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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발견(犬)] 일산 청아공원의 소문만 무성하던 누더기견
[가족의 발견(犬)] 일산 청아공원의 소문만 무성하던 누더기견
  •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승인 2019.05.04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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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현재 모습 (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지난해 1월 동물자유연대는 시민들의 제보와 뉴스1 기사를 통해 고양시 '청아공원' 인근 마을에 나타난다는 누더기 강아지에 대해 알게 됐다. 사진 속 강아지의 모습은 그동안 얼마나 험난한 시간을 길에서 보내왔을지 짐작하기도 어려웠다.

활동가들은 이 강아지를 구조하기 위해 현장으로 향했다. 공장들이 드문드문 들어서 있고 한낮에도 인적이 드문 황량한 동네였다. 그리고 곧 사진 속의 강아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섣불리 다가갈 경우 두 번 다시 같은 장소에 나타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우선 이틀에 걸쳐 강아지가 주로 돌아다니는 동선과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을 파악했다. 울타리가 둘러진 마당에서 개 7마리 키우는 곳에 주로 머물며 사료를 나눠 먹거나 동네 식당에서 챙겨주는 음식을 먹으며 생활해 온 것으로 짐작됐다.

인근 주민들은 "누군가 주차장에 유기하고 갔다" "4년전부터 봤다" "2년 전에 한 공장에서 건너편 공장에 유기했다"라고 말했다. 조금씩 내용은 달랐지만, 분명한건 최소 1~2년은 이런 모습으로 힘들게 살아왔다는 것이었다.

조사가 끝난 뒤 활동가들은 구조 장비를 챙겨 현장으로 향했다. 강아지는 개 7마리가 있는 마당 있는 집에 있었다. 활동가들은 빠져 나갈만한 곳을 그물로 막은 뒤 뜰채로 강아지를 잡았다. 사람의 손길을 오랫동안 못 받은 탓에 날카롭고 사납게 반응했지만 무사히 잡혀준 것에 안심하고 감사했다.

청아 구조 당시 모습 © 뉴스1

일단 청아는 센터 격리실에 두고 진정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그리고 몇 일 뒤 연계병원으로 향했다. 검사 결과는 심장사상충. 약을 먹으며 오랜 치료가 필요했다. 활동가들은 청아공원에서 구조해서 '청아'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센터에 입소한 청아는 남자 활동가들에겐 적대적이었지만, 다행히 여자 활동가들에겐 사납게 굴지 않았다. 아마도 밥을 챙겨주던 식당 아주머니 덕분인 듯 했다. 하지만 역시나 미용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봉사자가 진땀을 흘리며 갑옷 같던 털을 깎아주자 작은 몸과 예쁜 얼굴이 드러났다.

청아의 등을 덮고 있던 뭉친 털들 © 뉴스1

청아는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었다. 지금은 좋아하는 활동가들 앞에선 앞발을 들고 일어나 '주세요'를 하면서 애교를 부리기도 한다고.

조은희 동물자유연대 간사는 "험난했던 길 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방어적인 행동을 취했던 탓인지 낯선 환경이나 낯선 사람을 무서워한다"며 "발톱을 깎거나 귀청소, 미용 등 붙잡아서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으르렁거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다른 개 친구들과는 워낙 잘 지내고 있어 다른 반려견이 있는 집에 가도 좋을 것 같다"면서 "입양을 가고 난 후 적응하고 친해지기까지 많은 사랑을 쏟으며 이해해 주실 수 있는 분들이 가족이 돼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아는 심장사상충을 모두 치료하고 현재는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

장난감을 좋아하는 청아 (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 뉴스1

Δ이름: 청아
Δ성별: 수컷(중성화 완료)
Δ나이: 4살 추정
Δ체중: 5㎏
Δ품종: 믹스견
Δ문의: 동물자유연대 입양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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