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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무마취 미용' 논란…전문가들 "고양이 미용, 남용하면 안 돼"
고양이 '무마취 미용' 논란…전문가들 "고양이 미용, 남용하면 안 돼"
  •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승인 2019.03.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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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무마취미용을 받은 고양이가 죽은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고양이 미용에 대한 보호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고양이 미용 학원에 다닌 경험자의 후기'라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A업체의 수강생으로 5개월간 일을 했다고 밝힌 B씨(가명)는 '해당 업체로 인한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실상을 밝힌다'고 했다.

B씨에 따르면 A업체는 전국에 지점을 두고 있는 고양이 전문 미용실의 본점으로 '무마취 고양이 미용'으로 명성을 얻었다. 미용이 어려운 고양이들은 마취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심적 부담을 컸던 보호자들은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소식이었다.

B씨 역시 반려묘를 키우면서 고양이 미용에 관심을 갖게 됐고, 월 70만원을 실습비로 내고 미용을 배우기 위해 대구로 향했다. 그곳엔 B씨 외에도 다른 수강생들도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업체의 직원처럼 일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목격한 것은 고양이 미용만이 아니었다.

B씨에 따르면 업주는 손님들이 30~50만원만 주면 교배를 해줬고, 파양된 고양이들을 번식용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미용비는 1회 3만원이었는데 손님의 고양이들은 수강생들의 실습용으로 쓰이기도 했다. B씨가 글과 함께 올린 동영상은 충격적이었다. 영상 속 미용을 받는 고양이는 심하게 개구호흡을 하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고양이는 매우 힘들어 보였지만 미용사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영상 속 고양이는 죽었다고 B씨는 전했다.

해당 게시물은 다음날 게시가 중단됐다. A업체의 업주는 의혹을 부인하며 명예훼손 등으로 B씨를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글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되며 네티즌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 미용사들 "주인들이 무리한 미용 요구하기도"

일반적인 '고양이 미용 사고'는 업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고양이를 키우면서도 고양이에 대해 잘 모르는 보호자들이 무리하게 미용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C업체는 호텔, 분양, 교배는 하지 않는 고양이 무마취 미용 전문점으로 100% 예약제로 운영된다. 낯선 사람에게 몸을 맡기는 것을 싫어하는 고양이를 위해 미용 하는 동안 보호자가 볼 수 있도록 하고, 최대한 고양이가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배려한다. 미용은 2인 1조로 이뤄진다.

C업체는 여름철 높은 온도로 인해서 또는 흥분해서 개구호흡을 하며 오는 고양이들은 미용을 하지 않고 돌려보낸다. 영역동물인 고양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고, 개들이 체온조절을 위해 헥헥대는 것과 달리 고양이들의 개구호흡은 흔한 증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업체 대표는 "최근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늘면서 본인도 모르고 있던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거나, 또는 출산을 앞두고 미용을 찾는 보호자들이 있다"며 "그날 고양이 컨디션에 따라 미용을 못 하기도 하는데, 미용사가 안 된다고 해도 손님이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주인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대해선 주인에게 가려고 해 미용이 힘든 개와 달리 고양이들은 보호자와 함께 있으면 놀라울 정도로 금방 진정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표는 "고양이의 특성상 집에서 보호자들이 해주는 '자가 미용'이 좋긴 하지만, 미용하다 상처를 내서 오는 분들도 계신다"며 "이 때문에 미용을 잘 못 하거나 자신이 없는 경우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고양이 미용? 대한민국이 유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무마취 고양이 미용'이 인기를 끌고 있다. TV에서 직접 빈려묘를 미용하거나 털을 짧게 깎은 고양이들의 모습이 비치면서 '고양이 미용'이 더는 낯선 것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양이 미용을 남용하면 안된다고 우려한다.

고양이를 미용해야 하는 '필수 불가결'한 경우는 두 가지다. 털이 심하게 엉켰거나, 그루밍을 자주 해 털 뭉치를 토해내는지 하는 경우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 보호자가 빗질만 잘 해줘도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고양이 미용은 보호자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미용 도중 호흡을 멈춰 병원을 찾는 고양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주의를 필요로 한다.

김명철 고양이 행동 전문가 수의사는 "잘 적응하는 고양이들도 있지만 두려움에 대소변을 보는 고양이도 있다"며 "그런데도 미용을 하는 것은 일종의 '학대'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미용이 필요한 경우엔 '자가 미용'을 권한다"며 "자가미용을 할 경우엔 한번에 다 하려고 하기 보다 2주 정도의 시간을 두고 부위별로 고양이가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미용이나 장거리 이동시 미리 심장 기능 검사를 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김 수의사는 "심장이 안 좋은 고양이들에겐 마취미용도 무마취미용도 모두 위험할 수 있다"며 "평소 반려묘가 심장이 안좋다는 것을 보호자가 인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미용이나 장거리 이동 전 심장 기능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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