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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화상 입은 길고양이…"치료는 '캣맘'들의 몫"
울산 화상 입은 길고양이…"치료는 '캣맘'들의 몫"
  • (울산=뉴스1) 조민주 기자
  • 승인 2019.04.0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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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 치료를 받고 있는 길고양이 '이쁜이' © 뉴스1

(울산=뉴스1) 조민주 기자 = 지난달 울산 북구의 한 공원에서 길고양이들이 학대로 추정되는 화상을 입은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화상을 입은 고양이는 캣맘 A씨가 3년간 돌보며 정을 주던 '이쁜이'다. 이쁜이는 지나가다 이름을 부르면 한 걸음에 달려오던 순한 아이였다.

길고양이에 대한 혐오나 편견이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한 요즘, 울산지역에서 고양이들을 위해 수년째 봉사하고 있는 캣맘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5일 북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세 명의 캣맘들은 "길고양이들의 이야기가 알려지는 게 좋은 일로 알려지는 게 아니라 한 생명이 죽어서, 아파서다"며 "이런 일이 있으면 이슈가 됐다가도 금방 잠잠해진다. 그래서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캣맘들의 대부분은 단지 고양이들의 밥만 주는 사람들이 아니다. 다친 고양이들의 치료를 위해 매달 수십만원씩을 지출하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도 한다. 이들은 사비를 들여 사료를 사고 고양이들의 치료와 관리까지 자발적으로 도맡고 있다.

길고양이 이쁜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화상을 입어 100만원 이상의 치료비가 발생했지만 비용 부담은 모두 캣맘들의 몫이 됐다.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이웃들은 십시일반 모은 30여 만원을 치료비로 후원하기도 했다.

이같은 실정에도 캣맘들은 '길고양이 치료비 지원'은 아직까지 공무원과 시민, 봉사자 간의 인식 차이가 커 당장 시행하기엔 어려울 것이라 내다봤다.

캣맘 B씨는 "길고양이들에 대한 치료비 지원은 아직 한참 멀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지자체가 지원하는 중성화 수술마저도 예산이 정해져 있어 한정된 예산을 초과하면 캣맘들이 사비를 들여 수술을 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또 캣맘 C씨는 "중성화 수술을 할 때 보면, 길에서 지내는 고양이다보니 구내염이나 다른 치료도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 "중성화 수술을 하러 갔다가 병원 추가 비용이 10만원 이상 나올 때도 있다"고 말했다.

수술 이후 추가 비용은 길고양이들을 가엽게 생각하는 캣맘들이 고스란히 지불하는데, 이는 지자체가 중성화 수술 비용만 지원할 뿐이지 약값이나 수술 후 관리에 필요한 일체의 비용은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어 C씨는 "중성화 수술을 하면 고양이들이 확연하게 순해지고 울음도 적어진다. 이 때문에 중성화 수술이 캣맘들의 가장 큰 '책임'이 된다"며 "비용 걱정 안하고 중성화 수술이라도 시킬수 있는 여건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캣맘들이 마련한 울산 북구의 한 길고양이 쉼터 © 뉴스1

캣맘들은 길고양이들을 하나의 생명체로 보지 않는 사회적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고양이를 싫어하는 건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쥐약을 놓거나 학대하는 등 생명을 함부로 해선 안 된다"며 "길고양이도 사람과 같은 생명을 가진 존재이며 더불어 살아가야하는 공존의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시민들이 동물도 공존의 대상이라고 명확하게 인식하기 위해선 일반인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 대한 '동물권'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학교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라도 생명존중에 대한 교육 필요하다는 것.

C씨는 "얼마전 중구 성남동에서 아이들이 호기심에 나무작대기로 동물의 눈을 찌르는 일이 있었다"며 "교육과 홍보를 하면 조금씩 인식이 바뀐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그래도 바뀐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결국엔 교육과 홍보가 시민들이 동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지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행정관청과 교육청이 주도해 시행하는 생명존중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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