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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동수의 동물보호이야기] 애니멀호더 구조견들에게 희망을
[버동수의 동물보호이야기] 애니멀호더 구조견들에게 희망을
  • (서울=뉴스1) 명보영 수의사
  • 승인 2018.03.2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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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버려진동물을위한수의사회(버동수) 소속 명보영 수의사를 비롯한 회원들이 '버동수의 동물보호이야기' 코너를 연재한다. 지난 2013년 200여명의 수의사들이 설립한 '버동수'는 매달 전국 유기동물보호소 등을 찾아다니며 중성화 수술, 예방접종, 외부기생충 구제 등 정기적으로 의료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이 코너에서는 유기동물보호소를 비롯한 각종 현장에서 수의사로서 직접 경험한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부천시 애니멀호더 구조견들.(사진 코리안독스보호소 제공) © News1

(서울=뉴스1) 명보영 수의사 = 지난 2월28일 경기도 부천시에서 좁은 철장속에 갇혀있던 100여마리의 개가 구조됐다. 현장상황은 한 케이지에 10마리 가까이 들어가 있었으며 아래에는 다른 개에게 밟히고 있는 개도 있었다고 한다. 부천시는 주인을 동물학대 혐의로 고발했으며 코리안독스와 함께 개들을 구조한 뒤 여러 임시보호처로 이동했다.

다음날 구조관계자에게서 급한 도움 요청이 왔다.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급하게 구조를 하게 됐고 여러 입양처 마련과 함께 미용, 건강상태 회복, 중성화수술을 진행하고자 하는데 협조가 가능하냐는 것이었다. 버동수도 급하게 운영진 회의를 열어 미리 예정된 곳을 미루고 3월 정기봉사를 부천시의 한 임시보호처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 18일 전국 각지에서 30여명의 수의사와 강원대 수의과대학 동물보호동아리 '내게로 와락'에서 5명이 모여 암컷 42마리, 수컷 35마리 개들에 대한 중성화수술과 심장사상충 검사 등을 진행했다. 일이 많을듯해 긴장하며 진행했지만 생각보다 수월하게 봉사활동을 마무리했다.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에 대한 기사들이 종종 언론에 나오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와 관련해 이슈가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애니멀 호더의 간략한 정의는 많은 수의 동물을 부적절하게 과다 사육함으로써 질병 문제, 행동학적 문제를 유발하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람을 말한다.

애니멀 호더의 경우 대부분 소유강박장애를 갖고 있으며 이런 성향이 있는 사람은 모두 동물을 무생물인 물건으로 취급한다고 한다. 소유하고 있는 동물이 질병에 걸리든 죽음을 당하든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부천시 애니멀 호더와 비슷한 상황이 몇 번 있었다. 이른바 '품종견'들을 번식시켜 애견숍에 판매하는 수익창출의 목적이 있었는데 이곳 역시 시추, 몰티즈 등의 품종만 있어서 주인의 용돈벌이에 희생된 동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개정된 동물보호법에는 가정에서 키우는 동물의 수에 대한 제재가 포함됐다.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들긴 하지만 이런 상황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것이 법에 명시돼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지난 18일 버동수 회원들은 애니멀 호더에게서 구조한 동물들이 있는 부천의 한 임시보호처에서 중성화수술, 미용 등 의료봉사를 진행했다.(사진 버동수 제공) © News1

그런데 이번 봉사를 진행하면서 후원금 모금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여러 곳에서 흘러나왔다. 버동수는 중성화수술 지원만 하러 왔을 뿐 연관된 것이 없다. 하지만 해외 입양 등과 관련된 부분부터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들려왔다.

국내에도 사설 동물보호소, 동물보호단체 등 후원금과 관련된 갈등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동물보호소 역시 이권과 관련된 문제가 계속 회자되고 있다. 불쌍한 동물을 사업으로 보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쉽게 구분하기는 어렵겠지만 후원하는 곳에 대해 더욱 관심을 두고 믿을만한 곳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부천시 애니멀호더 구조견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구조돼 많은 이들이 관심과 노력을 보여준 만큼 좋은 주인을 만나 새 삶을 찾기를 바란다.

지난 18일 버동수 회원들이 봉사활동을 끝내고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사진 버동수 제공) © News1


명보영 수의사(광주 주주동물병원장).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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