 끝없이 교감하고 훈련을 거듭한 끝에 최고의 팀이 됐다. 맥은 지난해 열린 전국인명구조견 경진대회에서 최우수 구조견(Top Dog)에 뽑힐 정도로 탁월한 기량을 자랑한다.

사실 인명구조견이 투입되는 현장은 사람이 갈 수 없는 위험한 곳이 많다. 그만큼 구조견의 후각 능력은 뛰어나야 하고, 핸들러의 명령에 잘 따라야 한다. 맥이 얼마나 유능한지 박 대원은 최근에 인명구조한 사건을 털어놓으며 깨알 자랑을 했다.

"올 9월말에 아차산에서 새벽 5시40분쯤 할아버지 한 분을 구조한 일이 있었어요. 파킨슨병을 앓는 분인데 전날 운동을 하러 나갔는데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거예요. 맥이 아니었으면 못찾았을 거예요. 등산로도 아닌 경사가 심한 곳에서 찾았죠."

위험에 놓인 사람을 구하기 위해 험한 산길이나 재난현장을 뛰어다니다보니 박 대원이나 맥 모두 다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맥의 발에 피가 맺히는 일이 많아요"라고 말하는 박 대원. 그러나 맥은 어떤 티도 내지 않는다고 했다. 박 대원은 그런 맥을 보면 가슴 아프지만 든든하다고.

지난 9월말 아차산에서 할아버지를 구조한 박선기 대원과 맥.(사진 박선기 대원 제공)© News1


최근 개물림 사고가 발생하면서 '맥'을 향하는 시선이 따가워진 것이 안타깝다고 말하는 박 대원은 "막대기로 구조견을 때리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인명구조견 특성상 입마개나 목줄을 하지 않고 실제 현장처럼 훈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 '맥'이 이렇게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나무라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박 대원은 "대형견이라 시민들이 무서워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는 하지만 인명구조견은 훈련돼 있기 때문에 걱정 안하셔도 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인명구조견은 재난현장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인명구조견이 투입돼 구조에 성공하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구조를 못하면 비난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박 대원을 비롯한 많은 핸들러들은 그래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사고현장에 도착하면 모두 저희만 바라봐요. 부담이 상당하죠. 구조에 성공해도 주목받지 못하고, 실패하면 '구조견인데 못했어?'라는 말을 하죠. 그래서 저희끼리 '밑져야 본전'이라는 말도 해요. 그래도 구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이 구조될 가능성이 단 1%라도 있다면 맥과 저는 언제 어디든 달려갈 거예요. 그게 맥과 저의 존재 이유니까요."

이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는 박 대원 옆에 맥이 점잖게 앉아있다. 현재 재난현장에 투입되는 인명구조견은 전국적으로 26마리에 불과하다. 정부는 2021년까지 75마리로 늘릴 계획이다.

훈련 중인 박선기 대원과 맥.2017.11.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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