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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사료업계, 보존제 논란에 정면대응…"불안감 조장" 과도
반려동물 사료업계, 보존제 논란에 정면대응…"불안감 조장" 과도
  •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승인 2019.05.1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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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반려동물 사료 업계가 첨가물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한 인터넷 사이트가 프리미엄 사료 24종의 합성보존료 함유 조사 결과, 2개 제품을 제외한 나머지 제품에서 안전성과 유해성 논란이 있는 보존료가 검출됐다고 밝히면서다.

하지만 사료 업체들은 실험 결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적극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검출된 보존료가 법적으로 허용된 기준치 이하여서 반려동물의 건강에 이상을 주는 수준이 아니다. 특히 일부 성분은 일부러 첨가한 것이 아니라 자연상태의 원료가 함유하고 있는 것이어서 지나치게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실험방법 비공개, 보존제 검출됐지만 기준치 이하… 원재료 자연함유 수준

10일 반료동물 사료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한 인터넷 사이트는 '국내에 시판중인 반려동물 사료 중 24종을 충남대학교 농업과학연구소에 의뢰해 합성보존료 BHA·BHT·에톡시퀸·소르빈산의 함유 조사를 했다"며 "그 결과 2종을 뺀 나머지 프리미엄 사료 대부분이 합성보존료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그 중엔 발암의심 물질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번 실험 결과 24종 중 11종에서 BHA가, 21종에서 소르빈산이, 6종에서 에톡시퀸을 함유하고 있었다. BHT를 함유한 사료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어떤 기준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실험이 진행된 것인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어 보호자들은 "진짜 유명한 사료도 다 나왔네요" "이젠 뭘 먹어야 하나요"라며 불안에 떨고 있다.

이 때문에 수입 브랜드 업체들은 해외 본사와 연락을 취하는 등 빠르게 사실 확인에 나섰다.

내추럴발란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올라온 글에 당사 강아지 제품인 오리지널 울트라에서 BHA 성분과 소르빈산 성분이 검출됐다는 내용을 확인했다"며 "이와 관련해 미국 본사에 바로 문의한 결과 '내추럴발란스 제품은 제품 생산 시 BHA, 소르빈산 성분을 절대 사용하지 않으며, 원료별에도 들어가지 않는다'는 최종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당사 또한 검사된 제품이 어떤 과정과 방식으로 검사되었는지 확인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별도 검사를 통해 확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오리젠과 아카나 사료를 수입하고 있는 두원실업도 입장을 표명했다. 두원실업은 "사이트 의뢰를 맡은 연구소와 직접 연락을 한 결과 '해당 수치는 천연재료를 많이 쓰는 식품에서 충분히 검출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최초 글에서 함유량 표기가 ppm단위로 돼 있는데 이를 %단위로 변환하면 1만으로 나눠야 한다"며 "아카나의 BHA 검출량이 0.55ppm이라고 하면 이를 %로 바꾸었을 땐 0.000055% 즉 매우 극소량으로 이는 국제 표준 기준치(CFR sec.582.3169) 0.02%이하로 안전한 수치"라고 해명했다.

닥터독 역시 "자사 제품에는 어떤 종류의 합성 보존 및 방부제도 인위적으로 투입되지 않았다"며 "각종 효능을 위해 블루베리 등의 과일, 야채 등을 투입하는데 이때 '자연함유' 하고 있던 소르빈산이 소량 검출된 것임을 연구소로부터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소르빈산은 식품보존제로 널리 사용되는 첨가물로 와인, 치즈 등 가공 식품에도 들어가고, 인위적으로 투입하지 않더라도 과일, 야채가 자체적으로 극소량을 함유하고 있는 성분"이라며 "(논란이 된)사이트에서 국제 기준치의 제시 및 위험 정도에 대한 언급 없이 단순히 검출된 부분만을 부각시켜 보호자들에게 안전성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 점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로얄캐닌코리아도 공식입장을 밝혔다. 로얄캐닌코리아는 "식품첨가물에 대한 근거 없는 불안감 조성은 당장 중지돼야 한다"며 "식약처에 따르면 식품과 관련한 최대의 위험요소는 첨가물이 아닌, 식품의 변질에 따른 식중독 세균이나 유해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라고 말했다. 이어 "BHA가 발암물질이라는 것은 왜곡된 주장으로 국내 사료관리법 및 식품공전, 나아가 미국 FDA(식품의약국), AAFCO(미국사료관리협회) FEDIAF(유럽반려동물산업연방) 등에서 글로벌하게 사용 함량이 정해져 있는 안전한 항산화제"라며 "사료와 같은 식품에서는 품질 보존과 안전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지난8일 올라온 로얄캐닌 코리아의 공식입장 © 뉴스1

◇ 불필요한 오해 막게 사료관리법 개정 필요

현 사료관리법 시행규칙 제 14조 '용기 및 포장에의 표시사항 및 표시방법'에 따르면 사용한 원료의 명칭은 공정 과정에서 직접 첨가하는 배합 비율이 큰 순서대로 적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납품받는 원료에 포함된 인공첨가물 등에 관해서는 표기 의무가 없다. 원산지 표기에 대한 규정도 없다 보니 중국에서 재료를 수입해 한국에서 제조만 해도 '국내산'으로 표기가 가능하다.

반면 일본은 '반려동물 사료안전법'이 별도로 존재해 원료에 포함된 인공첨가물과 원산지 국가에 대해서도 모두 표기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국내 보호자들은 "산업은 성장했지만 관련 법이나 제도는 그대로"라며 "눈에 보이는 것도 믿을 수 없다"고 불안감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도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이번 논란은 업체들이 위법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억울한 부분도 있다"며 "현재 사료관리법은 가축 사료와 같은 범주 안에서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반려동물 사료를 따로 분리해 '안전'에 초점을 맞춰 법을 보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우재 제일사료 수의영양연구소장 역시 규제를 강화해 반려동물 사료의 '안전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소장은 "우선 BHA가 발암물질이라는 것에 관해선 일본의 한 연구 결과가 계속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라며 "해당 연구는 쥐에게 kg당 500㎎/㎏/day, 2000㎎/㎏/day의 BHA 성분을 구강 투여했더니 암이 생긴 것으로, 이는 악성종양이 아닌 양성종양(편평상피암)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하루에 500㎎이란 양은 쥐에겐 엄청 많은 양으로, 인위적으로 투여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도 없는 수치"라며 "이러한 실험들은 고농도로 섭취했을 때 해가 되는 정도를 연구하는 것으로 몸에 쌓이는 카드뮴, 납 등의 중금속은 식품에서 불검출을 원칙으로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허용치 내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강조했다. 물과 소금도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해로운 것과 같은 이치다.

조 소장은 "단 사료 회사들 중엔 매년 안전성 평가를 하지 않거나 못하는 곳도 있고, 특히 간식의 경우 허용치조차 제대로 알지 못해 맞추지 않는 곳도 있다"며 "이 때문에 필요하다면 시행령을 만들어서라도 사용된 보존제 성분까지 모두 표기 하고, 매년 안정성 평가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규제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제대로 된 회사가 안전한 먹거리를 내놓을 수 있다"며 "지금 문제가 되고 있고, 이를 보호자들이 문제라고 생각된다면 표기사항에 보존제가 모두 표기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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