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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깊은 우정..시각장애 피아니스트를 사랑한 안내견
짧지만 깊은 우정..시각장애 피아니스트를 사랑한 안내견
  •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승인 2018.04.20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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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김예지씨와 안내견 '조이'가 최근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음악대학 강의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News1 이기림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거리를 걷는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을 동정 어린 눈빛으로 보거나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그저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보호자일 뿐입니다."

피아니스트 김예지(38)씨는 20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안내견 조이(2·래브라도리트리버)를 쓰다듬으며 담담히 말했다. 조이를 향한 김씨의 신뢰가 깊어 보였지만 둘은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시각장애 1급인 김씨가 조이를 만난 건 불과 3주 전이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조이는 3월 24일부터 김씨 안내견으로 생활 중이다.

둘의 신뢰가 처음부터 깊었던 건 아니다. 김씨는 처음 조이와 외출할 때 불안함을 느꼈다. 하네스(의사소통 도구)를 끌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조이의 성향 때문이다. 김씨는 "조이가 나를 안전한 길로 이끄는지 불안했다"며 "조이도 내가 학생들을 가르치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모습에 안전부절 못하며 불안해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조이는 빠르게 김씨의 삶에 녹아들었고, 이제는 계단이나 장애물을 알아보고 즉시 알려준다. 좁은 길을 지나갈 때도 신호를 보내줘 조이를 향한 김씨의 애정은 더 깊어졌다.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은 가족 이상의 친밀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조이는 김씨의 모든 일정을 따라다니며 교감한다. 김씨는 숙명여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유니온앙상블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씨의 음악활동이 조이에 달렸다고 해도 무방하다.

김씨는 "최근 단원으로 활동 중인 하트시각장애인 체임버오케스트라 공연이 있었는데 이때 조이도 데뷔 무대를 가졌다"며 "피아노 옆에 앉혀놓고 연주를 했는데 곡이 끝날 때까지 가만히 있다가 사람들이 박수를 치자 본인도 일어나 몸을 흔들었다"고 고마워했다. 이어 "조이가 사람을 좋아하고 연주를 듣는 것도 싫어하지 않아 계속 같이 공연할 생각"이라며 "공연 중간중간에 박수를 중단하고 앉는 훈련을 한다면 완벽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조이를 통해 새로운 눈을 가졌지만 정작 그를 힘들게 하는 건 주변의 시선이다. 안내견을 대동한 시각장애인의 출입을 막는 식당과 카페가 여전히 많다. 이는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안내견을 힘들게 한다. 아침저녁으로 이동하는 탓에 안내견이 힘들어하고 음악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을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다. 김씨는 "안내견은 산책을 못하는 개들보다 더 건강하고 스트레스가 적다"고 설명했다. 안내견이 매일 일만 할 것이란 생각도 착각이다. 안내견은 외출하지 않는 날에는 일반 개들처럼 자유롭게 밥을 먹고 뛰어논다.

김씨는 "조이를 직접 목욕시키고 놀아주면서 교감한다"며 "정서적 안정을 위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3주에 불과한 짧은 우정이지만 걱정보다 기대감이 크다"며 "차근차근 알아가면서 오랫동안 조이와 함께 지내고 싶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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