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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 축산 활성화, 소비자에 해답"…"정부, 유통 밀어줘야"
"동물복지 축산 활성화, 소비자에 해답"…"정부, 유통 밀어줘야"
  •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승인 2019.05.1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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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9일 오전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의 구제역 확진 젖소 농가에서 방역 당국 관계자들이 살처분 후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경기도는 젖소 120마리 살처분을 완료했으며 추가 감염에 대비해 반경 500m 이내 농가가 사육 중인 소와 돼지 등 우제류 가축(발굽이 2개인 가축)에 대한 정밀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9.1.29/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동물복지 축산물 활성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 간 사회적 합의, 인증제도의 개선, 정부와 유통업체들의 지원 및 홍보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6일 동물복지국회포럼 공동대표인 박홍근 의원과 농림축산식품부, 동물자유연대가 주최하고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가 주관한 '소비 전환을 중심으로 한 동물복지 축산 활성화 방안' 1차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열렸다.

우희종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를 좌장으로 박진선 서울YWCA 부장, 박성민 롯데마트MD, 김문조 더불어행복한농장 대표, 정진후 청솔원 대표, 농림축산식품부 이승환 사무관이 토론에 참여했다.

이날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토론에 앞서 "동물단체로서 축산물 소비에 대해 논하는 것이 전혀 부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연간 도축되는 소·돼지·닭 등의 총량이 약 10억 마리나 된다는 점에서 인간의 책임은 자유로울 수 없고,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높아지는 시점에 합리적인 대안을 찾기 위한 고민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첫 발제를 맡은 전중환 국립축산과학원 박사는 "인류의 문화와 과학이 발달하며 '도덕적 가치'가 확장됨에 따라 이전에는 문제시 되지 않았던 점들이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며 "해외의 경우 유럽 소비자들의 약 74% 이상이 동물복지 축산물 구매가 농장동물의 복지환경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하고, 축산물에 대한 동물복지 관련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해 주길 바라고 있지만, 한국은 동물들에 질병이 발생해서 제도부터 만들다 보니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전진경 카라 상임이사는 동물복지 축산물 소비 선택의 근본적인 제약과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 이사는 "너무 많은 동물을 한곳에 키우다 보니 바이러스가 삽시간에 퍼져 살처분을 반복하고 있다"며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소해면뇌증 그 다음에는 어떤 바이러스가 생길지 알 수 없는데 개선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물복지 인증제도에 대한 홍보 부족과 동물복지 농장 수 부족, 복잡한 동물복지 인증마크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 이사는 "2018년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 제도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 오직 24.2%만이 동물복지 인증제도를 알고 있다고 답했다"며 "동네 구멍가게에서는 동물복지 축산물을 찾는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 동물복지 농장은 200개소로 그나마 90% 정도는 산란계와 육계 농장에 한정돼 있어, 절대다수의 돼지들은 감금 틀에 갇혀 사육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 뿐만 아니라 한국의 동물복지, 유기농 인증마크는 전문가들이 아니면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 정작 소비자들은 동물복지 제품을 구매하고 싶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영국 등 동물복지 선진국에서는 방사 유기농부터 일반 축산물까지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아예 유통업체에서 단계별 동물복지 축산물 취급 정책을 소비자에게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종류가 많아 일반 소비자들이 알기 어려운 인증마크. 2018년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 제도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에서는 '가격이 일반 축산물에 비해 비싼 동물복지 축산물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59.9%로, 나타났다.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 뉴스1

박진선 YWCA 부장은 "2017년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소비자들이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음을 느꼈다"며 "하지만 달걀 이외에는 동물복지 축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채널 자체가 다양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이 비싸서 동물복지 축산물을 안 먹는다고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과 동물복지 농장을 찾아 현장체험을 해보면 '비싸게 돈을 주고서라도 사먹겠다' 말한다"며 "결국 홍보가 뒷받침 돼야 하고, 살충제 계란으로 인해 잃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은 것을 회복해야 하는 것. 그러기 위해선 인증제품에 대한 철저한 절차들과 소비자들이 생산정보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민 롯데마트 MD는 "대형 유통사에서 발언을 하는게 굉장히 조심스럽다"며 "2015년 롯데마트에서 처음으로 동물복지 인증 받은 닭고기를 시행하게 된 것은 인간본연의 공장식 사육 방식은 지양하고, 유통사에서 동물복지 축산물들을 계속 개발하고 판매해 리딩해서 변화를 줘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살충제 파동 이후 동물복지 인증 제품에 대한 매출은 실제 25~30% 상승했다"며 "다만 돼지, 소 등의 축산물은 농가 자체 수가 적고 인증마크도 복잡하기 때문에, 한번에 유럽 수준으로 바꾸는 것은 힘들겠지만 단계적으로 제도가 마련되고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문조 더불어행복한농장 대표, 정진후 청솔원 대표는 생산자로서의 입장을 대변했다. 김 대표는 "돼지 농장의 경우 동물복지 농장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사육두수를 30~50%를 줄여야 한다"며 "그럴려면 시설에 투여되는 비용도 상당하다"고 고충을 말했다. 정 대표는 "닭 동물복지 농장은 저희처럼 자유 방목하는 곳은 2000마리에서 많아도 1만 마리 정도"라며 "하지만 정부가 요구하는 것은 대규모 공장식 축산 농장에 맞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환기시설, 퇴비사 뿐만 아니라 '선별 포장 의무화'도 원인이 된 것은 공장식 축산으로 인한 살충제 계란인데 피해는 소규모 동물복지 농장까지 받고 있다"며 "동물복지 농장들은 예외를 주고, 동물복지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를 높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의 홍보와 유통업체들의 지원이 있어야 더 많은 동물복지 농장들이 생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승환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팀 사무관은 "실질적으로 2017년 이후 동물복지 인증 민원이 많아졌고 그만큼 국민들의 인식은 많이 높아졌다"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은 농가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지만 속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동물복지 축산물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는데 사실 인력이 부족하고 교육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이러한 문제들을 조금씩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근 의원은 "소비자들이 이런 동물복지 축산물을 원하는 만큼 산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고, 유권자들이 동물복지를 원하면 의원들도 움직일 수 밖에 없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윤리적 소비에 대한 인식이고, 그러한 것들은 어느 순간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 같이 맞물려 가다보면 점점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라에서 이날 예시로 제안한 CIWF(Compassion in World Farming)에서 제안하고 있는 동물복지 제품 인증마크 (사진 CIWF 홈페이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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