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07:18 (수)
[버동수의 동물보호이야기] 행복 안겨준 유기견 '뽀글이'
[버동수의 동물보호이야기] 행복 안겨준 유기견 '뽀글이'
  • (서울=뉴스1) 한창희 수의사
  • 승인 2018.07.25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자주]버려진동물을위한수의사회(버동수) 소속 명보영 수의사를 비롯한 회원들이 '버동수의 동물보호이야기' 코너를 연재한다. 지난 2013년 200여명의 수의사들이 설립한 '버동수'는 매달 전국 유기동물보호소 등을 찾아다니며 중성화 수술, 예방접종, 외부기생충 구제 등 정기적으로 의료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이 코너에서는 유기동물보호소를 비롯한 각종 현장에서 수의사로서 직접 경험한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서울=뉴스1) 한창희 수의사 =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하는 방법 중 하나인 유기동물 입양. 좋은 취지라는 건 알지만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뽀글이' 이야기를 전한다.

뽀글이는 2014년 3월, 어느 길에서 발견됐다. 수의과대학생 봉사동아리 '동물복지모임'이 구조한 이 강아지는 털이 곱슬곱슬해서 뽀글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뽀글이는 2년 동안 보호소에서 찌는 듯이 더운 여름과 살을 에는 듯이 추운 겨울을 두 번이나 보내면서 새 가족을 기다렸다.

대학교 졸업 후 뽀글이와 다른 유기견들이 걱정돼 입양처를 수소문했다. 그러던 중 사연을 듣고 안타깝게 여긴 직장동료가 2016년 6월, 뽀글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입양 후 2년이 흘러 입양자의 어머니가 감동적인 편지를 보냈다. 입양을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과 내용을 공유하고 싶어 편지를 공개한다.

뽀글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가족의 모습. © News1

"안녕하세요. 뽀글이 엄마예요. 뽀글이가 저희와 함께 지낸 지 2년째를 맞아 편지를 씁니다. 동물을 좋아하는 딸이 계속 입양을 제안했지만 잘 키울 수 있다는 용기보다는 망설임이 앞섰습니다. 과거에 반려견을 키웠을 때 마음 아픈 기억들이 많았었거든요.

하지만 반려견을 간절히 원하는 딸아이의 마음에 동요가 돼 2년 전 여름 뽀글이를 만나러 가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뽀글이가 집에 도착하기 전 마당 한쪽에 울타리를 쳐 넓은 집을 손수 지어주고 담요를 깔아 아늑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줬습니다. 딸아이만큼 저도 마음이 설레고 기대가 되더라고요.

유난히 더웠던 그날이 또렷이 기억나네요. 150여㎞를 달려가 보호소에서 처음 마주한 뽀글이는 사진으로 본 것보다 훨씬 더 거대했어요. 이 만남이 운명이었을까요? 뽀글이는 저를 처음 보자마자 거리낌 없이 안겨왔습니다. 엄청난 거구여서 안는 것이 버거웠지만 금세 혼자서 차에 올라 자리를 잡더라고요. 두 시간이 넘는 거리를 보채지 않고 무사히 집에 도착했어요. 함께 살아보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뽀글이는 차 타는 걸 정말 좋아해요. 잠도 많고요. 잠을 잘 때 코를 어찌나 걸쭉하게 고는지 처음에는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봤네요.

뽀글이는 재택근무를 하는 저희 남편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둘이 어찌나 호흡이 잘 맞는지 오랜 시간 눈빛을 교환하며 대화를 하고, 산책을 나섰다 돌아와 함께 낮잠도 자며 서로를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 여기고 있습니다. 남편이 일할 때는 옆에 앉아 친구가 돼 주고 남편은 그런 뽀글이를 묵묵히 어루만져줍니다. 남편이 평소 무뚝뚝한 편이라 뽀글이에게 큰 관심을 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뽀글이와 함께하는 모습들을 보며 매일 새로움을 느낍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올 때면 통과의례처럼 '뽀글아~' 하고 부르는데 짧은 꼬리를 흔들며 반갑게 맞아주는 그 모습이 무척 사랑스럽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서로 뽀글이의 이름을 부르며 과연 누구한테로 올까 내기를 하기도 하는데 역시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하는 남편에게 달려가요.

뽀글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가족의 모습. © News1

저희에게 웃음과 행복을 전해주는 뽀글이가 있어 집안 분위기가 더욱 밝아졌고 매 순간 감사함을 느낍니다. 가족과 함께 나눌 대화거리가 매일매일 생기는 것도 좋고요. 같은 공간에 있어도 항상 서로를 찾고 따뜻한 온기를 나누며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네요. 얌전하고 예쁜 뽀글이가 지금처럼 오래오래 저희 곁에 있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건강한 모습으로 잘 생활해 주기를 바랍니다. 뽀글이를 만난 후 저희 가족은 예상하지 못했던 긍정적인 변화들에 새삼 놀라곤 합니다. 뽀글이가 저희에게 올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한창희 수의사 © News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