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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고양이 섬' 생긴다…전남 고흥 '쑥섬'
국내 최초 '고양이 섬' 생긴다…전남 고흥 '쑥섬'
  •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승인 2019.04.0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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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섬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 (사진 동물구조119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올 연말이면 국내 최초 '고양이 섬'이 생길 예정이다. 쑥이 많아 '쑥섬'이라고 불리는 전라남도 고흥군에 있는 섬 '애도(艾島)'가 최적지로 거론된다.

8일 '고양이섬 프로젝트'를 기획한 동물보호단체 동물구조119에 따르면 현재 '쑥섬(애도)'에는 17가구, 섬 주민 20여명이 살고 있다. 일반 식물원에서는 볼 수 없는 희귀 난대림이 그대로 형성돼 전남 민간정원 1호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민 50%이상이 80대로 인구가 감소하면서 육지 사이를 다니던 배마저 끊기게 될 처지에 놓이자, 쑥섬지기로 쑥섬을 관리하던 김상현·고채훈 부부가 주민들을 설득해 400년만에 처음으로 쑥섬을 일반 관광객들에게 개방했다.

동물구조119 활동가 역시 이때 쑥섬을 처음 찾게 됐다. 쑥섬에는 30~40여 마리의 고양이들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고양이들은 말라 있었고 음식쓰레기 등을 먹어 영양 상태가 좋아보이지 않았다. 중성화 수술도 되지 않아 개체수는 계속 늘고 있었다.

쑥섬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 (사진 동물구조119 제공) © 뉴스1

활동가는 주민들에게 사료 지원을 제안했지만 주민들은 "고양이는 원래 이렇게 사는 것"이라며 거절했다. 이에 남은 사료와 연락처를 념겨주며 혹시 모를 연락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는 게 단체 측 주장이다.

이후 고양이에게 잔반을 챙겨주던 한 주민이 활동가가 남기고간 사료를 주면서 점점 고양이들이 살이 오르고 건강 상태가 좋아지는 것을 느끼게 됐다고. 그리고 4개월 정도가 지나 쑥섬의 청소 관리 담당자로부터 "사료를 먹이고 난 뒤부터 더 이상 묽은 변을 싸지 않아 청소하기가 너무 좋다"며 사료를 더 보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쑥섬 정원을 18년째 관리해 온 김상현씨는 "섬 주민들의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우호적으로 바꼈고, 나아가 쑥섬을 고양이섬으로 홍보하고 싶다는 주민들의 바람이 있었다"며 동물구조119와 고양이섬 프로젝트를 함께 기획하게 된 이유를 말했다.

임영기 동물구조119 대표는 "쑥섬을 고양이섬으로 만들고 싶다는 섬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다른 동물단체들과도 논의를 통해 알맞는 지원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며 "섬 고양이들이 주민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평화로운 공존의 모델로 만들어 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길고양이는 소음이나 먹을 것이 없어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뜯는 과정에서 민원의 대상이 되거나 혐오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길고양이가 주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대상으로 인식의 전환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라남도 고흥군에 있는 '쑥섬' (사진 동물구조119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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